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잘 준비하고 ‘길’을 찾으면 여전히 ‘블루오션’
현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그들의 방식으로 알려야

 

“시장이 크다, 그럼 경쟁자가 없나요? 한류 효과가 있다, 내 브랜드 인지도는 어느 정도인데요? 중국 소비자들은 외국산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들이 좋아하는 외국산에 한국산도 포함되느냔 말이에요. 비싼 가격으로 현지 제품과 차별화해야 한다? 그때 내 제품은 뭘 내세울 수 있을까요?”

 

9월 3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한국무역협회와 중국경영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중국 시장, 경험으로 배우자’ 세미나에서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은 의미심장한 질문들을 던졌다.

 

그는 “우리 기업들은 중국 비즈니스에 대한 흔한 오해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최근 중국의 내수시장 변화와 혁신 트렌드, 뷰티·패션·영유아 등 주요 산업에서 중국 진출에 성공한 기업들의 생생한 경험이 공유됐다.

 

서욱태 무역협회 중국실장은 행사를 시작하며 “멀리서 산을 보면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길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그 길을 찾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변화하는 트렌드에 신속히 대처한다면 중국 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라고 전했다.

 

9월 3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한국무역협회와 중국경영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중국 시장, 경험으로 배우자’ 세미나에서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제공]

 

●MAMT와 4C가 만나는 지점과 우리 기업의 접점을 찾아내야 = 첫 번째 발표는 박승찬 소장이 맡았다. 박 소장은 “많은 분들이 지금 중국 시장으로 나가면 무덤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고 물으시는데,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인건비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상황에 단순 노동집약형 사업들이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소비재나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는 시장을 보고 중국에 새로 진출하는 기업들도 많다. 또한 박 소장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 시장은 과거 피라미드 구조에서 탈피해 중산층이 가장 많은 ‘럭비공’ 형태로 소비자 분포가 변화함에 따라 소비가 지속적으로 활발해질 전망이다. 우리 기업은 이 시장을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


박 소장은 중국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혁신을 ‘MAMT’로 정리했다. 바로 ‘모바일(Mobile)·플랫폼(plAtform)·마켓(Market)·기술(Technology)’이다. 우선, 모바일 이코노미는 중국의 새로운 혁신 트렌드 중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쇼핑, 결제 등 모든 것이 모바일로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사회 전 부분이 플랫폼화 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다음으로 마켓, 오프라인 곳곳에 퍼져있던 시장들이 온라인상에서 묶이고 있다. 시공을 초월해서 모든 시장이 하나로 뭉쳐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모든 중국 사람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안면인식으로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또한 온오프라인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려는 트렌드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마지막 혁신으로는 ‘기술적 건너뜀’을 들 수 있다. 우리가 ‘스텝바이스텝’으로 발전해나갈 때, 중국은 중간단계를 뛰어넘어 그 다음 단계로 간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현금에서 신용카드를 거쳐 모바일 결제로 갔는데, 중국은 현금에서 모바일 결제로 ‘점프’했다. 중국의 신용카드 계좌 보급률은 10%도 안 된다.


이 MAMT가 4C를 만나면서 소비·유통시장에도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4C란 ‘Convenience(편리함)·Convergence(융합)·Channel(채널)·Customization(맞춤형)’이다. 대표적인 예가 알리바바의 회원제 신선식품 매장 ‘허마셴셩(盒马鲜生)’이다. 매장과 거리가 3km 이내라면 결제 후 30분 내에 배송을 완료한다. 허마앱을 통해서도 주문이 가능하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2년 전 “앞으로 중국에서 냉장고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리 먹을 것을 사두지 않아도, 딱 맞게 배송되는 시스템이 생겨날 것이란 말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소장은 “비즈니스 선이 굵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유통상이나 바이어를 만났을 때 우리 제품이 뭐가 좋은지 주절주절 말하지 말고, 핵심 키워드만 3개 정도 꼽아 어필하라는 뜻이다.


