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어떤 나라? = 먼저 간략한 역사를 보자. 1403년 말라카 왕국이 탄생했다. 100여 년 후인 1511년 포르투갈의 침략으로 1641년까지 식민 지배를 당했다. 1641년 포르투갈과의 전쟁에서 이긴 네덜란드가 다시 식민 지배를 시작해 1824년까지 이어졌다. 그해 영국과 네덜란드가 맺은 조약에 의해 다시 영국의 식민지가 됐으며 1941년부터는 일본에 의해 점령됐다. 1946년 일본이 물러간 후 1960년까지 공산 게릴라(중국계)와의 내전이 있었으며 1957년 말라야 연방(1963년 말레이시아 연방)으로 독립했다. 1965년엔 싱가포르가 분리 독립했다. 무려 435년간 식민 지배를 받은 셈이다. 현재의 말레이시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식민본국은 영국이다. 그래서 지금 말레이시아는 영연방국가의 일원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현재로 이어지는 각종 산업 인프라와 사회 시스템의 토대가 구축됐다.


공식 국명은 ‘말레이시아 연방(Federation of Malaysia)’이다. 면적은 약 33만㎢로 한반도의 1.5배다. 3개의 연방직할지(쿠알라룸푸르, 라부안, 푸트라자야)와 13개 주로 이뤄져 있다. 인구는 3240만 명(2018년 3월 기준)으로 말레이계 68.8%, 중국계 23.4%, 인도계 7%, 기타 1%로 구성돼 있다. 말레이계의 인구증가율이 높은 반면 중국계는 낮아 말레이계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수도 쿠알라품푸르(Kuala Lumpur) 인구는 155만 명(생활인구 700만 명)이며 클랑(Klang) 119만 명, 조호르바루(Johor Bahru) 104만 명 등이다.


공용어는 말레이어(Bahasa Malaysia)이며 영어(상용어)와 중국어(화교)가 쓰이고 있다. 종교는 이슬람교(61.3%, 국교), 불교(19.8%), 기독교(9.2%), 힌두교(6.3%), 기타(3.4%)이다. 이 통계는 약 10년 전 것인데, 이후 조사된 것이 없다. 하지만 말레이계는 태어나면서부터 바로 이슬람교도가 되니까 최소한 이슬람교 비중이 68.8%는 넘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연방형 입헌군주제 국가로 국왕은 말레이계 9개 주 술탄이 5년마다 순환하며 역할을 수행하지만 정치에는 간여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열대우림 기후로 고온다습하며 연평균 기온은 27℃, 연평균 강우량은 2,410㎜이다. 말레이반도의 동해안에서는 북동 몬순기(10월~2월)에 상당한 집중 강우를 볼 수 있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말라카해협에는 매년 5만 척 이상의 상선이 통과(세계 물동량의 20~25% 처리)한다. 또 북쪽의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이 불교 국가이고 동쪽의 필리핀이 가톨릭 국가인 반면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이슬람 문화권의 접경지이다.

 

전략적 수출시장으로서 말레이시아 = 말레이시아는 수출시장으로서 여러 매력을 갖고 있다. 우선 말레이시아는 내수시장의 성장과 젊은 인구의 증가로 인해 구매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연평균 5%대의 성장률을 지속해오면서 중산층이 확대되고 있다.

 

2012년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도시인구의 증가로 개인소비도 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민간소비증가율 1위다. 해외 고급 브랜드와 가전, 자동차 등 고급 내구 소비재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소득수준의 증가에 따라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구의 87%가 54세 이하의 젊은 인구다. 이는 생산거점이자 탄탄한 소비시장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참고로 중국계의 소득수준이 평균적으로 말레이계에 비해 다소 높지만 진짜 부자들은 말레이계다. 또 말레이계의 소비성향이 중국계에 비해 훨씬 높다. 가령, 말레이계는 월급을 받으면 거의 다 쓴다. 말레이계는 국가가 책임을 져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이후 한국산 소비재의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 화장품에 대한 소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화장품은 종교적인 영향(할랄 인증)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품목이라 진출이 용이한 탓으로 분석된다. 한류 확산은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식당은 한인촌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웬만한 주택단지만 가도 한국식당이 다 있다. 이런 곳은 대부분 현지인이 운영하는 한국식당이다. 오는 손님도 현지인이다. 예전에는 한국 식품을 수입하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미국, 유럽 식품을 수입하는 업체에서 한국식품도 수입한다. 엔간한 마트에 가면 한국식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세 번째는 아세안 10개국, 이슬람 57개국에 속해 있어 지정학적으로 한국 기업의 아세안 국가 및 이슬람국가로의 진출에 매우 전략적인 국가라는 점이다. 지난 2015년 아세안 10개국의 단일경제공동체인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출범했다. 총 인구 6억4000만, GDP 2조 달러의 잠재시장이다. 말레이시아는 AEC 내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 13억 이슬람의 이집트-중동-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이슬람문화권 진출의 교두보이기도 하다.

