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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입맛을 사로잡아라

 

영남대학교_권혁준 학생

식품

 

 ‘어떠한 사람의 지식이든 그 사람의 경험을 초월하는 것은 없다.’ 책상 앞에서 책으로만 공부를 하던 나에게 경험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글귀다. 이 글귀는 해외영업을 꿈꾸던 내게 책상 밖의 경험을 도전하게 하는 신호탄 역할을 해주었다. 나는 무역학과에 들어와서 주로 강의실에서 전공 책을 기반으로 이론을 공부했다. 나는 이론뿐만 아니라 실습 등 경험을 할 수 있는, 강의실 밖의 대외활동을 하고 싶었다. 때마침 해외전시회 참가를 지원해주는 GTEP사업단 모집 공고를 보고 사업단에 들어가게 되었다.

 

러시아에 도전해보자
 GTEP사업단이란 지역 청년 무역 전문가 양성프로그램으로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중소·중견 기업들과 컨택하여 전시회에 성공적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금전적, 기타 교육적으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우리 사업단 내에서 요원들은 대부분 영어를 쓰는 국가로 전시회를 참여하고 있으며 나 역시 해외 전시회를 참가할 때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참여하였다.
 사업단 교육 중에 알게 된 트레이드내비(TradeNavi)나 Kotra 사이트 등을 활용하여 전시회 참가에 필요한 시장정보를 수집하고 현지화 전략을 준비하여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도왔다. 내 자신은 전시회 참가를 거듭할수록 노하우가 생겨 전시회 준비와 영업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선배 기수로부터 러시아 전시회에 다녀 온 후기를 듣게 되었다. 여태껏 다녀온 전시회 중에 가장 힘들었다고 다른 전시회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였다. 반복된 전시회 참가로 매너리즘에 빠져들려던 순간, 이 이야기는 어려운 지역, 남들이 해내지 못한 지역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결국 러시아 전시회 참가 기회를 노리게 되었다.
 때마침 2017년 9월 1114일 4일간 러시아 식품전시회에 참여하는 기업에서 함께 갈 학생 지원을 요청하였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쉽사리 가볼 수 없는 국가인 러시아와 식품 전시회라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고 무엇보다도 남들이 어려웠다고 하는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쳐 보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전시회 참가가 확정되고 기업에 대한 정보와 제품을 익히기 위해 기업을 방문하게 되었다. 러시아 전시회에 참가하는 협력업체는 대구에 소재한 식품 수출 기업으로 주로 우리가 즐겨먹는 떡볶이, 파전 등을 인스턴트 식으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게 만들어 동남아시아와 일본 등 지역에 수출 중이었다. 러시아 전시회 참가는 처음이라 현지시장 반응을 체크해보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했다. 좋은 기회가 생겨 러시아 유통업자를 찾는다면 금상첨화라며 철저한 사전 준비를 요청했다.


‘러시아에 매운 음식이 통할까’ 우려
 기업 담당자의 말을 듣고 전시회 참가에 대비해 시장조사를 하던 중에 몇 가지 좋지 않은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조사한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고 떡 같은 종류의 음식 또한 먹어보지 않아 러시아 시장 진출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이었다. 수출할 제품이 인스턴트식 떡볶이다보니 매운 것과 떡 이라는 두 가지 리스크에 모두 해당하였고 제품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시회 진행에 초점을 맞추어 효과적인 마케팅 대책 강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기업의 담당자와 거듭 대책 회의를 통해 내린 결론은 아주 매운 음식보다는 비교적 덜 매운 치즈 떡볶이와 짜장 떡볶이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맛을 가진 매콤 달콤 떡볶이 제품을 위주로 시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부스에서 직접 조리를 함에 따라 시각적인 측면과 후각적인 측면을 자극하여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고 좀 더 많은 바이어들이 우리 부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부분의 바이어들이 이전에 접해보지 않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우선 시식을 권하고 제품에 대한 반응을 체크하는 동시에 떡볶이라는 음식에 좀 더 친숙해 질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떡볶이는 맛있다!
 러시아 전시회 첫 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처음 부스를 찾아온 바이어에게 시식을 권하였고 시식을 한 바이어가 생각보다 맛있다는 반응에 내심 기뻤다. 예상과 달리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전시회 중에 현지에 사시는 통역사로부터 농심, 오리온 등 한국 식품 회사들이 많이 들어와있고 도시락 같은 한국 라면도 일반화돼 있어 한국 식품에 대한 선호도와 신뢰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러시아 젊은이들 사이에는 한류 문화가 확산되고 한국 식품 소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또한 러시아 사람들은 표현할 때 맛있다는 말을 겉치레로 하지 않고 맛있으면 맛있다, 맛없으면 맛없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편이라 우리 제품을 진짜로 맛있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러시아에 오기 전부터 걱정했던 떡볶이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나로서는 시작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다. 전시회 기간 중 시식 후에 바로 맛없다고 뱉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바이어들이 진솔하게 맛
있다는 반응이었으며 전시회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어들의 반응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식한 바이어들이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되는 간편한 조리법과 뛰어난 맛에 시식 후에 현장구매까지 요청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번 방문했었던 바이어들이 다시금 찾아와서 시식을 다시 요청하는 일도 빈번했다. 바이어뿐만 아니라 전시회장을 찾아온 러시아 소녀들이 떡볶이맛이 매우 좋다며 전시회 기간 내내 우리 부스에 찾아와서 시식을 했었고 친구들까지 데려와 시식을 권하고 현장구매를 하도록 하여 홍보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마지막 날에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줘서 고맙다며 초콜릿과 간식 등의 선물을 주는 사람도 있었으며, 전시회에서 좋은 기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며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한국 식품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전시회 기간을 황홀하게 보낼 수 있었다.


