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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여행길 아프리카 & 중남미
 
해외에 출장 가서 업무를 하다 보면 별별 일들이 생긴다. 비즈니스 문화나 관행, 언어, 시스템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 여러 해프닝은 선진국 후진국을 가리지 않는다. 
 
필자의 경험상 특히 아프리카나 중남미에서의 해프닝은 드라마틱했다.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됐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냉정과 이성으로 행동한다면 어떤 어려운 상황도 해결할 수 있다.
 
기억에 남은 일들 중 하나는 2012년도 앙골라 출장 때의 일이다. 당시 필자는 서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목표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모로코, 세네갈, 가나, 앙골라, 나이지리나, 카메론이 타깃 시장이었다. 
 
서아프리카를 목표로 삼은 것은 당시 우리 회사의 경쟁자인 한국기업과 중국기업이 없어 블루오션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시장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앙골라 출장을 앞두고 필자 앞에 두 가지 문제가 닥쳤다. 하나는 포르투갈어를 사용해야 하는 언어적인 문제, 다른 하나는 양질의 바이어를 찾는 문제였다. 
 
출장 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결국 아무것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해야 했다. 일단 도착해서 풀어 나가자는 생각이었다.
 
앙골라에 도착 후 호텔 지배인에게 영어가 가능한 현지 통역인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고심하던 중 어느 중국인을 소개받았다. 그 중국인은 포르투갈어에 능통했지만 영어를 할 줄 몰랐다. 다행히 나는 중국어에 문제가 없어 그를 고용하여 업무를 진행하게 됐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앙골라는 세계에서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데 택시비가 정말 재앙 수준이었던 것이다. 결국 이동수단이 문제가 되어 고심하던 차에 중국인 통역이 본인차량이 있다고 하여 일부 비용을 내고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업무시작과 함께 앙골라 루안다에서 가장 좋다는 도로를 달려 봤다. 아프리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했고 해변도로의 풍치가 좋았다. 
 
그런데 도로 위에 차량이 거의 없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길에는 많은 차량들이 포화상태인데 이용료가 따로 부과되지도 않는 이 넓은 도로에는 왜 차가 없는지 모를 일이었다. 
 
중국인 통역에게 물어보니, 이 도로는 경찰이 교통단속을 심하게 하여 차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다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우리 일행에게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경찰이 손을 들어 차를 세우고 운전을 하던 통역에게 운전면허증을 달라고 했다. 경찰은 운전면허증이 가짜인 것 같다며 우리를 경찰서로 연행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경찰이니 어쩔 수 없어 운전면허증에 있는 전화번호로 확인하라고 해도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매우 바쁜 일정을 가진 우리들을 몰아 세웠다. 
 
결국 돈을 달라는 것 같아서 50달러를 주니 더 달라고 했고, 100달러를 주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화가 무척 났지만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출장을 온 나에게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에 다른 경찰이 와서 차를 세웠다. 그리고 이번엔 차량등록증을 달라고 해 보여주었더니 등록증이 이상하다며 붙잡고 시간을 보내, 결국 다시 50달러를 주고 해결했다. 
 
그렇게 그 날 하루가 갔다. 사흘 동안 출장을 다니면서 앙골라 경찰에게 하루에 150달러에서 200달러를 고정비로 지출한 셈이다. 부패의 정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자니아에서는 또 다른 재난이 닥쳤다. 저녁을 먹기 위해 핀란드 친구와 호텔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택시로 복귀하는 중이었다. 택시가 골목길로 접어들어 왜 돌아서 가느냐고 물었더니 지름길이라고 하면서 계속 이상한 길로 가는 것이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골목 막다른 길에서 AK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찰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이 여권을 보여 달라고 해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했더니 경찰서로 연행한다고 압박했다. 그래서 우리와 동승하여 호텔로 가 확인하자고 하니 갑자기 무장경찰이 소총에 실탄을 장전하고 손을 들라고 소리를 쳤다. 경찰들은 “경찰에게 시비를 거냐”며 화를 내고 난리를 쳤다. 
 
