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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기회
 
코로나19라는 생소한 바이러스가 우리 앞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20년 1월이었다. 필자는 2019년 12월 중국 출장에 이어 2020년 1월 초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다. 그것이 해외출장의 엔딩이 될 줄을 당시엔 몰랐다. 
 
처음에 몇 개월이면 끝날 것으로 믿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은 벌써 2년 4개월을 넘기고 있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예상을 못하는 실로 기괴한 질병이다. 이로 인해 소상공인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필자의 회사는 2000년 창업 이후 이번 코로나 팬데믹과 비슷한 상황을 몇 차례 겪었고, 그 때마다 그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첫 번째는 2002년 홍콩에서 시작된 사스(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였다. 사스는 사스-코로나 바이러스(SARS coronavirus, SARS-CoV)가 인간의 호흡기를 침범하여 발생하는 질병인데, 2002년 11월에서 2003년 7월까지 유행하여 809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774명이 사망했다. 
 
당시 필자는 중국 현지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사스로 인해 내분이 발생했다. 현지법인장이 홍콩 사람이고 홍콩에서 사스가 출현했다는 이유로 중국 직원들이 법인장의 퇴사를 요구하고 파업까지 한 것이다. 그 법인장은 홍콩을 자주 왕래하지 않았고 휴가를 다녀왔을 뿐이다. 그만큼 직원들의 사스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즉시 중국인 직원들에게 사스의 특성을 설명하고 반복해 설득하는 한편 안전 근무수칙을 만들어 시행했다. 결국 사태는 안정되었지만, 사업 초기에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사스는 당시 한국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중국에서는 현지에서 근무하던 외국인들이 대부분 본국으로 철수를 할 정도로 심각했다. 필자도 고민이 되었지만 중국에서 계속 체류하기로 결정했는데, 다행히 사스가 빠른 시일 내에 종료됐고 회사도 큰 파고 없이 잘 넘어갔다. 
 
두 번째는 2014년 발생한 에볼라 출혈열(ebola hemorrhagic fever)이다. 그 해에 필자는 서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출장을 많이 다녔는데, 바로 그곳에서 에볼라가 발생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급성 열성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사망률이 약 60%에 이르는 중증 감염병이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어 아프리카 동쪽에서 서쪽 지역으로 의욕적으로 진출하던 상황이라 절망이 컸다. 어느 정도 결과가 보이던 시점에서 어쩔 수 없이 시장 진출을 중단해야 했다. 이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엄청난 비용의 낭비로 귀결됐다. 
 
필자는 나이지리아, 가나, 앙골라, 코트디부아르, 콩고 등을 공략 중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중국기업들과 경쟁하여 시장 선점을 다툴 수 있었지만, 현재의 서아프리카는 상황이 또 바뀌어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에볼라가 종식이 될 무렵인 2015년에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다. 필자의 회사는 중동에 오랜 기간 수출해 왔지만, 다행히 앞선 두 개의 바이러스와 달리 큰 영향이 없었다. 또 필자는 중동 출장이 많이 불편하여 자주 가지 않았기 때문에, 출장을 가지 못하는 불편도 없었다.
 
▲필자의 회사는 최근 2년 새 많은 바이어를 잃었지만, 그보다 배 이상 많은 바이어들을 새로 얻었다. 대면마케팅 대신 화상미팅과 이메일에 의존해 신규거래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빨리 적응한 덕분이다. 필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용품을 수출할 수 있었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그리고 약 5년이 지나 발생한 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다. 팬데믹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지만, 몇 차례 바이러스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기에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걱정이 태산처럼 밀려왔다. 위기를 감지했는데 이를 극복할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2020년 3월 말부터 아프리카에서 연락이 빗발쳤다. 마스크와 기타 방역제품을 공급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은 마스크 및 기타 방역제품에 대해 수출이 금지된 상황이었고 알코올 종류도 수출이 불가능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중국에 확인해보니 해당 물품의 수출이 가능했다. 중국 현지 직원에게 해당 방역제품들을 찾아 구매하도록 독려해 현지에서 항공화물로 아프리카에 보냈는데 그 물량이 자못 많았다. 
 
