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해외에 지사를 설치해 볼까

kimswed 2019.04.20 08:45 조회 수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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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중소기업들은 독자적으로 해외에 지사를 설립하기가 어렵다. 비용, 절차, 노하우가 모두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KOTRA가 운영하는 ‘지사화 사업’은 해외무역관으로 하여금 이런 기업들의 지사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만의 ‘단독 지사’는 아니지만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꼭 필요한 시장 조사나 거래선 발굴, 수출상담 지원 등을 ‘진짜 지사’처럼 해준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지사화 사업은 현재 83개국 124개 무역관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지사화 사업을 이용한 기업이 3444개사에 달한다. 이를 통한 수출기여액은 27억 달러다. KOTRA는 올해 지사화 사업 참여기업을 3500여 개로 늘릴 예정이다. 지사화 사업을 통해 수출에 성공한 22개 기업들의 사례를 모아 책도 냈다. ‘2018-2019 지사화 우수사례집’이다. 주요 사례를 요약해 소개한다.

 

 

칭다오무역관 지사화 사업을 통해 중국시장 진출에 성공한 S사 제품. 사진 출처는 2018-2019 지사화 우수사례집.

 

 

●중국시장에서 S사 제품이 외면받은 이유는 = 2014년 피부재생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 ‘해삼원료 화장품’을 출시한 S사는 그 해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에서 개최된 한국상품박람회를 비롯해 여러 차례의 전시회와 시장개척단, 바이어상담회 등에 잇달아 참가하며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현지 반응이 전혀 없었다. 돈은 돈대로 들고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는 것 같아 포기하려던 이 회사 J대표가 마지막 희망을 품고 찾아간 곳은 KOTRA 제주사무소였다. 그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지사화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당시 한국 화장품 회사들이 많이 진출해 있던 칭다오무역관에 이를 신청했다.

 

지사화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칭다오무역관에서는 S사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외면당한 이유를 찾아냈다. 중국에서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위생허가가 필요한데 S사는 위생허가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S사의 회사명과 수출하고자 하는 한방화장품의 상표가 이미 현지 브로커에 의해 선등록돼있었다.

 

칭다오무역관은 S사에 중국지사를 설립하라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후 S사는 무역관의 도움을 받아 지사를 설립하고 그 이름으로 위생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선등록 된 상표 역시 무역관 내 IP 데스크의 도움으로 되찾을 수 있었다.

 

2016년 마침내 S사 제품들은 중국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그리고 무역관으로부터 전시회 참가, 바이어 발굴 및 상담, 수입통관, 거래처 관리 등 전반적인 업무 지원을 받으며 본격적인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S사는 화장품 외에 홍삼과 해삼 두 가지 성분이 함유된 홍해삼겔이라는 제품도 중국 시장에 내놓길 희망했는데, 중국 세관에서 이 제품을 일반식품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으로 분류해 위생허가 취득이 어려웠다. 칭다오무역관에서는 이 제품에서 일부 성분을 제외해 일반식품으로 분류가 가능한 신제품을 개발하자고 제안했고 S사는 그 제안대로 제품을 만들어 마침내 일반식품으로 중국 위생허가 획득 및 통관에 성공했다.

 

현재 S사는 중국에서 화장품 바이어를 다수 확보했으며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또 홍해삼겔 제품 역시 중국 바이어와 총판 계약을 체결해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칭다오무역관 지사화 사업을 통해 디자인 개선 자문, 시장조사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수출미수금을 카라카스무역관을 통해 해결한 N사 제품. 사진 출처는 2018-2019 지사화 우수사례집.

 

●베네수엘라 미수금은 어떻게 받을까 = 방수용 페인트 전문기업 N사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폴란드, 베네수엘라, 말레이시아 등 40개국에 수출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KOTRA의 지사화 사업을 적극 이용했는데, 2003년부터 신청한 지사화 사업만 11군데에 달할 정도였다. 그런데 2007년부터 거래해 온 베네수엘라 바이어인 유력 화학제품 전문 기업으로부터 대금이 입금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2014년 유가폭락 이후 베네수엘라 정부가 민간 거래에 필요한 환전량을 대폭 축소한 까닭이었다. 2016년 N사 대표가 직접 바이어를 찾아가서 미수금 및 이자 30만 달러에 대한 지급 약속을 받았으나 이는 그 후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N사는 KOTRA 카라카스무역관에 지사화 사업을 신청해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도움을 받기로 했다.

 

카라카스무역관측은 소액이라도 정기적으로 상환을 받는 전략을 택했다. 카라카스무역관측에서 움직이자 베네수엘라 바이어는 무역관이 민간기업 간의 문제에 관여한다며 경계했다. 무역관 담당자는 KOTRA가 대사관 소속으로 근무하며 상환을 강제하는 게 아니라 양자 간의 미수금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인 거래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설득해나갔다.

 

무역관측은 지속적으로 바이어와 접촉하던 중 베네수엘라 정부가 매주 두 번 민간기업에게 달러화를 경매에 붙이고, 낙찰 기업을 발표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그 낙찰 기업에 바이어가 속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 상환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카라카스 무역관 담당직원은 무려 3시간이나 걸리는 바이어의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이러한 정보력과 노력을 통해 비록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나마 바이어 측으로부터 정기 상환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또한 무역관측은 상환에서 그치지 않고 양자 간의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이후 N사와 베네수엘라 기업 간의 신뢰가 회복됐고, 2017년에 다시 수출이 재개됐다.

 

수출 경험이 전혀 없는 E사의 프랑스 철도 스크린도어 수주 자료 사진(파리의 철도). 사진 출처는 2018-2019 지사화 우수사례집.

