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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을 조작해 수출대금을 가로채는 무역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이메일 해킹 관련 특이한 무역사기 사례를 공개했다. 수출기업들의 방심을 노리는 무역사기 사례 2건을 소개한다.


#1 바이어가 조작한 이메일 해킹 사건

 

2012년 설립된 R사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등재된 전라북도 고창에서 자라고 재배되는 농산물들을 원료로 사용한 화장품을 만들고 있다. 이 회사 L대표는 과거 화장품 디자인 및 상품기획 아웃소싱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창의 복분자, 블루베리, 유기농 쌀, 녹차 등 지역 특산물을 원료로 한 화장품을 개발해 냈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피부노화 억제 및 미백효과, 트러블 관리에 효능이 있는 농특산물에 소비자의 선호도에 맞춘 기획 능력과 디자인 감각이 더해지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2013년 맺은 한국무역협회와 인연은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 R사는 무역협회를 통해 수출상담회, 샘플기반 전시회, 각종 무역서신 번역 및 작문, 무역 프로세스 상담 등의 지원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수출 국가를 늘려갔다.


●바이어로부터 입금증 받고 수출품 실어 보내다 = 하지만 좋은 일에는 마(魔)가 끼는 법이다. 성장을 거듭하던 R사는 하마터면 무역사기를 당해 큰 피해를 입을 뻔 했다. R사는 2018년 4월 미국의 한 박람회에서 바이어를 만나 우리 돈 9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이후 이 바이어는 물품대금을 입금했다며 입금증을 보내왔고 R사는 물품을 미국으로 실어 보냈다. 하지만 입금증을 받고 2주가 지나도록 R사의 계좌에 실제 입금이 되지 않았다. 해당 바이어에게 확인을 요청한 결과, R사는 대금이 전혀 다른 계좌에 입금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바이어는 R사로부터 입금계좌가 변경됐다고 안내하는 이메일을 받았고 이메일에 적힌 계좌에 입금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메일에 적인 입금계좌는 R사가 아닌 ‘Victor’로 돼 있었다. 미국 바이어는 이번 사태가 R사가 이메일 해킹을 당한 결과라고 말했다. 입금계좌 변경을 안내하는 메일은 R사에서 보낸 게 아니었다. R사의 담당자 이메일 주소에서 한두 개의 철자가 틀린 가짜 메일이었다.


R사는 경찰과 은행에 협조를 요청하며 백방으로 물품대금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경찰에서는 대금을 잘못 입금한 쪽(미국 바이어)에서 적극적으로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아무런 대응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의심스럽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물건이 이미 미국에 도착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국 바이어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일부 금액이라도 지불할 테니 물품을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쉽백’으로 물품은 다시 손에 넣었지만 시간·금전 손실 = R사는 무역협회 현지 지부에도 조언을 요청하는 등 여러 가지 대응전략을 모색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미국 바이어와 Victor라는 계좌주가 동일하거나 공범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R사는 미국에 도착한 제품을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쉽백(ship-back)’을 결정했다. 수출물품은 다시 손에 넣었지만 R사는 물류비와 관련 세금 등으로 약 300만 원의 손실을 봐야 했다.


이런 일을 경험한 R사는 이후 비슷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고 있다. 가령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바이어에게 물건을 미리 보내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직원 모두 숙지하고 있다. 또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무역협회를 통해 해당 바이어의 정보도 사전에 파악, 검증하고 있다.


R사 관계자는 “사기꾼들은 절차를 무시하고 항상 ‘빨리빨리’를 요구하면서 급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실수가 나온다”면서 “2018년 8월에도 미국의 한 박람회에서 물건부터 빨리 보내달라는 바이어가 있었는데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말했다.

 

 

 


#2 이메일 첨부파일, 함부로 열지 마라

 

일본 만화 ‘검은 사기’는 사기꾼 때문에 집안이 무너지게 된 한 소년이 스스로 사기꾼이 돼 오직 사기꾼만을 상대로 사기를 치면서 복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은 사기 속 사기 피해자는 두 종류로 구분된다. ‘속은 걸 알아차린 자와 모른 채 또 속는 자’가 그것이다. C사에서 일했던 K이사는 전자에 속한다. 사기꾼의 덫에 걸렸지만 무사히 빠져나온 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있다.


