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부품 P사는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있는 직원 73명의 중소기업이다. 고척동은 원래 제조업의 중심기지 역할을 해오던 구로동, 문래동, 신도림동과 이웃해 있는 곳이다. 구로디지털밸리와 가산디지털단지에는 지금도 약 1만개 중소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선반, 밀링, 프레스, 표면처리 등을 하는 중소기업만 따져도 2,000개를 헤아린다. 이곳은 보통 업력 30년의 장인들이 땀을 흘리는 곳이다. 사업한지 10년 안팎의 기업인은 명함을 내밀기 힘들 정도다.

P사는 스위치, 푸시 버튼, 에너지 레귤레이터, 잭 등을 생산한다. A사, B사 등 가전업체의 냉장고, 세탁기에 들어가는 스위치를 납품하고 있기도 하다. 회사는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찌감치 중국 산동성 문등에 현지공장을 설립했고 임가공 무역을 통해 제품을 조달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공장 2017년 5월 가동

하지만 현지의 지속적인 임금상승, 한·중 양국관계의 불안정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국내 수급이 영향을 받아 새로운 해외공장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협력사인 A사, B사가 동남아 시장진출 및 원가절감을 위해 동남아로 진출함에 따라 이 회사도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하여 2017년 5월 가동에 들어갔다.

베트남은 국내기업의 진출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1992년 베트남과의 수교를 계기로 우리 기업의 진출이 본격화됐고 초기에는 대기업들이 가전, 철강 등 중공업 분야를 중심으로 베트남 진출을 시작했다. 그 뒤 섬유, 봉제의류, 신발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투자가 증가했다. 2007년 베트남의 WTO 가입 등을 계기로 제조, 건설, 부동산 개발 등 대형 투자사업이 활발히 전개됐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베트남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대 베트남 진출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2016년 11월 누적기준으로 5656건의 직접투자(FDI)가 이뤄지고 있고 4224개(한국수출입은행 통계)의 한국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국 등 아세안국가 수출에서도 혜택

P사는 베트남 공장 설립은 시장 개척과 FTA 활용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한-아세안 FTA’를 통해 국내에서 제조된 부품을 베트남에 수출하게 된다면 현지에서 무관세로 부품을 받아 제조·가공을 할 수 있다. 또 완성된 제품을 국내에 다시 수입하거나 태국 등으로 수출할 경우 한-아세안 FTA에 의한 관세 혜택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동남아에 진출한 가전업체인 A사 및 B사와 거래도 원활하다는 이점이 있다.

P사는 한국에서 수출하는 부품이 한-아세안 FTA에 따른 협정관세 적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활용을 본격화하기 위해 OK FTA 컨설팅을 신청하게 됐다.

P사는 국내 가전업체가 진출해 있는 멕시코, 폴란드 등에 완제품(가전용 부품)을 수출하고 있었다. 또 중국 문등공장과는 임가공 무역을 통해 수출입을 하고 있었으나 FTA 활용은 걸음마 단계였다. 폴란드 수출의 경우 한-EU FTA에 따른 관세 혜택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간 FTA를 활용할 여지가 없다보니 수출입을 담당하는 영업부 직원들은 FTA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였다. 어느 기업이건 마찬가지지만 복잡한 FTA 업무를 추가로 맡고 싶어 하는 직원은 찾기 힘들었다.

[한–아세안 FTA 협정세율]

[협정별 원산지 결정 기준]

협정체결국 원산지기준 충족 일괄 검토

하지만 OK FTA 컨설팅에 따라 담당 컨설턴트의 품목분류 교육, FTA 교육, 원산지 결정 기준 교육을 거치면서 영업부 직원들은 FTA가 무엇인지에 대해 바로 알게 됐다. 수출 대상물품이 각 협정에서 요구하는 원산지 결정 기준을 반드시 충족해야 FTA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인식하게 됐다. 당장 수출을 하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 전반에 걸쳐 수출품이 원산지 결정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주요 수출품은 한-인도 CEPA를 제외한 모든 협정에서 4단위 세번변경 기준(CTH)이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파악했다.

다음 단계로 진행한 것은 수출품이 원산지 결정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컨설팅을 통해 베트남에 수출할 물품이 원산지 결정 기준을 충족함을 확인했다. 소요자재명세서 및 제조공정도 등의 기초자료도 만들어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신청을 진행했다.

회사 대표자가 앞장 서 FTA 활용 주도

이 과정에서 맹활약을 한 사람이 이 회사 대표이사다. FTA를 활용하고자하는 대표이사의 의지가 매우 강력했다. 컨설팅을 통해 FTA 활용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대표이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회의를 주도하고 업무분장을 직접 챙기면서 진행 상황을 조목조목 빠짐없이 체크했다.

특히 컨설턴트를 베트남 공장으로 직접 초대하여 현지 주재원들의 FTA 활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베트남 공장이 원부자재를 수입할 때 사용하는 HS코드에 대한 점검을 받도록 했다. 이와 함께 베트남에서의 수입통관 과정에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과 대응 방안에 대해 현지 통관사들과 함께 검토할 수 있도록 했고 현지법인 인력을 증원하여 FTA 업무 및 해외영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베트남 현지공장용 부품 등 수출 급증세

한-아세안 FTA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를 취득하면서 2017년 3월부터 본격화된 베트남에 대한 원자재, 부자재 수출은 AK 폼(Form)을 따르는 원산지증명서를 작성함으로써 현지에서 무관세 통관이 가능하게 되었다. 품목별 인증수출자 인증을 받게 됨에 따라 원산지증명서 신청에 제출하는 서류가 간소화되고 발급심사 기간이 단축됨에 따라 FTA 활용 업무가 효율화되었다.

P사의 2016년 수출액은 2100만 달러였다. 2017년 이 회사가 베트남 공장을 짓고 한-아세안 FTA를 활용한 수출을 본격화하면서 수출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7년 1~9월 기준 이 회사의 수출은 1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수출전망 또한 밝아 그간 중국 위주의 임가공 무역에 치중했던 이 회사의 수출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K FTA 컨설팅을 담당했던 컨설턴트는 “FTA는 회사 내 관련업무 담당자들의 열성과 관심도에 따라 활용도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으나 P사는 대표이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FTA 활용을 극대화시킨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국무역협회 FTA 활용지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