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즈니스의 정답과 해답

kimswed 2020.09.11 08:28 조회 수 :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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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중국에서 석박사를 공부하고 5년간의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장 및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까지 역임하며 지난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기업의 중국진출을 도왔다. 업무의 특성상 한국기업뿐만 아니라 미국기업과 일본기업 등 다양한 외국계 기업들의 중국진출도 지원했다. 3000개사가 훨씬 넘는 기업들과 함께 중국 현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같이 울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꽤 많은 성공과 실패의 스토리를 경험한 듯하다.


“소장님,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입니까?” 필자가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다. 과연 중국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중국 사업에 성공하기 위한 정답은 없다.

 

 

 


필자는 기존의 성공사례를 나름대로 정형화·공식화시켜 중국 사업의 정답모형을 만들어보고자 노력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모형을 다른 기업에 적용하는 순간 전혀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게 부지기수였다. 그 이유는 업종별·중국지역별 차이·기업조직문화 특성 등에 따라 성공요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사업을 성공적으로 잘 운영하기 위한 ‘해답’은 존재한다. 예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에서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철강팀의 수출 선박에 크랙이 생겨서 해결방안을 찾지만 뾰족한 결론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장그래가 스쳐 지나가는 말로 ‘때우면 되지 않나요?’라고 한다.

 

결국, 현지 잠수부를 수배해서 선박의 크랙을 때워서 목적지까지 가게 되었다. 이때 강 대리가 오 과장에게 장그래를 칭찬하면서 “정답은 몰라도 해답은 아는 친구예요!” 라는 대사를 남겼다. 그럼 ‘정답(正答)’과 ‘해답(解答)’의 차이는 무엇일까?


‘정답’은 ‘1+1=2’와 같이 정확한 답이 존재하는 수학·물리학 등의 자연과학 논리와 같다. 그러나 ‘해답’은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가장 최적화된 대응방법으로 경영학·철학 등의 인문·사회과학 학문논리와 흡사하다. 모든 사람과 기업을 만족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최대한 ‘정답’에 다가가는 통섭의 방법론이다. 이는 ‘융합(Convergence)’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또한 ‘정답’은 이론적인 접근이고, ‘해답’은 실무적인 접근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중국시장을 이론적인 접근인 ‘정답’을 찾으려고만 했지 전략적인 경쟁과 위기의 상황 속에서 실무적인 접근인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부족한 듯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국산 스마트폰이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로컬기업의 급부상과 시장의 변화로 인해 중국시장에서 존재감이 없어졌고,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린 스마트폰·디지털 가전 분야에서 중국 사업전략의 전면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중국시장 점유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2019년 중국 내 대부분의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철수해서 베트남으로 이전했고, 2020년 8월에는 삼성전자의 유일한 PC 생산라인인 쑤저우 공장도 생산을 중단하고 R&D 형태로 전환하며 대대적인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중국은 시안 반도체 공장을 중심으로 그 기능과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디지털 가전 및 스마트폰 등 다른 업종은 베트남 중심의 생산기지를 재구성하고 있다. 삼성의 중국 내 스마트폰·디지털 가전 사업의 부활은 가능할 것인가?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으로의 공장이전은 중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에 밀리고 있는 모든 한국제조기업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정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막대한 중국 내수시장에서 더욱 멀어져간다는 것을 의미해서 결코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5000만 명이 훨씬 넘는 5G 스마트폰 사용자가 있는 중국, 이렇게 급성장하는 중국 5G 서비스 시장을 멀리서 지켜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위기를 그냥 받아들이고 포기하기에는 중국 내수시장이 너무 크다. 위기극복을 위한 ‘해답’이 필요한 것이다.


삼성 스마트폰이 찾은 ‘해답’은 바로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제조자개발생산) 방식이었다. 가격경쟁력을 올려 중국 내 중저가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고,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도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저가 스마트폰이 차지하고 있는 내수시장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ODM이란, 주문자(원청기업)가 제조업체에 제품의 생산을 위탁하면 제조업체가 설계개발·디자인·부품조달·생산 등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진행하는 방식으로, 주문자는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은 제품을 유통·판매만 하는 형태다. 과거 성행했던 주문자가 설계개발을 하고 제조는 외부제조업체에 맡기는 OEM(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생태계를 잘 아는 중국 ODM 기업과 협력해 중국시장을 반격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ODM 기업인 ‘윙테크(Wintech)’, ‘화친(Huaqin)’ 등과 협력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중국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적의 ‘해답’을 찾은 것이다.


중국기업을 활용해 다시 14억의 중국 내수시장을 공격하는 손자병법 제5계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적을 통해 적을 제압하는 전술)’를 통한 위기극복의 해법인 것이다. ‘이이제이’ 전략은 생존을 위한 고육책이지만 매우 현명하고 유연한 해답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정답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답은 분명히 있다. 성공에 다가가기 위한 중국시장연구의 이론적인 학습뿐만 아니라 실무적인 접근인 ‘해답’을 찾는 노력이 수반된다면 분명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중국시장진출의 ‘해답’을 찾는 과정은 기존의 많은 중국진출사례 학습에서 출발한다. 국내외 기업들의 중국진출 성공 및 실패사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나한테 맞는 인사이트(통찰력)를 뽑아 나의 중국 사업에 접목해 보는 시도가 뒤따라야 한다.


중국시장은 너무 방대하고 다양한 시장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방식과 신속한 대응전략이 요구된다. 뒤돌아보건대, 필자가 그동안 만난 중국 사업 성공 기업들은 위기 때마다 그에 맞는 ‘해답’을 잘 찾아낸 것 같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환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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