나와 핀란드 친구는 사색이 되었다. 결국 나이가 많은 내가 나서서 경찰에게 “지갑을 꺼내려고 하니 손을 움직여도 되느냐”고 물었다.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갑을 꺼내 100달러를 주니 더 달라고 했다. 결국 200달러를 강도 같은 경찰에게 빼앗기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는 강도보다 경찰이 더 무섭다고 하는 말이 맞았다. 이후 차를 타면 기사들에게 경찰이 없는 곳으로 운행하라고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군인들. [사진=필자 제공]
중남미에 있는 베네수엘라도 외국인들이 조심해야 될 나라다. 유괴, 강도, 살인사건 등이 세계에서 매우 많이 일어나는 나라 중 하나다. 필자는 이 나라에 자주 출장을 갔다. 바이어는 필자에게 늘 조심하라는 충고를 하곤 했다. 
 
그는 필자와 다닐 때 항상 오래된 소형차를 타고 다녔다. 뿐만 아니라 차량 앞뒤로 보디가드 오토바이를 예약하여 각각 30미터 간격을 두고 차량과 같이 운행했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다니느냐고 물었더니, 좋은 차량을 타고 다니면 신호등에 걸리는 순간 강도들이 차량의 유리창을 부수고 강도질을 한다고 대답했다. 
 
보디가드 오토바이에 탄 사람들은 강도들이 차량에 다가와 강도짓을 할 때 호위를 하는 경호원인 것이다. 경호 오토바이를 탄 사나이들은 필자에게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보여주며 안심하라고 했다. 정말 위험한 나라다. 
 
이 나라에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카드결제를 할 때 단말기에서 카드정보를 복사하여 돈을 인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래서 가방에 현금을 넣어 가지고 다니며 사용해야 하는데 이 또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말 쉽지 않는 곳이다.
 
콜롬비아에 몇몇 거래처가 있어 부정기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이 나라에서 규모가 있는 회사들은 방탄차량을 이용한다. 지프가 많은데 방탄차여서 그런지 승차해 보면 묵직하다는 느낌이 온다. 
 
그런데 다소 안심되는 한편으로 더욱 불안한 느낌도 엄습한다. 방탄차이고 고급차이니 강도들의 관심을 받을까 걱정이 드는 것이다. 재다신약(財多身弱)이라는 말이 생각이 난다. ‘재물이 많으면 몸이 약해진다’는 말인데 사주명리학(四柱命理學)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보고타 시내에 이른 새벽에 나가보면 무장 군인들이 도로 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피아식별띠’를 두르고 경계를 한다. 이 광경만으로도 치안이 좋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과테말라에서는 모든 회사나 식당들의 안을 들여다 볼 수가 없다. 육중한 대문에서 산탄총을 가진 경비원들이 무섭게 노려본다.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일 때문에 가려고 하면 지인들 모두 손사래를 친다.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뜻이다. 
 
이런 곳에 가면 일만 죽어라 하는 것이 상책이다. 식사는 현지 바이어와 같이 하고 곧바로 호텔로 돌아와 쉬는 것이 제일 안전한 것이다. 
 
위험하다고 비즈니스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기회는 위험한 곳에 있는 법이다. 남들이 포기한 곳에는 항상 전리품이 넘친다. 이것이 ‘신시장의 법칙’이다.
 
▲정병도 사장은 1999년 4월 인조피혁제조 및 바닥재 수출회사인 웰마크㈜를 창업한 이후 경쟁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던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구 60바퀴를 돌 만큼의 비행 마일리지를 쌓으며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실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경영석사 과정을, 청주대학교 국제통상 박사과정에서 이문화 협상(CROSS CULTURE NEGOTIATION)을 공부했다. 저서로 ‘마지막 시장-아프리카&중남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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