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돈을 ‘어떻게’ 버는가에 초점… 착한 기업, 대세로 떠올라
KOTRA, 각 국가·기업별 사례 담은 보고서 8월 발간 예정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세계 최고 수준 유기농 표준 ‘재생 유기농 인증(Regenerative Organic Certification)’을 받은 제품을 출시한다고 6월 13일 밝혔다. 파타고니아 관계자는 “이번 ROC 컬렉션은 지구 건강을 되살리고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미래로 가기 위해 파타고니아가 수십 년 동안 노력해온 결과”라며 “이를 계기로 많은 기업과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더 나은 농업 방식을 고민하고 함께 동참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돈이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좋은 일에 앞장서고 있는 회사들에 ‘돈쭐을 내주자’며 선뜻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돈쭐’이란 ‘혼쭐’에 ‘돈’이 합쳐진 신조어로, ‘혼쭐이 나다’라는 원래 의미와는 다르게, 바람직하고 정의로운 일을 함으로써 타의 귀감이 된 가게·기업의 물건을 팔아준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와는 반대로 경영진의 갑질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악덕기업으로 찍히면 매출이 감소하고 경영진이 교체되는 등 기업 경영에 문제가 생긴다. 그야말로 착한 기업이 대세인 세상이다. 그 중심엔 ESG가 있다.

ESG 경영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개념이고, 아직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만 도입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ESG는 꽤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개념인데, 당장 눈앞의 이익과 치러야 할 기회비용 등으로 많은 기업이 도입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선진국뿐 아니라 베트남 등에서도 ESG 경영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KOTRA는 ‘세상의 모든 지식’과 콜라보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kotra TV’ 유튜브 계정에 소개했다. ESG 전문가들이 소개하는 ESG 경영과 미국, 유럽, 일본 등 국가의 ESG 경영 사례를 각각 담았다. 8월에는 관련 보고서도 발간할 계획으로, 보고서는 KOTRA 해외시장뉴스 누리집(news.kotra.or.kr)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ESG란 환경의 Environmental, 사회의 Social, 지배구조의 Governance에서 앞머리 글자만 딴 말로, 환경 보호를 위해 힘쓰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이 성공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에 관심을 가지던 과거와 달리 돈을 ‘어떻게’ 버는가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특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기후변화와 환경 보호의 중요성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이에 ESG 경영도 글로벌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KOTRA는 ESG 경영의 모범 사례로 미국의 한 의류기업을 소개했다. 바로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다. 파타고니아는 매년 ‘지구에 내는 세금’이라며 전체 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또, 친환경 목화를 재배하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짓고, 아무리 친환경 제품이라도 가급적 소비하지 않는 것이 환경엔 더 도움이 된다며 ‘제발 우리의 옷을 사지 말라’고 광고하기도 한다. 이런 파타고니아의 ESG 경영은 소비 속에서도 사회적 의미를 추구하는 MZ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파타고니아는 미국의 아웃도어 의류시장 점유율 2위 자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신흥경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에서도 ESG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E, 환경 부문에서는 2022년 1월 1일부터 개정된 환경보호법이 발효될 예정이다. 전에 비해 한층 강화된 이번 환경보호법에 따르면 탄소배출 범위 할당과 탄소배출권 거래를 합법화하는 탄소가격제를 전 세계 개도국 중 최초로 실시한다.

베트남은 개혁개방 이후 빠른 성장을 거듭하며 에너지 소비량이 급증했다. 이와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아세안에서 네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에 베트남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7%로 상향 조정하는 등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다음으로 S, 사회 부문에서는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근로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강화하고 나섰다. 근로자들의 건강 상태에 따른 보상을 철저히 하고, 여성 근로자의 결혼이나 출산에 따른 보호 장치를 마련하며 성차별을 없애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마지막으로 G,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 및 재무제표를 공개해 자금 흐름을 투명하게 하고, 고용주와 근로자 간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인사규정 같은 내부 지침을 명확히 하도록 했다.

주목할 점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도 시작하지 않은 ESG 공시 의무를 베트남에서는 2016년부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미 많은 베트남의 로컬 기업이 ESG 경영을 도입해 눈에 띄는 성과를 얻고 있다.

그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가 바로 ‘비나밀크(Vinamilk)’다. 비나밀크는 10년 전만 해도 현지 대형마트의 유제품 판매대를 점령하고 있던 외국 제품들을 밀어내고 8년 연속 유제품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ESG 경영이 있다. ‘베트남을 위한 백만 그루의 나무’ 기금 등 환경 문제에 꾸준히 투자하고, 지역 인프라나 시설 투자, 지역 일자리 창출 등 회사의 성장을 지역경제 발전에도 이어지도록 했다. 직원들의 근로 환경과 복지에도 신경 썼다. 이처럼 ESG 경영을 잘 실천한 덕에 비나밀크는 현재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로 꼽힘은 물론, 3년 연속 베트남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베트남 유통분야 선두업체 ‘사이공쿱마트(Saigon Co.opmart)’도 ESG 경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베트남 최초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중단하고, 채소 포장에도 비닐봉지 대신 바나나 잎과 재활용 종이가방을 사용하는 등 일회용 쓰레기 배출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유팩 수집과 같은 캠페인도 시행해 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소비 속에서 자연스럽게 환경 보호 활동에 참여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 그 결과 실제로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이는 달에는 오히려 매출과 방문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에 진출한 해외 글로벌 기업들도 ESG 경영을 도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스위스 글로벌 기업 ‘네슬레(Nestle)’는 베트남 농촌의 가뭄 문제와 이로 인한 커피 농가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프로젝트 네스카페 플랜(Nescafe Plan)’을 추진했다. 2만 명에 달하는 현지 농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NGO 단체를 통해 농법 교육을 지원하는 한편, 가뭄에 대비할 수 있는 대책까지 마련해준 것이다. 그 결과 네슬레는 안정적으로 원두를 공급받을 수 있었음은 물론, 베트남 커피 농가의 수입은 30%나 늘었고 베트남의 수자원도 40%가량 아끼는 효과를 거뒀다.

우리나라 기업 SK이노베이션도 30ha 규모의 부지의 18만3000그루의 맹그로브 나무를 심어 ‘맹그로브 숲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환경보호 운동에 앞장섰으며, 한국의 협력사가 베트남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또 삼성은 베트남의 노후화된 학교 도서관 공사를 지원하고 새 책과 컴퓨터, TV 등 전자기기를 제공했다. 이후 베트남 정부의 e러닝 환경 개발에도 동참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이제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법무법인 지평의 인성택 대표 변호사는 “과거에는 기업의 제일 중요한 목적이 ‘이윤 추구’였고,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그런 방식으로 경영해서는 기업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환경을 고려하고 사회의 여러 이슈에 대응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져야만 기업의 지속 가능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단순히 ‘연탄 나르기’ 봉사 같은 사회공헌 활동과 동일한 개념으로 오해하는 일이 흔하다”며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ESG 요소를 기업의 기회 포착과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민유정  07yj28@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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