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케이디앤이

kimswed 2016.05.25 09:24 조회 수 :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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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물 건너
15년 세일즈 활동

 

(주)지케이디앤이 _ 차성윤 대표이사
비철금속 부산물

 

‘빅 바이어-’
내가 15년 전에 무역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꿈에 그리며 쫓아가고 있는 환상같은 존재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무역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꿈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난 15년 동안 아직 한 번도 그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도 그것이 내게 환상으로 남아 있는지 모른다.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조그만 사무실 하나 얻어 책상과 컴퓨터 하나로 시작한 그야말로 1인 영세기업은 해외 전시회에 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그저 컴퓨터를 붙잡고 ‘어디 내 손 잡아 줄 바이어 하나 없나’하는 심정으로 B2B 사이트를 하루 24시간서핑하고 있다. 그야말로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헤맨다.

 

빅 바이어...그대 이름은 환상
그러다 우연히, 로또에 당첨이라도 되듯이 진성 바이어 하나 만나면 영세 무역업자에게는 대박을 넘어 ‘신의 강림’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신의 강림’같은 대박의 꿈을 향해 지나온 세월이 어언 15년이다. 내가 처음 무역을 시작할 때, 바이어와 가격을 협상하면서 바이어가 ‘중국이나 다른 나라는 가격이 싼데 네 가격은 왜 비싸냐?’고 묻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때는 그 말을 들으면 왜 그렇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이어는 당연히 그렇게 물어볼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들으면 자존심이 상했다.


바이어에게 “내 물건에 금테 둘러놨다. 그래서 비싸다”라고 뱉어 버리고 연락을 끊어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되고 인내심을 갖고 바이어를 설득하고 협상했어야 했는데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내가 처음으로 제품을 수출하게 된 것은 아마 무역을 시작하고 나서 2년쯤 지났을 때인 것 같다. 아는 업체의 자동화 기계를 수출하려고 고비즈코리아(gobizKorea)에 제품을 올려놨는데 중국 바이어로부터 연락이 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바이어와 계약서에 사인할 때까지 7개월이 걸렸다.

 

수출상담은 고도의 심리전
메일을 주고받으며 가격, 결제조건, 운송조건 등을 협의하는데 진이 다 빠질 정도였다. 내 나름의 전술과 중국 바이어의 전술이 함께 포함된 기간이다. 바이어와 협상에서는 ‘고의적으로’ 늦게 회신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내가 말한 전술이다. 바이어가 내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바이어의 메일을 읽고 나서 고의로 삼사일 후에, 어떨 때는 일주일 또는 열흘이 지난 뒤 회신을 해 주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심리전이다.


전술상 회신을 안 해주는 기간은 내게도 매우 괴로운 시간이기도 했다. ‘회신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회신을 하긴 해야 하는데 언제하나, 지금 할까 아니면 좀 더 기다렸다가 나중에 할까’ 머리를 쥐어짰다. 나만 심리전인가. 중국 바이어도 바보는 아니다. 그때부터 바이어도 회신을 안 해준다. 그럼 나도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 기간은 내가 바이어에게 회신을 안 해주는 그때보다 더 괴로운 시간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메일을 확인하면서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마치 애인을 기다리듯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다보면 며칠 지나서 바이어의 회신이 오는 경우가 많다. 기쁘지만 일부러 느긋하게 너와 조건이 안 맞아 거래가 힘들 것 같다는 식으로 회신을 보낸다. 이렇게 서로 잔머리 굴리다 지나간 시간이 7개월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렇게 7개월간의 심리전을 펼쳤으니 모르는 사람이 생각할 때는 굉장히 큰 금액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때 금액은 6,000 달러 조금 안 되는 금액이었다. 6,000 달러를 놓고 나도, 중국 바이어도 잔머리 굴리며 부단히 7개월여를 노력했다. 지금은 그 바이어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나의 무역 생활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바이어 중 한 사람이다.

 

