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겪으며 판매 패러다임·소비자 구매패턴 변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메이크업 트렌드도 바뀌었다. 마스크가 가리는 립 제품보다는 위로 드러나는 아이메이크업 제품이, 피부를 덮는 색조베이스 화장품보다는 마스크로 성난 피부를 가라앉혀줄 기초화장품이 인기다. 화장품 업계는 이러한 단기트렌드뿐 아니라 중장기트렌드에도 1년간 이어진 코로나19의 영향을 여실히 받았다. 특히 ‘클린뷰티’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그 입지를 더 단단히 했다. 클린뷰티란 제품의 성분이 무해해 사용자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뿐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하거나 동물실험을 배제하는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 뷰티를 말한다. 12월 9일 한국무역협회가 개최한 ‘2021년 글로벌 화장품 수출 확대 전략 세미나’에서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의 신혜영 연구원은 클린뷰티 외에도 향후 우리 기업들이 어떤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비즈니스를 해야 할지 ▷소비 ▷제품 ▷마케팅 ▷유통 등에서의 글로벌 트렌드를 각각 소개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서는 글로벌 화장품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세 가지 사업을 진행한다. 첫 번째는 <글로벌코스메틱포커스>라는 월간 잡지를 발행하는 것이다. 해외 뉴스와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이를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하고 키워드를 추출해 잡지에 싣는다. 월별 국가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다. 두 번째는 트렌드 예측이다. 1년 동안 전문가 인터뷰, 현지조사 등을 통해 각국 시장 트렌드가 향후 어떻게 움직이게 될지 예측한다. 세 번째는 유통조사다. 유통조사는 현지에 인력을 직접 파견해 유통채널마다 방문, 우리 기업이 진출하기 가장 용이한 유통채널이 무엇일지 파악한다. 자료들은 올코스 홈페이지(www.allcos.biz)에서 언제든지 무료로 다운받아 볼 수 있다.

◇소비·제품 트렌드 = 신 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올 1년간 단기트렌드를 좌지우지했으며, 중장기트렌드 중 몇몇은 더 강화하고 일부는 약화되도록 했다. 먼저 소비 측면을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는 홈케어·셀프케어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다만 국가별로 그 분야는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일례로 카자흐스탄 같은 경우 마스크팩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시트 형태의 마스크팩보다는 간편하게 씻거나 닦아낼 수 있는 모델링 마스크팩이 인기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마스크팩 제품 중 다수가 러시아와 한국 제품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인기 한국 브랜드로는 닥터자르트, EKE, 에뛰드하우스, 더페이스샵 등이 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DIY와 셀프케어 뷰티가 부상하고 있는데, 카자흐스탄과 다르게 네일 케어, 헤어염색 등 분야 제품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한국 수출통계에서도 네일 에나멜 제품의 대미 수출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친환경·무폐기물 트렌드도 코로나19를 겪으며 강화됐다. 소비자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이 강화됨에 따라 기존 지속가능성, 자연주의, 내추럴 코스메틱 등 트렌드가 삶 속으로 더 깊이 들어온 것이다. 기업들도 성분 위주의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이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사회 또는 환경에 어떠한 가치가 전달되는지”까지를 얘기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실제로 일본의 마마 아쿠아 사봉이라는 브랜드는 자외선차단제의 특정 성분이 바다의 산호초를 죽일 수 있다는 점에 집중, 이러한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만들고 이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는 홍보 전략을 펴고 있다.

