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국가로 54개국 중 영토 면적 1위, 인구 10위(약 4400만 명, 북아프리카 2위), 풍부한 지하자원(가스 2위, 석유 3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알제리 의료시장은 인구 규모 이상인데 2021년 47억 달러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대륙에서 두 번째로 크며 지난 10년간 1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선전이 눈에 띈다.
 
◆수입비중 높은 의료기기=알제리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아니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수입규제의 정도가 심하다. 2020년부터 알제리 정부는 외환 유출 방지와 국내 제조업 육성을 위해 강력한 수입규제 및 현지 제조 육성 정책을 시행 중이다. 다만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국민 보건안전과 직결된 의료 분야에서는 규제 속도를 조절하며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다.
 
비교적 생산이 쉬운 의료 소모품 분야의 경우 수입 대체를 위해 장비 수입과 공장 설립을 통한 국내 생산을 추진 중이다. 국내 생산이 원활해져 내수를 충당할 만한 수준에 근접하면 소모품도 기타 완성품과 마찬가지로 수입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의료기기는 단기간에 자체 생산이 쉽지 않아 수요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제약 산업은 의료산업 중에서도 알제리가 가장 역점을 두고 육성 중인 분야다. 알제리 정부는 2020년 2월 보건부에서 제약산업부를 분리 신설해 제약 수입, 인증 및 국내 산업 육성을 담당하게 했다. 2021년 한 해 알제리 내 약품 생산액은 약 24억 달러였다.
 
 알제리 의약품 시장의 48%를 여전히 수입산이 차지하고 있지만 알제리 정부는 궁극적으로 국내 생산을 통한 내수 충당, 나아가 수출까지 도모한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제약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알제리 정부의 관심에 부응하듯 글로벌 제약기업은 물론 현지 기업들의 생산이 활발하다. 2021년 매출 기준 세계 10대 제약사 중 5개가 알제리에 직접 공장을 설립했거나 진출을 기획하고 있다. 국영회사 사이달, 메리날, 베케르 등 현지 제약사들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제품 가격에 개입하는 국가=알제리 의료시장의 특성으로는 강력한 국가 개입을 들 수 있다. 알제리의 의료보험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주무기관은 노동고용사회보장부 산하에 1988년 설립된 국민사회보장기금(CNAS)이며 운영 재원은 근로자 소득에서 원천 징수되는 포괄적 사회보장세다.
 
CNAS는 보건소 및 병원 지원,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가격 보조에 관여한다. 특이한 것은 소매가격 보조를 통해 수입산과 국내 약품, 의료기기 간 가격 격차를 줄인다는 점이다. 
 
지나치다고 할 만큼 가격 하향 정책을 실시해 수입 제품은 저렴한 국내 제품과 경쟁하기 힘들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 없는 간단한 의료 소모품, 기기 및 제약 시장에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현지 생산에 나서 자연스럽게 국내 제조가 활성화돼 있다. 다만 다양한 약품을 단시간에 국내 생산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시장에 어느 정도의 틈새는 있다.
 
알제리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알제리 제약산업부에 제품을 등록하고 인증 및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를 대행할 알제리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우리 기업 진출 유망 분야=알제리 특유의 국내 생산 장려 정책에 따른 시장의 일부 공백은 우리 기업에게 호재다. 유럽, 일본을 위시한 글로벌 기업 제품은 가격이, 중국 및 인도 제품은 품질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제품은 가격과 품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해결책으로 알제리에서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의료 소모품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이 원료 또는 장비를 수출하면 현지 기업이 생산에 나서면서 인적 교류와 노하우 전수가 이뤄져 현지 기업이 성장해 우리기업의 수출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의료기기는 가장 유망한 분야로 수입 의존도가 높으며 원산지별 가격 차이도 커서 한국 제품의 운신의 폭이 넓은 편이다.
 
제약 분야는 항암제, 희귀병 치료제 등 특수 의약품 분야에서 수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협력 생산도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의료 인프라 서비스 개선 수요도 있다. 국토가 넓은 알제리는 발전된 북부 도시지역과 저개발 남부 사막지역 간 인프라 차이가 상당하다. 인구가 적은 남부 주민들은 종합병원이 없어 주로 일반 의사만 근무하는 보건소를 이용하고 있다. 알제리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진료 및 처치의 골든타임을 살리기 위해 종합병원-보건소 간 원격 환자정보 공유 및 공동 진찰 시스템 구축을 기획하고 있다.
 
KOTRA 무역관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알제리 보건부 관계자는 “한국의 발전된 IT 시스템을 통해 환자 정보 관리, 공유 및 보안이 갖춰진 체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서 “아직 수기로 행정을 관리하는 것이 보편적인 알제리에서 효율적인 의료기관 관리를 위한 병원 자체 관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며 한국 기업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면 다음 단계로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중앙집권식 의료기관 관리체계를 구축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의료기기, 의약품, 의료 시스템 모두를 대상으로 알제리 정부기관의 입찰이 진행되는데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는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찾아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의료 시스템 구축의 경우 알제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체적인 사업 요구사항과 과업내용을 제시할 단계에 이르지 못한 만큼 역으로 한국의 의료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우리 기업이 먼저 제안해주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9월 KOTRA 무역관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알제리 한국대사관과 함께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메디컬 코리아 세미나’를 개최해 한국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상을 소개하고 양국 기업 협력 성공사례와 한국 의료기기 소개의 장을 마련했다. 
 
세미나에는 현지 바이어 25개사와 알제리 정부기관 11군데에서 참여했다. KOTRA 무역관은 이들의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10월에는 한국 대사관저에서 ‘K-의료기기 전시회’를 열었다. 한국 의료기기를 수입하거나 협력 생산하는 현지 기업 10개사가 자사 취급 제품을 알제리 정부 인사, 기업인 및 각국 내빈에게 선보여 호평과 주목을 받았다.
 
◆우리 기업 시사점=알제리 의료시장은 지속 성장 중이며 상당한 시장 규모와 소득수준 및 국가정책을 바탕으로 진출이 유망한 곳이다. 분야별로 완제품 수출 및 현지 제조 협력 파트너십 수요가 모두 존재한다. 또한 한국 제품에 대한 바이어들의 호감과 관심도 높아 진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다.
 
다만 인증, 등록, 결제조건 등 실무 절차가 복잡하고 언어 문제로 교류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KOTRA 무역관은 알제리 의료시장에 관심이 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바이어 교신 등 실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KOTRA 알제 무역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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