C사는 눈꽃빙수기 전문 제조회사로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끊임없는 열정으로 제빙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우유눈꽃빙수기는 순간 급냉 방식의 냉각드럼시스템을 통해 웰빙 빙수를 즉석에서 제작 판매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 시스템에 활용되는 기술이 다른 회사에서 흉내를 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C사는 얼음 분말제조장치와 관련한 여러 특허권도 취득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도 C사의 높은 기술력에 주목하며 관심을 보였다. 덕분에 C사에서 해외 수출 업무를 담당했던 K이사는 잦은 출장을 다니며 항상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사기꾼은 K이사의 바쁜 일상을 파고들었다.

 

●바이어는 돈을 보냈다는데 입금이 안 돼 = K이사가 사기 사건에 말려든 것은 2016년 9월이었다. 당시 K이사는 말레이시아 바이어와 빙수기 3대를 팔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견적송장(Proforma Invoice)을 발송했다. 며칠 후 K이사는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로 일주일간의 출장을 가게 됐다. 출장에서 돌아온 K이사는 말레이시아 바이어가 아직까지 물건 대금을 보내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됐고 송금을 재촉하는 이메일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해당 바이어에게 뜻밖의 말을 듣는다. 이미 물건 대금을 송금했다는 것이다. K이사는 물건 대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고 이에 해당 바이어도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K이사의 이메일을 해킹한 사기꾼에 당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K이사가 말레이시아 바이어에게 견적송장을 발송한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기꾼 A가 C사의 견적송장을 위조했다. 이후 말레이시아 바이어에게 C사 계좌가 아닌 영국의 한 계좌로 송금을 해 달라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바이어 측은 판매자와 돈을 받는 사람이 달라서 송금이 불가능하다고 회신했다.


사기꾼 A는 C사가 한국에서 회계 감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영국 계좌로 입금 받아야 한다고 말레이시아 바이어를 설득했다. 바이어는 결국 영국에 있는 계좌로 물품 대금을 송금하게 된다. 이후 K이사가 물품 대금 송금을 재촉하는 메일을 보내고 나서야 사기꾼이 영국에서 돈을 가로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레이시아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


●피해 본 바이어에게 물품대금 할인으로 위로 = 다행히 C사는 대금을 받기 전에는 물품을 보내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에 피해가 없었지만 말레이시아 바이어는 1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보게 됐다. 결국 말레이시아 바이어가 한국까지 찾아와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C사 측은 송금 실수를 한 당사자의 잘못이므로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K이사는 해당 바이어와 재계약을 진행했고 물품 대금을 최대한 할인해주는 방법으로 위로했다.


K이사는 당시 사기사건을 돌이켜볼 때, 영국의 H사를 도용한 이메일이 사기꾼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K이사는 말레이시아 바이어에게 인보이스를 발송한 시기에 한 무역중개 사이트를 통해 H사의 인콰이어리를 받았다. 해당 이메일에는 첨부파일이 있었는데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K이사는 무심코 첨부파일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됐고 이때 개인 정보가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계약 변경 등은 반드시 유선·대면 방식으로 진행 = 무역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메일 해킹과 같은 전통적인 수법은 물론 새롭게 진화된 수법도 수없이 많은 수출업체들을 노리고 있다. 무역사기 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대면상담을 진행하지 않은 업체와의 거래에 각별히 유의하는 것이다. 중대한 계약 변경이 이뤄질 경우 이메일을 통해서만 진행하기보다는 반드시 유선연락을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바이어와의 직접 통화해 확인만 해도 이메일 해킹을 통한 사기피해 대부분을 막을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글로벌 B2B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트레이드코리아’를 이용하는 것도 사기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무역협회는 트레이드코리아를 통해 해외 바이어의 인콰이어리가 접수될 경우 그동안 축척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증된 바이어만 국내 수출업체와 연결시켜 주고 있다. 트레이드코리아만의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 상품을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은 덤이다.


정리=김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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