카자흐 바이어와 서울 나들이
또 기억나는 바이어는 카자흐스탄 업체다. 이 바이어도 자동화 기계를 주문했었다. 이상하게도 이 바이어와는 계약서에 사인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개월도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카자흐스탄 바이어가 무엇을 믿었는지 바로 계약금 넣어주고 중도금 주고 마지막 잔금도 기계를 바이어 공장에 설치한 직후 바로 송금해줬다. 기계를 설치하기 위해 카자흐스탄에도 처음으로 가보았다.
이 바이어가 내 기억에 생생한 것은 서울 관광 때문인 것 같다. 바이어가 기계를 점검하기 위해 한국에 왔었다. 3명이 왔는데, 한 명은 기계를 점검하러 왔고 두 명은 확실히 한국 관광에 관심이 컸다. 두 사람은 관광이 목적이므로 관광을 시켜줘야 하는데 서울에서 관광을 시켜줄 만한 곳이 없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관광 명소는 많지만 한 곳에서 이것저것 보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의미에서다. 한강 유람선, 고궁, 남산 같은 데는 길어야 두 시간도 안 걸린다. 길게 두시간 만에 끝나면 또 다른 장소로 가야 한다. 아마 하루에 서너 곳에는 가야 하루가 끝날 것이다. 바이어이니까 잘 해줘야지 생각해도 하루에 3-4 곳을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민속촌 바이어와 가 볼 만
내가 기계를 설치하기 위해 카자흐스탄에 갔을 때의 일이다. 바이어는 우리 일행을 해발 2,400m나 되는 산에 데리고 가서 등산하게 하고, 산허리에서 정상에 쌓인 눈을 보여 주며(그때가 여름이었다) 하루를 때웠다. 바이어도 하루를 때울 수 있는 곳을 찾는데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카자흐스탄 바이어들을 데리고 간 곳이 한국민속촌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 잘 선택한 곳이다. 오전 10시경에 들어가 저녁 5-6시까지 충분히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코스다. 민속촌은 옛날 결혼식, 외줄타기, 승마 서커스를 보여주고 막걸리, 동동주에 파전을 먹으면서 하루를 보내기에 딱 좋은 곳이다. 그곳에선 잘 안 되는 영어를 많이 할 필요가 없다. 눈만으로도 충분히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난 요즘도 바이어가 오면 한국민속촌을 택한다.

 

짧은 영어에 과욕내다 진땀
영어를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하는 분이라면 상관없지만 나처럼 간신히 먹고 살만큼 하는 세일즈맨이 절대 피해야 하는 곳은 한국민속박물관이다. 외국인에게 5천 년에 빛나는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보여주겠다는 애국심으로 갔다간 낭패 보기 딱 좋은 곳이다. 왕관이나 전통 복장, 도구 등을 영어로 유창하게 설명하실 수 있는 세일즈맨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못한 분들에게 한국민속박물관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내 경우는 카자흐스탄 바이어를 한국민속촌으로 안내한 다음날 민속박물관을 데려가 낭패를 본 경우다. 박물관에서 설명을 조금 해주다 도저히 영어가 되지 않아 포기하고 바이어 꽁무니만 졸졸 쫓아 다녔다. 카자흐스탄 바이어들은 처음 보는 한국의 역사와 전통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자기들끼리 이것저것 보고 얘기도 하면서 5시간 정도 보냈는데 그 시간이 왜 그리 길고, 기분은 왜 그렇게 찝찝하던지 아직 기억이 생생하다. 무역을 하다보면 내가 셀러가 될 수도 있고 또 바이어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셀러라면 바이어로부터 샘플을 요구받아서 보내주게 되는데 한두 명이면 괜찮지만 많은 바이어에게 샘플을 보내려면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제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떨 때는 한 달에 엄청난 돈이 샘플비와 운송비로 지출된다.

 

돈드는 샘플 제공도 고기술
무역을 처음 할 때는 ‘이것도 투자다’ 생각하고 열심히 보냈다. 바이어가 샘플비와 운송비를 주지도 않겠지만 달라고 하지도 않고 모두 내 돈으로 보냈다. 이렇게 무작정 샘플을 보내고 나서 나중에 깨달았다. 샘플비와 운송비를 주지 않고 샘플을 요구하는 바이어는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샘플비와 운송비를 보내오지 않는 바이어에게는 절대로 샘플을 보내지 않는다. 샘플비와 운송비를 요구해서 들어주지 않으면 더 이상은 연락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바이어가 되어 샘플을 보내달라고 요청할 경우는 이상하게 달라진다. 어떻게 해서든 샘플비와 운송비를 주지 않고 셀러를 설득하려 드는 것이다. 셀러일 때를 생각하면 샘플비와 운송비를 주는 게 당연한데 그냥 받으려고 설득하려 하니 비즈니스란 참 묘한 구석이 있다.
무역을 하다보면 외국 셀러나 바이어로부터 가끔 사기를 당해 무역대금을 떼이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난 지금까지 사기를 당해보지는 않았지만 그 근처까지 간 경우가 몇 번 있다. 첫 번째는 비철금속을 수입하려고 B2B 사이트를 통해 영국 셀러와 연결된 경우다. 이메일 대신 스카이프, 채팅으로 가격 등 거래조건들을 협의했다. 스카이프 또는 채팅을 하려면 우리 시간으로 거의 밤 12시가 돼야 할 수 있다보니 거의 대부분 새벽 2시 넘어서까지 채팅을 했다.

