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기업 세계로 날다 인산

kimswed 2019.01.12 06:18 조회 수 :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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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전시회 반복참가로 ‘바이어 눈도장’ 확실히 찍다

 

어질인(仁), 뫼산(山). ‘어진 산’이란 뜻의 회사 이름을 지어놓고 (주)인산의 정허헌 대표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학생활의 중심이 산악부 활동이었을 만큼 산을 좋아한 정 대표는 창업을 하면서 ‘어진 산’을 닮은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누구나 좋아하고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며 누구나 안아줄 수 있는 넉넉한 산. ‘인산’은 정 대표 부친의 아호이기도 하다. 마침 회사가 터를 잡은 땅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었고, 회사 이름에나마 감사한 마음을 담을 수 있었다. 1996년 10월의 일이었다.

 

내수 비즈니스의 한계를 깨닫다

 

충북 음성에 터를 잡은 인산은 이듬해인 1997년 (주)선명을 합병했고 1998년 무기항균제를 활용한 항균수세미 개발을 완료했다. 곧바로 크린랲과 한국암웨이에 항균수세미를 ODM 공급하기 시작했고 거래처는 롯데알미늄, 농협하나로마트, 성보크리미, 우진프라임, 애터미 등으로 늘어났다. 생산제품도 항균 다목적 수세미, 항균 고운 수세미, 항균 양면 수세미, 항균 삼중 수세미, 철 수세미 등 다양한 수세미류와 샤워타올, 행주, 세탁망, 보틀브러쉬, 테이프클리너 등으로 확대됐다.

 

(주)인산이 생산하는 수세미 제품들. 이 회사의 항균수세미는 99.9%의 항균력을 자랑한다. [사진=인산 홈페이지]

 

인산은 오랫동안 고유브랜드 없이 OEM, ODM 방식으로 내수만 해왔다. 사업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회사는 안정적이었고 매출도 증가세였다. 하지만 이런 사업 방식은 한계가 있었다. 인산이 보유한 기술력과 경쟁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고객사가 마음을 바꾸거나 상황이 변경되면 언제든지 중단될 수도 있는 사업 모델이었다.

 

‘산’은 언제나 변함이 없어야 한다. 인산도 그래야 했다. ‘지속 가능한 인산’이 되기 위해 대안을 찾아야 했다. 정 대표는 고민 끝에 ‘고유브랜드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에서 답을 찾았다.

 

정 대표는 2012년 고유브랜드 개발에 나서는 한편, 수출 길을 모색했다. 고유브랜드는 정 대표가 직접 작명했고 디자인은 친한 친구인 KS: THE IDEA COMPANY 이근상 대표의 도움을 받았다. 한글로는 ‘부탁해요 미스터 살림왕’, 영어로는 ‘Mr.KING of HOUSE KEEPING’이었다. 영어 브랜드는 만드는 단계에서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해 9월 인산은 수세미류, 행주류, 샤워타월류, 테이프클리너류, 세탁망류 등 전 제품에 고유브랜드가 부착된 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부탁해요 미스터 살림왕’은 농협 하나로마트를 비롯한 국내 유명 유통업체에서 기존에 OEM, ODM으로 납품한 인산의 제품들과 함께 진열됐다.

 

이제 해외시장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 때 먼저 손을 내민 곳이 있었다. 한국무역협회 충북지역본부였다. 인산은 사업 초기에 무역협회에 회원사로 가입했는데, 무역협회에서는 “혹시 고유브랜드를 갖고 있느냐”며 “해외전시회에 같이 가 보자”고 제안했다.

 

CBGMS 통해 지원사업을 활용하라

 

고유브랜드를 선보인 이듬해인 2013년 5월, 인산은 충청북도가 지원하고 한국무역협회 충북지역본부가 주관한 ‘2013 홍콩충북우수상품전’에 참가했다. 그러나 경험이 없었던 만큼 부스 운영은 엉성했고 바이어도 많이 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참가에 의의가 있었던’ 전시상담회였다.

 

그런데 중요한 소득이 있었다. 해외마케팅 경험이 많은 이웃 부스들의 조언이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충북도청에서 주관하는 각종 지원사업을 적극 이용하라고 권했다. 특히 바로 옆 부스였던 월드비엠씨(주)의 조강영 대표는 충북해외마케팅시스템인 CBGMS에 들어가서 정보를 습득하고 각종 지원사업을 활용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덕분에 인산은 CBGMS를 통해 외국어카탈로그 제작을 비롯해 해외전시회, 무역사절단, 지사화사업, 시장개척단 등 충북도청에서 지원하는 해외마케팅 사업을 적극 활용하게 됐다. 인산은 첫해에만 라스베이거스 ASD 전시회, 도쿄 기프트쇼, 한국우수상품전시회, 베트남(하노이) 무역사절단, 태국 BIG+BIH 전시회, 추계충북동남아무역사절단, 유럽 3개국 무역사절단, 세계한상대회, 캔톤페어(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 충북중소기업대전 등 10개 정도의 해외마케팅 행사에 참가했다.

