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明) | 암(暗) |
검증된 위기 대응력과 빠른 회복력 개선된 수출 포트폴리오 세계 시장 정착한 K-브랜드 |
끝나지 않은 감염확산 글로벌 공급 병목과 물류난 미중 무역갈등과 공급망 재편 |
12월 13일 우리 연간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올해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출 신기록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그러나 앞날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경제 전망기관들은 내년 수출이 소폭 증가하겠으나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시장에서 큰 기회와 큰 위험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明): 검증된 위기 대응력·회복력 = 올해 우리 수출은 사상 최대 무역 규모와 최대 수출 규모, 최단 기간 내 무역 1조 달러 돌파를 동시에 달성해 냈다.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며 지난 11월에는 사상 최초로 월간 수출 6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처럼 수출 회복을 이른 시일 내에 견인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비대면 패러다임으로의 빠른 이행을 뒷받침하는 위기 대응력과 회복력이 꼽힌다. 일본 수출규제 당시 공급망 위기를 헤쳐냈던 저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빛을 발했다.
산업부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세계 경기 및 수요 회복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 반도체·조선·자동차 등 15대 주력 품목 수출이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우리 주력산업들은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명: 개선된 수출 포트폴리오 = 올해 수출은 주력 품목들의 선전뿐만이 아니라 신산업과 소비재의 비중 증가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수출에 기여하는 바도 주목받았다.
시스템반도체, 친환경차,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수출 BIG3 산업과 이차전지, OLED 등 유망 품목의 연간 수출액에서도 모두 사상 최고치 달성이 전망되고 있다. 특히, 바이오헬스·이차전지·농수산식품·화장품 등 4개 품목의 수출금액 총합은 2018년 대비 123억 달러 증가했다.
소비재 수출은 K-방역과 K-콘텐츠가 만들어낸 한류 열풍에 힘입어 농수산식품, 화장품 등이 사상 최고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드라마·웹툰 등 콘텐츠 서비스 수출이 제조업 수출과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동반 성장하는 종합 수출 강국으로의 발돋움이 시작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1월 29일 중소기업 수출이 역대 최고치인 1052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산업부는 올해 세계시장점유율 5위 이내 및 5% 이상인 세계일류상품 기업 중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76%로 5년 전 대비 2%p, 20년 전 대비 39%p 증가했다고 밝혔다.
●명: 세계 시장 정착한 K-브랜드 =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이 가지는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한국은 전 세계적인 감염확산 이후 K-방역의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방역 선진국으로 떠올랐다. UNCTAD에서는 선진국으로서 인정받았으며, 문화 시장에서는 K-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며 소비재 수출을 끌어올리는 지렛대로 작용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우리 콘텐츠 수출이 코로나19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해 2020년에는 108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수출액은 115억6000만 달러로 작년 대비 6.8%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방탄소년단·블랙핑크 등 K-팝의 인기는 감염확산 상황에서 비대면 전파력을 높이며 더욱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글로벌 스크린에서 히트한 데 이어 올해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이는 K-푸드와 K-뷰티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기생충에서 나온 짜파구리 제품이 유행하면서 농심의 해외 매출은 사상 최고를 찍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달고나 제품을 고급화해 수출하는 사업도 생겨났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한식 문화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라면, 김치, 만두, 인삼 김 등 전통적인 수출 효자 식품만이 아니라 양념·소스류와 떡볶이 떡 등 새로운 품목에서도 크게 수출이 늘고 있다.
지난해 들어 K-뷰티 산업은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권에 들어섰으며, 화장품 연간 수출액은 2000년 이후 매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올해 처음으로 ITC 통계 기준 화장품 수출 5위 국가 반열에 진입했다.
●암(暗): 끝나지 않은 감염확산 = 오미크론 변이는 여전히 내년 세계 경제에 드리운 암운 중 하나다. 일부 국가에서는 락다운과 백신패스 등 강화된 방역 조치를 재개하고 있으며, 국경도 다시 봉쇄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내년 3월까지 팬데믹으로 인한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하기로 했다.
윌리 월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무총장은 이달 초 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도입된 새로운 여행 제한에 따른 수용 인원 감소”를 지적하며 “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항만의 통제와 근로자 감염에 대한 우려를 높이며 글로벌 물류 애로를 가속할 위험 요인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서덕호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최근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으로 해외항만·내륙운송 적체가 심화할 경우 운임지수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 바 있다.
●암: 글로벌 공급 병목과 물류난 =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치솟은 해상 컨테이너 운임은 내년에도 단시일 내에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내년 수출입액 대비 물류비 비중 전망에 대해 응답 기업의 91.2%가 ‘올해와 비슷(47.8%)하거나 증가(43.4%)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8.8%에 불과했다.
수출입 물류난이 정상화되는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하반기 이후라는 대답이 대다수였다. ‘2022년 상반기’는 8.7%, ‘2022년 하반기’는 44.0%, ‘2023년’은 40.7%로 내다봤다. ‘2024년 이후’로 보는 기업은 5.7%에 그쳤다.
이준봉 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 실장은 “이번 물류 대란이 전 세계적, 구조적인 문제로 단시간에 해소하기 어려움을 직시하고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하겠다”며 “우리 기업들은 적어도 지금의 물류 대란이 적어도 상반기까지 계속된다는 가정하에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암: 미중 무역갈등과 공급망 재편 = 냉전 시대가 지난 세기 종식됐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세기에는 무역 전쟁이 이를 대체하는 모양이다. 우리나라가 최근 가입을 결정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내년 초 발효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거대 무역협정조차 미중 간 경제 신경전의 결과물들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자체적인 공급망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공급 병목과 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재정지원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부문에서 수급난이 발생한 것도 공급망 안보의 중요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최근 벌어진 요소수 대란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호주를 국빈 방문해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베트남·칠레 등과도 요소·리튬 등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핵심 원자재들의 수급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국에서 반도체·의약품 등 핵심 부품의 공급망을 지역화하려고 하는 움직임도 요주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방역 물품의 부족 상황은 세계 각국에서 트라우마로 남은 바 있다.
또한, 강화되는 환경 규제도 공급망 재편의 변수 중 하나다. 이는 중국의 석탄 생산량을 급감케 하면서 전력난을 불러일으켜 요소수 공급난의 배경이 되기도 한 바 있다.
다만 공급망 재편은 위기만이 아니라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를 타국의 생산기지를 우리나라로 끌어들이는 계기로 만들 수도 있다. 해외 생산기지 건설이 우리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어느 쪽이건 슬기로운 대응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