또한 공업용 알코올이 부족한 나라에는 식용 알코올 등을 구매해 선적했고 생산기반이 부족한 나라에는 방역복과 마스크, 관련 원부자재들을 수출했다. 
 
▲코로나19 초기 아프리카에 수출하던 재사용 마스크 상품. [사진=필자 제공]
그 결과 팬데믹 2년 동안 매출이 계속 상승해 코로나 이전보다 신장됐다. 올해에는 최근 5년간 가장 좋은 실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현지법인도 더욱 탄탄한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겁을 먹고 움직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터인데 하고자 하는 의욕이 또 다른 길을 만든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회사의 주력제품이 아닌 제품으로 수출 기회를 잡을 수 있던 것은 아프리카나 중남미에서 20여 년 간 투자를 한 결과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발품을 팔고 비용을 들여 바이어들과 친분을 쌓아 왔기에 고급 비즈니스 정보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 과정 없이 단순 수출만 해 왔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급작스러운 기회였지만 직원들의 빠른 대응과 노고로 결실을 가져올 수 있었다는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또 20여 년 간 유지하여 온 중국 현지법인의 활용은 좋은 소득이었다.
 
지난해부터 심화된 해상 및 항공 운송비의 폭등과 선박 예약 어려움도 중국을 활용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컨테이너 예약이 힘들면 중국에서 생산하여 수출을 하고, 그 반대로 중국이 어려우면 한국에서 수출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언제든 공급가능한 회사로 탈바꿈했다. 
 
유화 관련 완제품의 경우 대다수 아시아 경쟁자들이 북미시장에 집중하고 있어 극심한 물류난으로 애로를 겪었지만, 필자의 회사는 다양한 지역으로 포트폴리오가 되어 있어 수출지연이 많지 않았다. 
 
필자는 22년 동안 많은 시장에 도전했지만 진출에 실패한 나라들이 몇 군데 있었다. 북미지역, 오세아니아지역, 인도 등이었다. 
 
이 지역과 나라들은 매우 까다롭고,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해 관망하거나 뒤로 미루고 있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전열을 가다듬어 모두 수출에 성공했다. 필생의 목표였는데 갑작스레 이루어지니 허전한 마음이 들 정도다. 
 
코로나 팬데믹 2년 동안 느낀 점 중 하나는 체력이 약한 바이어는 몰락의 길로 가고, 힘이 좋은 바이어들은 기회를 잡아 성장의 길로 간다는 것이다. 
 
필자의 회사는 최근 2년 새 많은 바이어를 잃었지만, 그보다 배 이상 많은 바이어들을 새로 얻었다. 대면마케팅 대신 화상미팅과 이메일에 의존해 신규거래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빨리 적응한 셈인데, 업무속도가 빠르고 기초체력이 탄탄한 기업에게는 이런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생각이 바뀌지 않는 것을 ‘인순고식(因循姑息)’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정면 돌파할 생각을 하지 않고, 대강 없었던 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는데 그것을 ‘구차미봉(苟且彌縫)’이라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 같은 특별한 시기에는 얼마나 잘 준비하고 빨리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이제 중소기업들도 수출 성공을 위해 자금력과 정보력으로 무장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마수취안(馬樹全)의 ‘위기십결(圍棋十訣)’ 중 일곱 번째에 ‘신물경속(愼勿輕速)’이라는 말이 있다. 경솔하지 말고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뜻이다. 원래의 의미는 바둑을 둘 때 한 수 한 수 숙고하며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역경도 하나씩 헤쳐 나가야 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사스, 에볼라, 메르스, 코로나 등을 거치면서 필자의 회사는 백신을 맞은 듯 나름 내성을 기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그 자체로 좋은 자산이 됐다. 
 
회사나 개인이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도연명의 ‘성년부중래 일일난재신(盛年不重來一日難再晨, 청춘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는 두 번 오지 않는다)’이라는 말처럼 오늘 흘러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1939년 독일의 무차별 공습으로 공포에 시달리던 영국 국민들에게 원스턴 처칠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침착하게 하던 일을 계속하십시오(Keep calm & carry on).”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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