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케이드 뒤의 삶

kimswed 2021.07.28 07:20 조회 수 : 193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도시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밤낮없이 일하는 노점상, 복권 판매하는 노인들, 그랩 기사들은 어느순간 사라졌다. 이제 거리에 보이는 소수의 사람들은 잔뜩 경계를 한채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하고 땅만 보며 걸어다닌다.

호찌민시에 새로운 제한 조치가 시행된 지 이틀째 되던 날, 도로 끝과 거리 모퉁이에 빨간색과 노란색 바리케이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더 많은 건물과 집에 접근 금지 경고 표지판이 붙었다.

호찌민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서 우리는 때때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늦게 소식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사실을 알기도 전에, 소문부터 듣게 됐다.

친구가 전화를 해 곳곳에 세워진 바리케이드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타오디엔(Thao Dien) 지역 일부가 봉쇄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곧바로 창 밖을 내다보았지만 바리케이드는 볼 수 없었고, 공안의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일종의 가짜뉴스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지난 금요일(7월 9일) 아침, 나는 식료품을 사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집을 나서자마자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가는 길 끝에 두 명의 경비원과 공안들이 케이드를 세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다른 길로 돌아가야 했다.

골목은 평소보다 더 분주했다. 지난 며칠 동안 사람들은 집 안에 머물며 안전하게 지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기 위해 긴장된 모습으로 집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타오디엔의 주요 도로에는 새로운 바리케이드가 시민들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임시 바리케이드에는 제복을 입은 세 명의 남성이 배치되어 있었고, 그들은 근심 가득한 주민들의 질문에 참을성 있게 대답하고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나는 식료품을 구입하기위한 마지막 시도를 감행했다. 길을 돌아 꿕흥(Quoc Huong) 거리로 향했다.

몇 분을 걷다보니 마침내 친구가 말했던 소문이 거짓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목격했다. 길 끝에는 훨씬 더 큰 바리케이드가 세워졌는데, 그곳에는 수십 명의 공안 당국자들이 서 있었다. 출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나는 혼란에 휩싸인채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타오디엔 지역의 봉쇄와 관련한 뉴스를 보기위해 온라인을 뒤졌지만 별다른 내용을 찾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며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느꼈던 가장 큰 두려움은 항상 울타리에 갇혀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내 안에 있을지 모르는 밀실 공포증이 살아날까 염려됐다. 곳곳에 세워진 바리케이드를 보면서 나는 갑자기 뛰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며칠 후 우리는 다시 한 번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내 마음은 불안, 공황, 완전한 절망 사이에서 춤을 췄다.

봉쇄 사흘째가 되면서 나는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지역 상점이 있었고 약도 구할 수 있었으며 아프지도 않았다.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 고민을 나눴다.

나흘이 지나자 나는 어느 정도 평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으며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주인은 봉쇄가 14일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알려줬다. - 한 편으로는 봉쇄가 5일 정도만에 끝나기를 바랐지만- 언제쯤 끝날지 알 수 있게 돼 안심이 되었고, 봉쇄 지역에서의 삶도 편안해졌다.  

이 즈음에 나는 이것이 우리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봉쇄된 지역에 거주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베트남 정부는 수많은 감염 사례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고자 했고, 우리가 사는 집 앞에 바리케이드가 세워진 것이다. 정부는 논리적이었고 우리가 다양한 음식을 먹지 못한다며 불평하는 동안 그들은 그런 고민을 넘어 훨씬 더 큰 문제를 고려하고 있었다.

내가 이 문제를 스스로 합리화하고 타협하게 되자 모든 것은 간단해졌다.

우리에겐 아직 작은 기쁨이 있다. 식료품을 사러가는 20분의 시간이 소중해졌다. 골목을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도로를 질주하는 차와 트럭이 사라져 한적함이 감돈다. 집집마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나무 위 새들의 지저귐도 들을 수 있다.

삶은 느려졌다. 나는 매일 아침에 루프탑에서 커피를 마시고 집 앞의 짧은 거리를 오가는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나를 감동시킨 일들도 있었다. 사흘째 되는 날, 한 단체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식량 구호 활동을 펼쳤다. 공안, 자선단체 직원, 지역 경비원들이 힘을 모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식료품을 제공했다.

많은 베트남 노동자들은 또 다른 영웅이다. 환경미화원들은 깨끗한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맹렬한 태양 아래서 방호복을 입고 일하고 있다. 항상 웃는 얼굴의 약사. 그리고 아마도 가장 큰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매일같이 일하고 있는 편의점 직원들까지.