 

꾸준히 반복 참가했던 해외 전시회

 

이후 인산은 해외전시회 참가를 통한 마케팅에 집중했다. 해외전시회 참가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대개 충북도와 유관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충청북도와 유관기관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속적인 해외전시회 참가가 어려웠을 것이고 수출은 요원했을 겁니다.” 정 대표는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주)인산은 해외전시회 참가를 통한 마케팅에 주력한다. 전시마케팅은 타깃 전시회를 정해 꾸준히 반복 참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2018년 9월 호치민 충북우수상품전에 참가한 인산 부스. [사진=김석경 기자]

 

어느 덧 인산의 해외수출은 일본, 인도네시아, 영국, 베트남, 홍콩 등 10여 개 국으로 늘어났다. 비결은 꾸준한 해외전시회 참가를 통한 직접 마케팅이었다. “최근 4~5년 해외전시회에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랬더니, 감이 오네요. 해외전시회는 꾸준히 반복 참가해야 성과가 난다던 전문가들의 말이 맞는 말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허헌 (주)인산 대표는 최근에야 우리 회사에 맞는 해외마케팅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몇 년 전 수출을 해 보겠다며 해외전시회에 처음 참가했을 때는 전시장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했었다. 정 대표 표현에 따르면, 그 땐 ‘어리버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용’ 됐다.

 

“같은 해외전시회를 3차례 연속 참가했더니 전에 만났던 바이어가 찾아와서 반가워하기도 하고, 지나가던 바이어가 작년에도 봤다며 아는 체를 하기도 했습니다.” 정 대표는 전시회 반복 참가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했다.

 

인산은 세계 3대 소비재박람회로 꼽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비엔떼, 미국 시카고 하우스웨어쇼, 홍콩 메가쇼에는 매년 반복 참가한다. 2018년에도 독일 암비엔떼(2월), 시카고 하우스웨어쇼(3월), 홍콩 하우스웨어쇼(4월), 라스베이거스 소비재 ASD 전시회(7월), 홍콩 메가쇼(10월)에 참가했다. 9월엔 충북도에서 주관하는 ‘하노이 충북우수상품전’에도 다녀왔다.

 

해외전시회 참가가 국내매출에도 도움

 

해외전시회 참가는 뜻밖에 국내 매출에도 도움을 주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큰 유통회사 회장을 비롯한 국내 빅바이어들이 신제품과 신기술의 트렌드 파악 등을 위해 해외 유명전시회를 참관하는데, 국내에서는 만나기도 힘든 이 빅바이어들이 해외전시회에 반복 참가하는 인산을 눈여겨 본 것이다. 덕분에 인산의 수세미는 해외전시회를 통해 뜻하지 않은 국내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런 성과가 단순히 해외전시회 참가만으로 이뤄졌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에는 인산의 독자적인 기술력이 뒷받침 됐다. 인산은 1998년 국내 최초로 무기항균제를 이용한 항균 수세미를 개발했다. 인산은 영국의 ‘Hungtingdon 생명과학연구소’에서 인증 받은, 인체에 무해한 무기항균제(ANBIGENT)를 사용하는데, 이 항균제는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650여종의 세균에 대해 강한 항균력을 가지고 있다.

 

인산은 매년 국가공인 인증기관인 FITI시험연구원에서 행하는 항균 테스트(1시간씩 20회 세탁한 후 항균력 측정)를 받는데, 그 결과 식중독을 일으키는 가장 위협적인 4종의 균에 대해 99.9%의 세균 감소율을 확인하고 SF마크를 갱신한다.

 

인산의 기술력을 인정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인산의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은 한국 암웨이에 대한 납품인데, 최근 일본 암웨이에서도 그동안 독일에서 조달하던 수세미를 인산으로 돌렸다. 또 홍콩 암웨이에도 납품하게 됐고 싱가포르 암웨이 역시 상담이 진행 중이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운데)가 해외전시상담회에 참가한 (주)인산의 부스를 방문해 정허헌 대표(오른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김석경 기자]

 

 

여기저기 뿌린 수출씨앗이 ‘싹’을…

 

 

일반적으로 해외전시회나 시장개척단, 무역사절단 등은 일반적으로 즉각적인 효과가 나오기 어렵다. 수출의 속성상 바이어의 충분한 상품성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고 가격과 수량, 결제조건 등 많은 사항들이 여러 차례의 상담과 협상을 통해 합의에 이르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이어를 만나 상담을 하고 수출이 이뤄지기까지는 적어도 수개월이 소요되며 어떤 경우는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인산의 경우도 그랬다. 해외마케팅 원년인 2013년 해외전시회 등에서 만났던 바이어로부터의 주문은 이듬해인 2014년부터 조금씩 이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박’은 없었다. 많은 상담은 즉각적인 거래로 이어지지 않았고 수출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제로 영국 바이어는 2016년 2월에 독일 암비엔떼에서 인사하고, 2017년 2월에도 동 전시회에서 만나 인사하고 명함 전달을 하고, 2018년 2월에서야 반갑게 인사하고 샘플을 전달할 수 있었다. 샘플을 바이어의 본사 부속 연구소에서 시험하여 품질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되고도 3개월가량 스펙과 단가로 ‘밀당’을 하다가 2018년 7월, 그리고 10월에 각 40피트 컨테이너 1대 씩 수출이 이루어졌다. 그래도 이렇게 어렵사리 이뤄진 거래는 ‘정기거래’로 이어진다.

 

또 일본 바이어는 2년 전 홍콩메가쇼에서 만났는데 그동안 상담이 지지부진하다가 2018년에 계약을 체결하고 시범수출이 이뤄졌다. 미국도 H**마트, A**마트도 진행이 더디지만 상담이 진전되고 있다. 수출 초기부터 꾸준히 인연을 이어온 인도네시아 바이어는 최근 홍콩 메가쇼에서 다시 만났는데, 결국 수출아이템 확대로 이어졌다. 2018년 베트남에도 본격적인 수출이 시작됐다.

 

그동안 뿌린 씨가 여기저기서 ‘싹’을 틔우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2018년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로 높아졌다. 2014년만 해도 거의 제로였던 것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정 대표는 “이제야 수출기업이라고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8년 매출이 17년 대비 14% 쯤 늘었는데 여기엔 수출이 크게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김석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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