 

아슬아슬 했던 무역사기의 덫
셀러가 요구한 결제조건은 30% 선금(Deposit)에 70% 선적후 결제였다. 30%만 하더라도 몇 천만 원이 넘는다. 그래서 셀러와 계속 협의해서 10%까지 내렸다. 10%를 거의 송금할 즈음에 런던 KOTRA 직원을 우연히 알게 되어 영국 셀러를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더니 하루 만에 연락이 오기를 그 회사에 근무하기는 하지만 사장은 이 거래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기성이 농후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영국은 유럽의 신사의 나라로 신용도도 높고 사기를 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피력하자, 영국도 옛날이나 신사였지 사기 치는 셀러가 많은 것은 마찬가지라 했다. 거래를 중지하려고 하니 셀러가 5%까지 내려주겠다며 계속 제안을 해왔다. 5%라도 먹겠다고 달려든 것이다.
스페인에서도 엉뚱한 바이어를 만났다. B2B를 통해서 내 제품을 수입하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6개월 동안 600만 달러어치를 수입하겠다는 것이다. T/T방식이었다. 빅 바이어를 만났다는 생각에 들떠 가격 등 여러 조건을 협의한 후, 마침내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꿈에 그리던 빅 바이어를 드디어 만나는구나’ 생각한 당시 하루하루를 보낸 시간은 정말 꿈을 꾸는 듯했다. 그러나 그 꿈이 ‘일장춘몽’이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바이어가 보내 온 계약서를 읽어 보니 마지막에 사인하는 부분에 공증(Proved Law Firm)이라 하면서 어떤 회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수수료.운송료 사기형태도 갖가지
수출입 계약서에 사인을 많이 했고, 사인으로 그친 경우도 많지만 공증을 받는 경우는 없었다. 바이어에게 이것이 왜 필요하냐고 물어보니 자기네 회사는 반드시 해야한다며 3,000 달러 송금을 요청했다. ‘아! 이것도 사기구나. 내 복에 무슨 빅 바이어...’ 빅 바이어의 꿈은 사라지고 말았다. 한번은 태국 셀러가 오퍼를 보내왔는데 비철금속의 가격을 현재 가격보다 훨씬 싸게, 그것도 결제는 한국에 물건이 도착해서 검수한 다음에 결제를 해달라는 것이다. ‘아니! 얘가 뭘 믿고 나한데 이렇게 물건을 주겠다는 것인가’ 의아해 하면서 내가 밑지는 건 없는 것 같으니까 셀러와 계속 진행해서 계약서에 사인까지 완료했다. 가격조건이 ‘FOB Laem Chabang port’라서 국내 운송업체 수배에 나섰다. 그런데 셀러는 자기네가 계약한 포워더(Forwarder)가 있으니 그 포워더를 써야한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가격이 싸다면야 누구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셀러가 지정한 태국 포워더를 접촉했다.


국내업체보다 가격도 엄청 비싸고 운송비를 100% 선불(Prepaid)로 해야 한다는 조건이 왔다. “운송비를 선지급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물건이 도착하면 확인하고 지불하겠다”고 했으나 선지급을 고집했다. 태국 셀러에게 한국 운송업체를 쓰겠다고 해도 셀러 역시 계약된 운송업체를 써야한다고 우기는 것이었다. ‘어쩐지 가격이나 거래 조건이 너무 좋더라니...’ 운송비를 가로채는 다단계 사기같아 거래를 중지했다.

 

해외출장도 잘 선택해야할 사안
사기인지 아닌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중국 바이어로부터 알루미늄 팔렛에 대한 오퍼가 들어왔다. 총액이 60만 달러 규모였다. 협의를 진행하여 계약서에 사인할 단계까지 왔다. 바이어에게 계약서를 보낼 계획이니 사인해서 보내주면 내가 사인해서 보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중국 바이어는 자기 회사로 와서 얼굴을 보고 거기서 사인을 하자는 것이다. 나는 “당신이 바이어인데 바이어가 와서 셀러의 공장도 확인하고 품질도 확인하는 게 좋겠다. 당신이 한국에 와라”고 했더니 너무 바쁘다면서 중국으로 오라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중국에 와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 계약금을 보내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건 뭔가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무역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없었다. 바이어가 셀러를 확인하려 들지 않고 셀러가 찾아가야 계약하고 계약금 40%를 바로 보내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까. “바이어를 찾아가면 계약금까지 주겠다는데 이게 왜 사기야? 손해 볼 게 없는데 가면 되지.”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데 그것이 뭔지는 알 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패를 버리지 못하고 혹시나 하며 만지작거리고 있다. “과연 이 패가 뭘까?” 마지막으로 내가 무역을 하면서 겪었던 황당한 사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모리셔스의 셀러였다. 스카이프 채팅으로 협의를 했는데 거의 협의가 마무리 될 즈음에 이 셀러와 채팅을 하면서 제조업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분명히 제조업체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셀러에게 “당신은 제조업체가 아닌 것 같다”고 했더니 갑자기 이상한 단어들이 막 나열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지. 사전을 찾아봤더니 전부 욕이었다.


그냥 가볍게 확인하려고 했을 뿐인데 그렇게 욕을 쏟아낼 필요가 있었을까. 홧김에 나도 욕을 좀 하려 했는데 문제는 내가 영어로 욕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내가 아는 영어 욕은 딱 한 가지 아주 흔한 것뿐이었다. 그래서 얘가 한 욕을 그대로 똑같이 할까 생각도 했으나 말로 이길 자신은 없어 조용히 말했다. “Good luck to you and your family as much as you gave politeness to me.”(내게 정중했던 만큼 가족들에게 행운이 따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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