 

●수출경험 없는 중소기업의 프랑스 공사 수주 = 독보적인 ‘상하 스크린도어’ 기술을 보유한 E사는 프랑스 철도청 관계자의 관심을 받았다. 프랑스는 철도에서 자살사건, 안전사고 등 문제가 많았지만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유럽은 철도가 각각 다른 기종이라서 승하차 문의 위치가 달랐고 기존 스크린도어를 사용할 수 없었다. 프랑스 철도청 관계자가 E사의 위아래로 열리는 ‘상하 스크린도어’에 주목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프랑스 철도청과 실무접촉에 나선 E사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파리무역관측에 회의 참석 지원을 요청했다. 프랑스 철도청이 E사의 기술력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해서 낙관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몇 년간 투자한 대기업들도 실패했었고, 프랑스의 기업들은 영어보단 프랑스어를 선호해 계약서 등을 작성할 때도 프랑스어를 요구했다.

 

프랑스 철도청과의 첫 미팅은 토목, 철도에 있어 세계적 선두기업인 S사에서 진행됐다. 앞으로의 계약 여부 진행에 있어 중요한 만큼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회의시간이 길어졌다. 파리무역관은 E사와 프랑스 철도청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이나 정보 지원 등으로 미팅을 도왔다.

 

파리무역관의 도움으로 미팅을 무사히 끝낸 E사는 파리무역관에 지사화 사업을 신청했고 수출 경험이 전혀 없던 E사는 파리무역관의 밀착지원을 받으며 마침내 스크린도어 설치를 위한 공사를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출 실적이 없는 중소기업이 문화적 차이와 언어장벽 등을 극복하고 프랑스에서 사업을 따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계약이 성사된 후 E사는 파리무역관과 함께 프랑스 철도청이 지정한 여러 건설사와 수많은 회의를 거치며 파트너로 자리하고 있다. 거의 모든 미팅에서 파리무역관이 함께했다. 엔지니어링 및 설치와 관련된 기술협력 내용도 지원이 필요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여러 방식이 달랐던 것이다. 그 때마다 파리무역관은 여러 루트를 통해 정보를 파악하고 해결점을 찾아주는 등 E사의 ‘지사’로서 역할을 다했다.

 

오사카무역관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히트한 H사의 아로마 비누. 사진 출처는 2018-2019 지사화 우수사례집.

 

●주부의 인생 2막, 해외에서 빛나다 = H사의 대표는 평범한 주부였다. 영업직으로 일하던 남편은 술을 마시는 날이 많았고 그 때문에 얼굴에 화농성 여드름이 끊이지 않았다. 아로마테라피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있던 이 주부는 남편의 여드름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천연향 비누를 직접 만들어주었다. 여드름이 사라지는 효과를 본 남편은 아로마를 접목한 고급비누를 아이템으로 창업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회사가 H사다. 창업은 했지만 국내 수제비누 시장은 과포화 상태였다. 남편은 일본이 비누를 후생노동성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니 그 곳에서 인정을 받자고 제안했다. 일본에서 인정받으면 한국에서도 길이 열릴 것이라는 얘기였다.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한 H사 대표는 약사성분 분석표, 안정성을 증명하는 서류, ‘알러지 프리’ 통과 인증서를 받는 등 2년 동안의 노력 끝에 판매허가를 취득했다. 그 사이에 ‘비누 이상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제품에 따라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고 주문자가 요구하는 디자인과 향에 따라 비누를 생산하는 맞춤형 제품을 만들고 브랜드도 개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일본의 바이어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수출 경험이 없었던 H사는 전시회에 참가하며 제품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중 오사카에서 개최된 ‘한국 우수상품전’에서 인연을 만나게 됐다. 오사카무역관의 지사화 전담직원이었다. 2011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지사화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바로 신청했다.

 

이후 H사의 수출은 순풍을 타기 시작했다. 기존 거래처였던 도쿄와 시즈오카의 ‘시로마쇼텐 재팬’ 수출에 이어 오사카무역관이 소개한 ‘피코몬테 재팬’으로부터도 좋은 소식이 이어졌다. 이 회사는 일본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쿠텐의 최우수업체인데 라쿠텐은 일본 법인과 일본 물류 사무소에서 3년간 일정 금액 이상의 매출이 있어야 제품 판매가 가능한 곳이다.

 

H사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오사카무역관이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왔고, 자사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원했던 피코몬테 재팬은 H사의 상품을 보고 만족했다. 마침내 H사는 피코몬테 재팬이라는 메이저 파트너를 만나 라쿠텐에 입점하게 된다. 일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H사의 비누는 라쿠텐 스킨케어부문 리뷰 및 판매 1위에 올랐다. 한 걸음 더 나아가 KOTRA 오사카무역관이 주관한 간사이 TV홈쇼핑에 출연도 했다. 이를 통해 H사 제품은 일본에서 사랑받는 한국제품의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됐다.

 

오사카무역관은 바이어 소개에 그치지 않고 일본 현지에서 숯 비누를 원한다는 정보를 알려줘 H사가 제품에 반영할 수 있게 도왔다. 또 예쁘고 독특한 포장 방법을 보거나 알게 되면 이를 H사에 보내주기도 했다. H사는 이런 도움을 통해 현지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를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오사카무역관의 도움을 통해 일본 진출에 성공한 H사는 내수사업도 날개를 달게 됐다. 국내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맞춤형 주문 생산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H사는 올해 오사카 외에도 싱가포르, 워싱턴에도 지사화 사업을 신청해 선물용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윤성식 인턴기자

 

 



한국무역신문 wtrade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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