멕시코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 중 하나는 무폐기물 트렌드다. 중남미에서는 나뚜루라는 브랜드가 선두를 지휘하고 있다. 멕시코의 로컬기업들은 샴푸 등을 ‘바’ 형태로 만들어 플라스틱 용기와 같은 포장재를 아예 만들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신 연구원은 “화장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포장이 없을 때 제품이 오염된다거나 안전상 문제가 생길까봐, 라벨링을 제대로 할 수 없을까봐 우려되는 부분이 많지만 소비자들은 그러한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지금 당장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 제품이 무엇인지가 그들에겐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소비트렌드는 ‘K-뷰티 확산’이다. K-뷰티의 입지는 특히 동남아를 중심으로 지금도 굳건하다. 베트남의 넷플릭스 인기 순위에는 한국 드라마가 오르는 경우가 잦으며, 베트남 소비자들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 신 연구원은 “현지에서는 한국 뷰티와 관련한 콘텐츠가 계속해서 발전하며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K-뷰티 마케팅 또한 그에 따라 변모한다면 충분히 유망하다”고 진단했다. 필리핀에서도 한국 여배우 메이크업 튜토리얼(tutorial) 영상 등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다음으로 소개된 제품트렌드도 소비트렌드와 비슷한 맥락을 보였다. 신 연구원은 ▷클린뷰티 콘셉트 제품 ▷천연화장품 ▷로컬브랜드 제품의 소비 증가를 제품트렌드의 세 가지 핵심으로 짚었다. 특히 클린뷰티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먼저 클린뷰티를 받아들이고 관련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유럽에서도 여전히 ‘핫’한 관심사다. 신 연구원은 유럽 바이어를 만나면 항상 “한국의 뷰티업계는 클린뷰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또는 “어떤 식으로 K-뷰티에 클린뷰티를 적용해서 풀어가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우리 기업들이 클린뷰티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야 하는 시점이다.

 
▲세계적인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이 화장품에서 인종차별적인 단어들을 없애기로 했다. 지난 6월 등에 따르면 로레알은 이날 성명을 통해 “모든 피부제품에서 ‘흰(white)’, ‘미백(whitening)’, ‘밝은(fair)’, ‘페어니스(fairness)’, ‘환한(light)’, ‘라이트닝(lightening)’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로레알 홈페이지 캡처.

◇마케팅·유통 트렌드 = 다음으로 마케팅 트렌드다. 신 연구원은 “온라인 마케팅과 관련한 내용은 정보를 얻을 창구가 많다”며 조금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는 중동을 중심으로 화장품 브랜드들이 여성 인권 신장 캠페인을 많이 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슬로건을 활용한 캠페인은 자칫하면 오히려 오인을 받을 수 있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성공하게 된다면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나 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지 등을 함께 알릴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마케팅 효과도 장기적으로 거둘 수 있다.

두 번째는 팬 경제다. 팬들이 스타나 유명인을 좋아하는 심리를 활용해 제품이나 화장품을 홍보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왕홍마케팅, 베트남의 마이크로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이 모두 팬 경제의 일환이다.

세 번째로는 현지화된 마케팅이다. 글로벌적으로 적용되진 않지만 특정 국가에 효과적인 마케팅을 펴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소비자들이 제품을 직접 테스트하지 않고는 잘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제품 리뷰나 샘플을 잡지를 통해 제공, 인지도를 높이고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유통에 있어서는 온라인에 주목했다. 오프라인은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50% 할인’ 포스터가 붙어 있어도 매출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프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하던 기업들도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용자와 참여자가 모두 늘고 있는 상황이다. 라이브스트리밍 활용도 크게 늘었다.

러시아와 CIS의 경우는 조금 특별한 변화가 보였다. ‘뷰티살롱’이 새로운 유통채널로 급부상한 것이다. 다양한 뷰티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는 토탈서비스숍이 새로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방문에 어려움이 있으나, 사태가 진정되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채널이다.

◇화장품기업, 2021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 거시적인 트렌드는 알았는데, 그렇다면 당장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첫 번째, 클린뷰티와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클린뷰티와 지속가능성은 성분부터 인증까지 적용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개념이다. 이를 잘 활용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성분과 패키징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판매방식으로까지 사고 범위를 키워야 한다.

두 번째로 판매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그동안 온라인 시장을 등한시했던 기업들도 다시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이때 어느 채널에 진출해 어떻게 성과를 얻을지 충분히 계획해야 한다. 온라인에 제품을 한 번 올려둔다고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를 운영할 인력과 전략이 필요하고 손도 많이 간다.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세 번째는 코로나로 변한 소비자를 ‘우리 제품 소비자’로 만들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기존과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새로운 소비자그룹을 타깃으로 정의하고 거기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네 번째는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인허가제도 변화를 숙지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 당장 1월 1일부터 화장품관리감독조례가 시행되고, 유럽의 경우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언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하고 친환경원료 사용을 권장하는 등 환경과 관련한 사안을 정책화하는 추세기 때문에 제품을 개발할 때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과 관련,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12월 14일과 21일 설명회를 개최한다. 신 연구원은 “참가비도 무료고, 웨비나로 개최하니 참석해 정보를 얻어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민유정  07yj28@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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