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부터 자동차까지 세상의 거의 모든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던 중국이 이제는 공장 자체를 통째로 수출하는 모양새다. 서방의 관세 장벽과 국내 수요 부진에 직면한 중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적극 이전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중 투자위원회’ 설치가 합의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위치한 모듈러 건축 공장. 지난해 2월 사우디아라비아 내 중국항만엔지니어링공사(CHEC)의 세드라(Sedra) 프로젝트 소속 모듈러 건축 공장이 공식 가동에 들어갔다. [리야드=신화/뉴시스] |
●수익성 악화와 고관세 부담에 해외로
전 세계가 소비하는 제품의 상당수를 생산해온 중국 제조업체들은 최근 몇 년 새 가격 하락과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높아지는 관세까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들 업체는 국내 투자에 신중을 기하게 됐고 해외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대외직접투자는 2024년 대비 7.1% 증가했다. 반면 중국 내 투자는 같은 기간 3.8% 줄어들어 연간 기준 처음으로 감소를 보였다.
중국에서 해외 진출을 뜻하는 ‘추하이’(出海) 현상은 이미 보편화하고 있으며 일부 정책 결정자들은 추하이가 해외의 현지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중국의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이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중 투자위원회는 중국 공장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으나 미국 고위 당직자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설명한 바에 따르면 미중 투자위원회는 미국 내 중국의 투자 계획을 양국 정부가 검토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배터리·가전 등에서 가시화
중국 기업들의 해외 생산 거점 확대 계획은 전기차, 배터리, 가전 등 여러 분야에서 가시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는 헝가리, 인도네시아, 스페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직접 공장을 짓는 대신 포드에 배터리 기술을 라이선스해주는 방식으로 우회 진출했다. 포드는 CATL이 설계한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미시간주에 3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 규모의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유럽 현지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방안을 유럽 경쟁사들과 논의하고 있다. 지프 제조사 스텔란티스는 이달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두 곳의 각기 다른 중국 기업들과 전기차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드와 지리도 스페인에서 유사한 거래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이를 미국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도 살펴보고 있다.
중국 국유 자동차업체인 상하이자동차(SAIC)는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역에 유럽연합(EU) 내 첫 생산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사업의 초기 투자 규모는 약 2억 유로(약 3522억 원)로 예상되며, 회사 측은 공장 건설과 함께 물류 허브도 조성할 계획이다
중국 가전업체 마이디어는 브라질과 태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렉트로룩스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멕시코에서 공동으로 제조 운영을 하는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현지 제조업체에 활력될까, 독 될까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투자가 현지 제조업에도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예컨대 1980∼90년대에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미국으로의 확장은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과 공급업체들이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 업체들의 회복력을 좋게 만들었고 자동차 고객들에게도 이익이 됐다는 것이다.
멕시코의 경우 자동차 부문 등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2020∼23년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분석도 있다. 2024년 중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업체 중 하나인 체리(치루이·奇瑞)는 일본 닛산이 경영난으로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줬다.
중국 기업에 생산 공장 일부를 내주는 것은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의 높은 고정비용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한편에선 중국의 무분별한 진출이 유럽 시장에서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계 특유의 과도한 경쟁 풍토까지 유럽으로 이전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환경에 미칠 영향과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등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모로코로 몰려가는 중국 기업에 EU 경계
중국산에 부과되는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한 중국 기업들의 해외투자 진출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모로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기업들이 앞 다퉈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공장을 지으면서 EU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로코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직접투자(FDI) 프로젝트 발표는 2023∼2025년 약 60억 달러(약 9조 원)로, 대부분이 공장 신설이다.
항구도시 탕헤르에서는 500만㎡ 면적의 농업지대가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로 바뀌었고 여기에 센추리 타이어 공장, BTR 배터리 공장, APG 브레이크 공장 등 10여 개 중국 기업이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짓고 있다. 모로코·중국상공회의소 메디 라라키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중국 투자 대표단 2∼3팀이 매주 모로코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모로코는 법인세 5년 면제, 젊은 인력, 친환경 에너지, 무엇보다 EU와 미국을 포함해 약 50개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내세워 해외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또한 중동 지역의 불안정이 중국 투자자 사이에서 북아프리카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고 아메드 아부두 채텀하우스 북아프리카 프로그램 담당은 분석했다.
이에 대해 유럽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모로코 투자가 국가 보조금을 받아 저렴하게 생산된 제품들을 유럽에 대거 유입시켜 유럽 산업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EU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 보조금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 전기차에 최대 4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원산지 규정을 지켜 모로코산 제품이 되면 무관세로 EU에 수출될 수 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FT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자국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려 대유럽 수출품을 교역국을 통해 ‘환적’ 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면서 “유럽에 크나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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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을 통째로 수출
| skoreapkk | 2026.06.06 | 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