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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0년전인 1919년 4월 11일 상하이의 한 골목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생했다. 그 자리는 지금 대형 쇼핑몰로 바뀌었고, 주변도 상하이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상권이 됐다. 국내에서 3·1운동(혁명이라 쓰고 싶지만 훗날을 기약한다)이 일어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당시 동양 최대의 정치, 비즈니스 중심지에서 우리 정부가 탄생한 것이다.


당시 상하이는 다양한 국가가 자국의 힘을 세워가던 곳이다. 그 중에서 임정이 자리 잡은 곳은 상하이에 있던 많은 조계지 가운데 프랑스 조계지였다. 형형색색의 중저층 건물이 거리를 채웠던 이 프랑스 거리는 말 그대로 자유가 있었다. 그렇기에 임정이 생긴 2년 후에 근처 싱예루에 있는 한 집에서 중국공산당 1차회의도 열릴 수 있었다. 이후 임정은 여러 차례 이사를 했는데 1932년 4월 29일 윤봉길 의사의 홍구공원 의거로 인해 이주의 역사가 시작한다.


필자가 중국에 체류하던 시절 가장 관심을 가졌던 테마는 중국 내 항일운동을 하던 이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KBS에서 제작한 신채호 선생이나 김산(본명 장지락)의 현지 진행을 직접 했고, 다양한 취재나 답사를 안내하면서 그 현장을 만났다. 상하이에도 갑신정변 실패로 도망한 김옥균이 1894년 3월 28일 홍종우에 피살된 것을 포함해 수많은 유적이 있다. 상하이를 다니다보면 임정의 인물은 물론이고 한락연(중국의 피카소로 불린 조선인), 김염(중국 영화 황제가 된 독립운동가 김필순의 아들) 등 수많은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흔적을 남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필자는 직접 ‘임시정부 2만리 길을 가다’(KBS 2003년 9월 방송)라는 다큐를 연출하기도 했고,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의 기록을 기사나 책으로 기록했다. 특히 임정 다큐를 만 들때의 기억은 선명하다. 2003년 여름은 한국이 IMF 위기를 서서히 벗어나고, 다시 제 모습을 찾아가던 시기였다. 중국은 2001년 12월 11일 WTO 정식 회원국으로 등록하면서 대외 경제에 기초를 세우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중국 내 산재한 임시정부 유적지나 관련 지역을 찾아다녔다. 우선 앞서 말한 상하이 임정의 출발지는 이미 상가로 변한 상태였다. 대신에 지금 임정기념관이 있는 보경리 8호는 잘 보존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미 내부 촬영을 철저히 금지할 만큼 주변과의 갈등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0미터 가량의 길 맞은편은 지금 고급 아파트가 ㎡당 20만 위안(한화 3400만 원 가량)까지 호가할 정도로 재개발이 활발한데, 우리 임시정부 청사 보존을 위해 재개발이 막힌 상태니 불만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만에도 중국 정부나 상하이시, 노만구가 우리 임시정부 유적지를 보존해준 것은 한국의 위상이 그 만큼 높아진 덕분이다. 뿐만이 아니다. 김구 선생이 피신했던 지아싱의 김구 피난처는 필자가 취재할 당시 막 철거가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파괴가 아닌, 복원을 위한 것이었다. 지아싱에 한국타이어 공장이 건설되어 지역 경제에 큰 공헌을 하자 시정부가 김구 선생 유적지를 ‘김구 피난처’란 이름으로 복원했다. 또 김구 선생이 잠시 피신했던 하이옌 재청별서도 당시에 복원되어 우리 독립운동의 현장으로 보존되어 있었다. 항저우 서호 주변 호변촌에 있는 청사는 공식적으로 임정이 피신했던 곳이다. 이곳도 한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임시정부 기념관으로 복원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김구 선생이 절명할 뻔한 창사 남목청이나 류저우 임정 체류지도 모두 기념관으로 복원됐다.


충칭은 우리 임시정부가 광복을 맞은 장소다. 필자는 중국에서 생활한 후 첫 방학을 맞은 2000년 1월 3일 경에 충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했다. 당시 충칭의 인상은 가난 그 자체였다.(필자의 졸저 ‘중국 도시기행’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 한 기업이 주도해 연화지에 있는 마지막 임정 청사를 복원한 상태였다. 이 청사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청사 가운데 계단에서 환국 행사를 마치고 찍은 사진을 오마주 하는 기념촬영을 해 화제가 된 곳이다. 충칭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언덕바지에 있는 충칭 청사도 머잖아 재개발 열기를 만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광복군 청사 등은 철거를 앞둔 상태에서 정부의 노력으로 기념관으로 복원되는 상황이다. 충칭 역시 상하이와 비슷한 도시 발전의 궤적을 걷는 만큼 역시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지금까지 중국 내 우리 임시정부 유적들은 우리 정부와 민간의 노력과 높아진 국가의 위상 덕분에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또 우리가 제국주의 세력에 대항해 함께 싸웠다는 것을 누구보다 중국이 잘 알기에 많은 공을 들여서 그 유적을 보존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날을 예견하기는 쉽지 않다. 사드 이후 급속히 냉각된 한중 관계가 풀리지 않는 것은 중국이 우리나라를 이전과 같은 시각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임시정부를 취재하던 당시만 해도 톈진, 옌타이, 웨이하이 같은 도시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작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사반세기 만에 한국기업이 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급속히 약화됐다. 그런 상황에서 사드라는 엄청난 악재가 터졌다. 우리의 역할이 줄어가는 시점에 우리 스스로가 자충수를 두었다고 생각하는 중국 정부는 의도적으로 한국과의 거리를 멀리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향후 한중 관계는 이런 관계로 고착될 것인가. 만약 지금 정도의 국가라면 분명히 중국은 한국을 이렇게 대우할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반전의 계기도 있다. 만약 한국이 북한과 함께 경제공동체로 작용해 정치적으로 위상을 갖춘다면 중국에게 있어 한반도는 미국과 일본 세력의 중간에 있는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120년 전에 한반도는 열강의 각축장이 되어 모든 것을 잃어야 했다. 우리 땅은 청일전쟁의 전투지가 되어 엉뚱한 전화에 휩싸였고, 러일전쟁 이후에는 경술국치까지 당했다.


하지만 당대는 그때처럼 무력이 절대적인 국제 관계의 요소가 아니다. 그렇다고 낙관할 수는 없다. 갈수록 국제 관계를 갈등으로 만들어가는 서구의 힘이 그때처럼 동아시아를 일본에게 맡기려 하는 경향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화의 가능성에 대해 낙관만할 수도 없다.


그래서 임시정부 100년을 맞는 시점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중국 내 우리 선조들의 위대한 독립운동 유산을 보존하고, 살아있는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 우리 후손들이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조창완

서남해안도시개발  투자유치본부 상무. ㈜한양 등이 추진하는 솔라시도 프로젝트의 홍보, 스마트시티 저널, 투자유치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관광 투자유치, 4차 산업혁명 관련 전문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중국여행지 50 등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changwan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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