또한 그는 “화장품의 경우 많은 중국 유통상이 이미 한국에 연결선을 가지고 있어 웬만한 제품으로는 눈도 꿈쩍 안 한다”며 “자신들이 수입하고 싶은 리스트를 이미 만들어 놓고 ‘이런 제품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반문한다”고 말했다. 이 단계에서 우리 기업과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대체적으로 유통상들은 소비재를 수입할 때 ‘바이두에서 검색이 되는지’와 ‘타오바오에 올라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팔릴 가능성이 있는가를 평가하는 나름의 방식인 셈이다. 그는 “중국 유통상과 접촉하기 전 바이두 지수, 위챗 지수를 살펴보는 등 사전조사를 함과 동시에 ‘밑밥’을 깔아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소비자에게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박 소장은 “너무나 많은 채널들이 있고, 트렌드의 변화도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다”며 “나의 타깃이 몇 년생이냐에 따라서도 채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떠오르는 SNS는 더우인(抖音)이다. 더우인의 해외판인 ‘틱톡(Tiktok)’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박 소장은 “이러한 SNS 채널에서는 재미와 공감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쇼트클립)이 대세”라고 조언했다.

 

●‘한류 프리미엄’은 끝났다… 현지화가 살 길 = 다음으로 중국 화장품 기업 광모테크유한공사의 고정석 이사가 뷰티제품 마케팅 비결에 대해 이야기 했다. 가장 먼저 그는 “Why·What·How·If를 활용하라”고 말했다. 소비자와 소통할 때 ▷왜 이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지(문제/현상) ▷이게 뭔지(제품) ▷어떻게 되는지(제품 효능) ▷소비자에게 어떤 효과가 생기는지(기대 효과) 순으로 소구하라는 설명이다.


이때 ‘성분’을 강조하며 나타날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좋다. 고 이사의 말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 화장품 성분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브랜드 지상주의에서 성분 지상주의로 변화하고 있다. 기능성 성분을 활용한 제품 구성과 이를 강조하는 마케팅이 중요해진 것이다.


고 이사는 “한국에서는 제품의 성능과 효과를 너무 자세하게 말하면 오히려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반면, 중국에서는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오죽하면 ‘니코틴아미드 원액’처럼 성분명·효능을 제품명으로 하는 본토 화장품 브랜드도 있을 정도다. 이 브랜드는 ‘HomeFacial Pro’로, 지난해 618쇼핑 축제 타오바오 스킨케어 부문 브랜드 공식샵 판매량 1위, 티몰 본토 브랜드 베스트셀러 1위, 티몰 스킨케어 세트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했다.


한편, 중국 여성들의 가장 큰 피부 고민은 ‘건조함’이다. 여기에 더해 20대는 다크서클과 모공, 30대는 칙칙한 피부를 고민으로 꼽았다. 조사에 따르면 60%의 여성 소비자는 스킨케어 제품을 피부 고민에 따라 사용해 고민을 완화시키려고 하며, 사용하는 스킨케어 종류와 금액대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또한 고 이사는 SNS를 통한 마케팅과 판매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긴 하지만, 만약 프리미엄 시장을 노린다면 오프라인 매장, 특히 백화점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판매 창구”라고 조언했다.


중국 의류패션 시장 진출에 성공한 가로수 이승진 대표는 “온라인 유통만 고집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상품을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구축한 O2O 방식이 가로수의 경쟁력이자 성공요인”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중국 유아교육기업 상상락 김희종 대표는 “상상락은 전 세계 소비자가 아닌 철저히 중국 소비자만을 타깃팅 했고 직원들도 모두 중국인”이라며 현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중국 비즈니스의 3가지 핵심 전략은 ▷중산층에 집중할 것, ▷대도시가 아닌 2·3선 내륙 시장을 선점할 것 ▷디지털 혁신 중인 중국 시장에 맞는 준비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따종디엔핑(大众点评)’이라는 앱을 사용하면 현지 시장조사가 좀 더 수월해 질 것”이라고 전했다. 따종디엔핑은 현지 음식점, 생활 편의시설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모아 놓은 플랫폼이다.

 

 

민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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