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동일시장’ 아니다

kimswed 2019.09.21 05:57 조회 수 : 149

우리 기업이 아세안 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출하려면 각국의 종교, 문화, 생활습관, 소비성향 등이 모두 다른 만큼, 아세안을 동일시장이 아닌 10개 개별시장으로 보고 국가별 맞춤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말레이시아, 태국 주요 5개국의 유망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해 성공사례를 축적한 후 여타 지역으로 확산하는 단계적 접근이 권고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발표한 ‘신남방지역 무역 및 서비스 분야 진출 전략’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대아세안 수출 현황을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4%, 세계 교역량의 7.3%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력 상승으로 상품과 서비스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함과 동시에 신산업 분야의 수입수요도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에게도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한국의 대아세안 수출액은 최근 18년간 연평균 9.3%씩 증가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1001억 달러를 기록하며 우리 수출의 16.6%를 차지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아세안 내 일부 국가와 품목에 편중된 수출구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의 대아세안 총수출 중 베트남 비중은 48.6%인 반면, 미얀마, 캄보디아 등은 1%를 채 넘기지 못했다. 품목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한국의 아세안 총수출 중 상위 3대 품목(반도체, 석유제품, 평판디스플레이)의 수출 비중은 41.8%를 기록했다. 6대 품목은 51.6%를 차지했다. 우리의 대세계 수출 상위 3대 품목과 상위 6대 품목의 비중이 각각 32.7%와 42.3%인 점과 비교하면 주력품목 편중도가 더 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다행히도 기존 주력 품목 이외에도 신산업 품목의 수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구조 개선의 여지는 높다.
 
한편, 대아세안 수출·투자기업 408개사를 대상으로 한 무역협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세안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아세안 시장 전망 및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응답기업의 40.0%는 한국 기업이 현지 및 여타국 진출기업에 비해 경쟁우위에 있다고 답했으며, 향후 아세안 비즈니스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도 37.0%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세안 내 경쟁심화(43.4%), 현지국의 복잡한 행정절차(25.2%), 열악한 인프라(11.0%) 등은 진출 시 애로요인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고서는 한국 기업이 아세안에 효과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회원국별 상이한 경제상황과 협력수요를 고려해 거점국과 랜드마크 사업을 우선적으로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류 기업, 인도네시아로 = 먼저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재는 운송 및 물류 인프라가 열악한 수준이지만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또한 조코위 정부가 연임에 성공하며 1기에 추진하던 인프라 개발 및 산업고도화 정책도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은  진출 초기에는 거대한 내수시장 및 대도시 위주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물류사업을 구성하는 한편,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형성을 통해 기존 유통망을 활용하고, 각 지역별, 도서별로 한국기업 공동 물류 네트워크를 발굴·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천연자원 물류, 할랄 유통, 냉장 유통, 프로젝트 물류 등 인도네시아 산업구조 변화에 맞춘 현지 수요 발굴하고, 자동화, 디지털화 등 한국의 선진화된 물류 시스템 전수하는 방식으로 진출하는 것을 추천한다.
 
 
◇도시 인프라 기업, 베트남으로 = 베트남은 최근 인구의 도시 유입이 크게 늘어 주거 및 산업용 빌딩, 전력인프라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아파트·쇼핑몰·사무실 공급이 늘어나면서 베트남 건설시장은 5년 연속(2013년~2017년) 6.5%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전력인프라 발전수준은 여타 아세안 국가대비 미흡한 수준이나 전력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전력인프라 투자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칸토, 하이퐁, 다낭 등 새로운 거점도시가 생겨나고,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 국가 차원에서 도시 인프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있다. 이에 따라 도시 인프라의 높은 기대성장률이 점쳐진다. 주거 및 상업용 빌딩 건설은 2019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7.3% 성장이 예견되며, 같은 기간 발전소 및 송·배전 인프라의 연평균 기대성장률은 5.2%로 전망된다.
 
현재 도시인프라 시장에 진입한 우리기업은 인건비 상승, 경쟁심화 등으로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한계기업 감소를 위한 대응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건설사와 협업을 확대해 중산층 아파트시장을 공략하고, 인프라 자재 조달 현지화 및 합작투자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추천된다. 또한 주거문화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수요 발굴, 유망 에너지 사업 공략 등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응해 베트남 중부지방 진출도 미리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농업 기업, 미얀마로 = 농업과 관련된 기업이라면 미얀마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 유리하다. 미얀마의 경우 농업이 GDP의 18%, 수출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농업인프라 미흡, 고품질 투입재(농기계, 종자, 비료 등) 부족, 고부가가치화 기술 미비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도시화,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경제활동인구의 농촌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농업 생산성 제고는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미얀마 정부는 농업개발전략을 수립하고 농기계 전담 부처를 설립했으며, 외국인투자유치 등 농업 기계화 및 생산성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기업이 이러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격 대비 성능을 부각해 경쟁국과 차별화되는 브랜드 전략과 현지 농민의 자금조달 여건 개선을 위한 농업 관련 금융 서비스를 내보이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품질 투입재 사용에 대한 농촌 인식 개선을 위한 관련 분야 투자와 현지 농업기술 교육을 병행하는 것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KOICA, 농촌진흥청 등 정부 원조 사업과 민간 비즈니스를 연계해 경제적 효과 및 지속성을 제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소비재, 말레이시아로 = 현재 말레이시아는 개인 소득 증가 및 도시화 가속화에 따라 소비가 확대되고 있으며, 할랄시장 및 아세안 프리미엄시장 진출 시험대로서 소비재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식음료의 경우 웰빙제품에 대한 수요가, 소비자 가전제품의 경우 가성비가 높은 제품 위주로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특히 의약품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건강에 대한 예산지원 확대와 할랄 의약품 수요 증대, 외국인 의료관광객 증가 등이 수요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현지 중산층 및 무슬림의 소비문화, 생활습관 등에 기초한 제품기획과 마케팅 전략을 구축해야 하며, 국가 브랜드 제고를 통해 한국 제품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말레이계(68.6%), 중국계(23.4%), 인도계(7.0%)의 서로 다른 종교, 생활습관, 소비성향에 따른 각각의 그룹별 타겟팅 전략이 요구된다.
 
◇모바일 콘텐츠 기업, 태국으로 = 모바일 콘텐츠 기업이라면 동남아 국가 중 4세대 이동통신(4G) 네트워크 접근성이 가장 좋은 태국에 먼저 진출하는 것을 추천한다. 태국 콘텐츠 시장은 아세안 국가 중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큰 규모로, 활발한 모바일 인터넷 이용 문화 등에 힘입어 게임, 만화(웹툰), 음악 콘텐츠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향후 모바일 인터넷 인프라 확충, 속도 개선 등에 따라 콘텐츠 소비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통신사들의 기지국 확대 등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4G 가입자 비중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을 잘 공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단순 번역을 넘어 현지 문화 반영, 태국어 기반 고객 서비스 제공 등 철저한 현지 맞춤형 진출 전략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경제 활성화 정책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향후 한-태 경제협력 청사진 구축 시 주요 협력분야로 ‘모바일 산업’ 분야를 구체화해 포함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심혜정 수석연구원은 “거점국가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이후에는 개별 국가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아세안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면서 “다만 현지의 열악한 인프라 환경, 복잡한 법률 및 행정제도 등을 감안해 우리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문화 외교, 인적 교류 등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유정 기자 wtrade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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