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해외무역실패사례

kimswed 2016.05.24 10:46 조회 수 :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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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해도 밝히는
무역대금 사기 피해

 

제일화학공업(주) _ 정희정 팀장
플라스틱착색제 (마스터배치)

 

무역업에 종사하게 된 지 8년이라는 기간이 흘렀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해서 제약회사 연구실 쪽에 2년 정도 재직하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전업도 해 볼 생각으로 해외연수를 떠났고, 해외연수를 하면서 마케팅과 무역을 공부하게 돼 전업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역 새내기가 수출 책임 맡아 이렇게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여 무역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 회사는 무역을 따로 전담하는 부서가 없었고, 수출 창구사를 통해 수출을 하거나 필요할 때 외부 인력을 쓰는 식이었습니다. 수출을 더 늘려보고자 무역 부서를 신설한 것이 무역 새내기인 제가 업무를 맡아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역을 담당하는 상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무역을 전공했던 것도 아니었으며, 영어 조금 할 줄 알고 비즈니스 마케팅 조금 공부한 것을 밑바탕으로 수출 걸음마를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도 무역을 시작하는 단계라 무역협회 충북지부에서 시행하는 무역실무 교육을 받도록 지원하였습니다. 무역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실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 후 회사에서 후임이 들어 왔을 때도 무역협회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권했습니다. 기존에 거래하던 바이어가 있었으나, 신규 바이어를 발굴하고 시장을 넓혀야 하는데, 무역관련 기관에서 방법을 배워 신규 바이어를 찾고 신흥시장을 넓히는 일을 차근차근 해왔습니다.

 

무역실무 연수부터 시작
바이어를 만난다고 바로 거래가 되는 것이 아니고, 연락을 주고받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바이어 측의 요청에 따라 샘플을 보내주어도 거래가 이루어지는 길은 참 먼 일입니다. 쉬울 일이 아닌 것이 당연할 것이란 생각도 하여 봅니다. 입장을 바꾸어 우리 회사가 바이어가 되어도 물건을 쉽게 수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요즘 들어 중국에서 물건을 사라는 연락이 참 많이 오는데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더 적극적이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바이어들이 우리 제품의 가격을 중국과 비교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입니다. 아직은 우리 제품이 우수하다고 인정해주지만 어느 순간 중국 제품의 품질이 따라오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렇게 지난 8년간 무역 업무를 해왔고 익숙해져 왔습니다. 초보일 때는 초보라서 실수 하고, 계속 하던 일이라도 국가에 따라 요청하는 서류가 다양해서 실수가 생기고 하던 것이 줄어들었으나 항상 주의하기는 초보시절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어디 가서 ‘무역을 담당한다’고 말하기 창피한 사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말하기도 창피한 무역사기 당해
2015년 초의 일입니다. 너무 어이가 없으나, 자만했던 것이 아닌가 스스로를 질책하게 됩니다. 제가 당한 사건은 개인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인데 2-3년 전부터 피해사례가 종종 발생한 유형인 스피어 피싱입니다. 주위에 물어보니 “피싱의 한 종류 같은데...”하면서 생소해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무역관련 사기임을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사건은 4월 초 베트남과의 거래에서 생겼습니다. 베트남 바이어 중에는 적은 물량을 가끔 수입해가는 업체가 있습니다. 베트남 바이어는 주로 L/C 거래를 하는데 L/C 서류를 좀 까다롭게 하는 편이라 거래때마다 T/T로 진행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오랜만에 연락을 한 바이어와 계약이 성사되었는데 LCL로 진행하다 보니 바이어도 T/T로 거래를 해주었습니다.