 

말레이 우대정책 ‘부미푸트라’ = ‘부미푸트라’는 말레이어로 ‘땅의 자식’이라는 뜻으로 말레이계 등 말레이시아 원주민을 일컫는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1970년부터 추진해 온 말레이인 우대정책의 명칭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는 겉으로 보기에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이 인종의 용광로 안에 잘 섞여 평화롭게 지내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경제적 불평등(화교 자본의 경제 지배)과 종교 등으로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과거 말레이계는 말레이시아 총인구의 55%를 점하고 있지만 경제의 실권은 대부분 34%에 불과한 중국계 주민이 장악하고 있어 원주민의 불만이 많았다. 그 결과 1969년 인종폭동(5·13 사건)이 발발, 8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1990년까지 자본, 경영인, 기업종업원의 인종 구성비를 주로 화교인 비말레이인 4, 말레이인 3, 외국인 3의 비율로 재편할 것을 목표로 부미푸트라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1970년부터 1990년까지 20년 동안 시행하기로 했다가 내용을 다소 완화해 2020년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주로 정부조달이나 건설, 통신 등 인프라 쪽에서는 부미푸트라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가령 정부조달의 입찰에 참여하려면 부미푸트라 기업이어야만 가능하다. 부미푸트라 기업은 100% 말레이인으로만 주주구성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다보니 수주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생겨났고 수주 후 하청을 주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된다. 식품이나 소비재 등을 큰 상관이 없다.

 

대형 쇼핑몰들이 밀집한 쿠알라룸푸르 부킷빈탄 거리. 말레이시아는 내수시장의 성장과 젊은 인구의 증가로 인해 구매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진=김석경 기자]

 

할랄, 매우 중요하지만 비할랄 시장도 존재 = 할랄은 이슬람법(Shariah)에 의해 '허용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이슬람법에서 '허락되지 않은 것'은 하람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할랄은 소, 산양, 사슴, 고라니, 닭, 오리, 생선, 신선한 야채, 신선한 과일, 말린 과일, 견과류 등 세세하게 명문화돼 있다. 하람은 돼지고기와 그 부산물, 민물고기, 술, 파충류, 곤충, 욱식동물, 동물의 사체 등이다. 닭이나 소를 이슬람법에 따라 도축되지 않았다면 이 역시 하람이다.


할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은 식품이다. 하지만 생산물, 서비스, 물류 등도 모두 할랄이 중요하다.


말레이시아 마트에 가 보면 많은 제품들에 할랄 마크가 붙어 있다. 하지만 할랄에 해당하는 제품임에도 할랄 마크를 붙이지 않은 것들도 있다. 하람은 아닌데 인증을 받지 않은 것이다. 주류나 돼지고기 등 비할랄 제품들은 중국계나 인도계 소비자들을 위한 것으로 같은 마트에서 팔리지만 계산은 따로 해야 한다. 무슬림 점원이 하람 제품을 만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완벽한 할랄을 추구하는 바이어는 제품을 할랄 컨테이너에 실어 보내라는 요구를 한다. 창고 역시 할랄 창고를 이용해야 한다.