빠쁘로 뽀바찌에(한번 드셔보실래요)?
 내가 그나마 할 줄 아는 외국어는 영어뿐이고, 모스크바가 유럽과 근접한 지역이라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바이어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러시아 전시회에 참가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러시아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매우 적었고 현지 통역사 도움 없이는 진행이 아예 안 될 정도로 언어의 장벽이 높았다. 이전 전시회에서는 바이어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바이어가 어떤 사업에 종사하는지 질문하는 등 주로 통역과 상담 업무를 진행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는 통역, 상담 등 대신에 대화가 필요 없는 시식 보조업무를 해야 했다. 제품을 조리하고 바이어들에게 시식을 권하는 역할이었다.
 그 동안 참가했던 전시회에서는 내가 주도적으로 바이어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며 협상 내용을 상담일지에 기재하고 기업 담당자와 상의하는 등 주도적으로 참가한다는 의미가 있었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냄비에 떡볶이를 조리하는 일만 하게 되다보니 아쉬움이 켰다. 자연스레 전시회를 좀 더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언어 장벽을 깨는 일이었다. 그래서 첫날 시식보조 업무만 한 뒤 숙소에 돌아와서 통역사에게 간단한 인사법과 한번 드셔보실래요?(빠쁘로 뽀빠지에)와 같은 간단한 러시아어를 배웠다. 다음 날부터 부스를 방문한 러시아 바이어에게 시식을 권하면서 러시아어 몇 마디를 쓰자 바이어 유인이 한결 자연스럽고 효과적이었다.
 러시아 바이어와 상담한 내용을 알지 못해 바이어가 가고 난 뒤 상담 일지를 작성해야할 때 다소 난감했다. 통역사에게 들은 내용을 일지에 직접 작성함으로써 다녀간 바이어에 대해서 주요 정보를 숙지했다. 바이어가 방문했을 때 상담한 내용을 기억하여 그 내용을 토대로 좀 더 직접적이고 유효한 질문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하려한 것이다.


좋은 인상을 주려는 노력이 수주 가능성 열어
 러시아에서 귀국한 뒤에 다시 기업 담당자를 만났다. 전시회 사후 관리 문제로 방문을 약속하고 찾아갔는데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기업 담당자는 이번 러시아 전시회가 예상보다 매우 성공적이었고 그 바탕에는 내 역할이 컸다고 말해주었다. 컴퓨터로 바이어들과 주고받은 메일을 보여주는데 상담했던 바이어 가운데 “항상 웃으며 시식을 권하던 직원의 표정이 생각난다”, “항상 친절해서 좋았다” 등등 나에 대해 칭찬하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상담했던 바이어 가운데 독일 수입회사, 블라디보스톡 유통회사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오고 있는 상황이며 현재 가격이나 견적에 대한 문의를 해오는 상황이라고 한다. 특히 블라디보스톡 기업의 경우는 먼저 적극적인 수입 의지를 보이면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고 관세율 등 세부적인 조항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 수출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전시회를 통해 현장에서 수출 오더를 거머쥐는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바이어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칭찬을 받아 결과적으로 수출 가능성을 열었다는 사실은 무척 기쁜 일이며 내가 무역인으로 한발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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