 

이메일 도용하는 스피어 피싱
그래도 저는 계약서를 보내고 계약서에 바이어의 서명을 받은 후 선적을 진행하였습니다. 바이어 측에서 돈을 송금했다는 증명서를 메일로 보내줌에 따라 선적을 바로 진행하였습니다. 해외에서 송금 연락이 오면 대개 2~3일 안에 은행에서 입금을 알려주는데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은행에 조회하니 ‘들어오면 알려주겠다’는 답변을 듣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선적서류를 챙겨서 국제 우편으로 보내놓았습니다. 그런데도 은행에서 연락이 없어 다시 확인을 했으나 ‘아직 들어온 것이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바이어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는 바이어의 말에 따라 스카이프(Skype)로 장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바이어와 통화를 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바이어의 거래 은행 담당자가 저에게 보낸 메일이 있는데 회신을 왜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이메일을 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며 메일을 주고받은 내역을 보여주었는데 바이어는 제가 보내지도 않은 메일을 받았고, 저는 바이어가 보낸 메일을 받지 못한 것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계약서를 보니 제가 만든 계약서의 PDF 파일 계좌번호 부분이 다른 글씨체로 바뀌어 폴란드 바르샤바의 은행 계좌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바이어에게 그런 메일을 보낸 적이 없다고 설명했으나 바이어는 제 메일 주소로 메일이 왔으며, 그쪽으로 결제해 달라는 서신이 와서 그쪽으로 송금했다고 합니다. 스피어 피싱을 검색해보면 비즈니스 메일을 제3자가 해킹해 중간에서 무역대금을 가로 채는 수법이라고 설명하는데 그 일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받아야할 수출대금이 엉뚱한 계좌로
무역협회 트레이드SOS가 생각나서 전화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전문위원은 스피어 피싱이 확실한 것 같다는 말과 우선 사이버수사대에 신고를 하라며 ‘무역대금 회수는 어려울 것 같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웠습니다. 무엇보다 회사에 큰 누를 끼쳤다는 생각에 너무 떨렸습니다.
사이버수사대에 전화를 걸고, 지역에 있는 사이버수사대에 가서 사건일지를 작성하였습니다. 수사대 관계자는 이런 일이 우리 지역에 많지는 않지만 사례가 없지 않다며 두 번이나 당한 기업도 있다고 귀띔 해주었습니다. 메일을 누가 해킹했는지 자가로 알아 볼 수가 있다고 해서 알려준 대로 찾아보니 남아프리카 IP주소가 저와 베트남 바이어가 주고받는 서신을 해킹하였습니다.


회사 이메일로 서신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개인 메일로 일을 하였는데, 개인 이메일 보안에 허점이 있었던 것입니다. 창피하고 죄송한 마음만 들었습니다. 바로 보안을 강화하고, 메일 서신을 주고받을 때 회사 이메일 등 다른 관계자 이메일까지 같이 보내야 한다는 법을 알았습니다. 특히 계약과 송금을 주고받아야 할 때는 이메일 및 팩스, 그리고 유선으로 꼭 확인을 하며 진행해야 하는 것도 다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긴 했지만, 지금은 꼭 그렇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거래는 수출보험공사에서 운영하는 중소기업 플러스보험에 가입했던 것입니다. 수출보험공사에 내용을 보고하여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수출보험공사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실수를 했기 때문입니다. 계약서가 T/T조건이므로 T/T송금이 된 후 물건을 출고해야 하는데 바이어가 보내준 송금증만 보고 출고를 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계약서에 기재한 대로 일을 진행해야지 리스크를 막을 수 있는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겨 보게 되었습니다.


바이어가 거래하는 은행 담당자는 협조에 적극적이었으나 바이어는 안타까워하면서도 제가 보냈다는 위조계약서를 보고 송금은 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협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바이어 거래은행 담당자가 폴란드 바르샤바은행에 송금 취소를 요구했으나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합니다. 코트라 바르샤바 무역관에 사건을 설명하여 무역관이 바르샤바 검찰 쪽에 해결을 의뢰했다고 하지만 이미 5개월이 흐르고 있습니다.
무역수기는 성공사례를 써야 한다 생각하지만 제가 당한 피해를 여러 사람이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스피어 피싱을 당하고 나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인지 찾기가 힘들었고, 이런 일을 당했을 때의 대안은 아예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당하고 보니 대안이란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저와 같은 사기를 당하기 전에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공유하기 위해 경험을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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