할랄 인증을 받지 않았다면 중국계를 겨냥한 마케팅부터 진행하는 것이 좋다. 중국계의 소비 수준이 말레이계보다 조금 높으므로 이에 맞는 제품들은 이 시장을 노려볼 만 하다. 하지만 전체 인구를 감안하면 역시 말레이계의 이슬람 시장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김이 유망하다고 본다. 처음 김이 이 말레이시아 시장에 소개될 때는 할랄이 없었다. 당연히 중국계를 타깃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말레이계들도 김 제품에 관심이 많다. 만일 할랄 인증을 받은 김 제품으로 말레이계를 공략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성공적인 바이어 상담을 위해 = 말레이시아 바이어와 성공적인 상담을 하기 위해선 우선 호칭체계를 이해해야 한다. 왕족과 일반인으로 구분해 호칭체계가 다른데, 일반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면서 왕족을 만날 일은 거의 없으니 오늘은 설명을 생략하고, 대신 일반인 호칭 중 작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들에게는 호칭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일반인 작위는 툰(Tun), 탄스리(Tan Sri), 다뚝(Datuk), 다또(Dato)가 있는데 반드시 이름 앞에 작위를 붙여서 불러야 한다. 이중 다뚝과 다또는 특히 신경 써야 한다. 만일 상대방의 명함에 다뚝이나 다또가 적혀있는데, 미스터라는 호칭을 사용하면 큰 결례가 된다.


다음으로 비즈니스 에티켓 몇 가지를 알아보자. 말레이시아는 무슬림의 나라다. 신체적 접촉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여성과의 신체 접촉은 금기시된다. 음식문화의 차이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말레이계는 무슬림이어서 돼지고기와 술을 먹지 않는다. 중국계 일부와 인도계는 소고기를 안 먹는다. 그러다보니 여러 사람이 모일 때는 닭과 해산물이 무난하다. 생활문화의 차이도 이해해야 한다.

 

말레이인들은 체면을 중시하므로 비하 발언을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 인종 갈등이나 정치, 사회, 종교와 관련된 민감한 이슈는 화제로 삼지 않는다. 머리나 머리카락은 만지지 않도록 하며 사물 또는 방향을 가리킬 때에는 주먹을 쥐고 엄지손가락을 사용한다.


세 번째는 철저한 비즈니스 상담 준비다. 우선 제안서나 카탈로그를 만들 때 영문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중국계를 대상으로 한다면 중국어도 좋다. 제품 카탈로그의 경우 한글과 영문을 병기해 한국제품임을 부각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카탈로그에는 제품 특징, 이미지, 인증사항 등이 바이어가 쉽게 이해하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또 제한된 시간에 바이어 미팅을 진행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지나치게 상세한 설명을 하기보다는 간단한 회사 소개와 바이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몇 가지 포인트를 정리해 진행하는 것이 좋다. 바이어에 대한 정보와 현지 시장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바이어 회사에 대한 소개, 제품에 대한 피드백 등도 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바이어의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제품의 특장점, 셀링포인트, 타깃고객, 국내 판매현황, 국내 마케팅 전략, 총판계약 시 마케팅 지원, 소비자 판매 가격, 수출가격, 최소오더량, 샘플오더, 컨테이너 적재수량, 팔레트당 수량 등은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간혹 상담을 할 때 지나치게 바이어를 경계하는 분들이 있는데, 아마 무역사기에 관한 기사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럴 것이다. 기본적으로 바이어에게는 오픈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정리=김석경 기자


*이 글은 7월 3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말레이시아 충북우수상품전 2019’ 행사장에서 말레이시아 수출컨설팅 기업인 씨앤이글로벌(CNE GLOBAL SDN BHD)의 김지연 대표가 발표한 ‘말레이시아 진출전략’ 내용을 발췌 및 정리한 것으로 김지연 대표의 허락을 얻어 싣습니다.

 

<표> 말레이시아의 거시경제 지표

명목 GDP

3,649억 달러(2018년 IMF 기준) 세계 36위

1인당 GDP

11,237달러(2018년 IMF 기준) 세계 67위

GDP PPP

9,307억 달러(2018년 IMF 기준) 세계 26위

경제성장률

5.4%

수출액

83,368백만링깃(2018년 3월 기준)

수입액

71,200백만링깃(2018년 3월 기준)

환율

1링깃=283.28원(2019년 7월 6일)

실업률

3.3%(2018년 3월 기준)

물가상승률

1.4%(2018년 3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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