나를 포함해 많은 외국인 친구들은 이 바리케이드 뒤에서 변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은 흔한 모습이 됐다. 예전에는 인사조차 나누지 않던 사이였다. 바리케이드 뒤에 갇힌 지 1주일 이상이 되었지만 불평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부정할 수 없는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그럼에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베트남은 커다란 압박 속에서도 회복력을 가진 나라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생존력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은 베트남 호찌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작가 리 도티(Leigh Doughty)가 VN익스프레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호찌민시의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의 글이 교민들에게 평안을 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번역해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호찌민시에 거주하던 교민 김모씨는 지난 7월 11일 급한 사정으로 한국에 일시 귀국해야 했다. 출국일을 앞두고 호찌민시는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봉쇄에 가까운 사회적거리두기 16호 지시령이 내려진 상황.

김씨가 출국을 위해 호찌민시 떤선녓 공항까지 가는 길은 차 한 대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16호 지시령에 따라 사실상 이동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그가 사는 투득시에서 공항까지 가는 도중 목격한 차량은 10대가 채 되지 않았다. 저녁 8시경이었지만 소형 슈퍼마켓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았고 일부 골목은 바리케이트로 격리된 상태였다. 김씨는 “마치 죽은 도시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같은 시간, 한국 역시 수도권 중심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 확산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방역 조치도 4단계로 격상됐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김씨는 서울의 분위기도 호찌민시와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추측했다.

밤 비행기를 타고 이른 아침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김씨는 백신 미접종으로 자택 격리를 해야했다. 방역 택시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김씨는 다소 의아한 광경을 목격했다. 공항 인근 골프장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거의 모든 홀에서 서너명의 골퍼가 운동을 하고 있었다. 출발 직전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뉴스를 본 뒤여서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택시가 도심을 지나면서 김씨는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가족부터 손을 잡고 길을 걷는 연인들, 그리고 어디론가 운동을 하러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이어 눈에 띄었다. 특별한 사유없이 외출이 봉쇄된 호찌민시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호찌민시의 16호 지시령과 서울의 거리두기 4단계

공통적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호찌민시와 서울의 모습이 확연하게 달랐던 이유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차이점 때문이다. 호찌민시에 내려진 16호 지시령은 완전 봉쇄의 전 단계이다. 모든 시민들은 식료품 및 의약품 구입과 회사 및 공장 근로를 위한 출퇴근을 제외하고 외출이 제한된다. 대중 교통도 중단됐다. 기밀을 다루는 업무, 필수 서비스, 제조 생산 현장의 경우 외에는 재택 근무가 권고된다. 호찌민시 당국은 조치를 더욱 강화해 필수 업종 종사자들도 일터에서 숙식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회사, 학교, 병원 외에 공공장소에서 2명 초과 모임이 금지되고 모든 장소에서 사람간 2미터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영업이 허용되는 업종은 마트, 은행, 병원 등 생활 필수 업종 뿐이다.

반면 최근 서울에 내려진 거리두기 4단계 조치는 훨씬 느슨하다. 유흥업소를 제외하고 식당, 학원, 극장, 체육시설 등 모든 업종의 영업이 가능하다. 다만 밤 10시 이후에만 영업이 제한된다. 오후 6시 이전 4인까지 사적모임이 가능하고 그 이후에는 2인까지만 모일 수 있다.     

확산세 빠른 호찌민시, 위험도는 서울이 높아

감염 확산세는 호찌민시가 훨씬 빠르고 심각하다. 서울시의 확진자 수는 7월 14일 기준으로 638명인 반면, 호찌민시는 2229명으로 월등히 많다. 다만 호찌민시의 인구가 서울보다 약 300만명 정도 많고, 시 전역에서 대규모 코로나 전수 검사가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느슨한 거리두기 조치와 시민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할 때 향후 위험성은 서울이 더 커 보인다. 특히 호찌민시는 시 전체와 인근 지역간 이동이 전면 금지된 반면, 서울은 그렇지 않다.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이동이 자유로운 상태라 지역간 교차감염이 우려된다. 한국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약 2주간 현 수준에서 증감을 유지한 후 꺾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의료계에서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다 9월 중순에나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호찌민시의 경우, 응웬탄롱(Nguyen Thanh Long) 보건부 장관은 “현재 호찌민시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63개 지역 중 58곳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수일 동안 호찌민시의 확산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트남 보건당국은 구체적으로 언제쯤 하강곡선을 그리게 될지 예상하지 않았지만 16호 지시령 기한인 7월 24일이 되면 다소 진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백신만이 해결책

변수는 백신이다. 백신 접종 속도와 바이러스 확산은 정확히 반비례한다. 이에 따라 한국과 베트남 정부 모두 백신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7월에 한국은 1000만 회분, 베트남은 87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백신이 수입되고 각각 한국의 수도권과 베트남 남부지역에 집중 투입한다면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현재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과 미국에서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지만 백신 효과로 사망률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민 다수가 접종을 마치게되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도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베한타임즈(http://www.viethantimes.com)
 

출처 : 베한타임즈(http://www.vieth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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