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세미나, 정보 활용해 해외시장 개척

혁산압연 : 이경선 대표

“무역협회에는 오래전에 회원 가입을 했죠. 아마 인천지역본부 본부장이 대여섯 번 바뀌었을 걸요.” 혁산압연 이경선 대표(79세)는 무역협회와의 인연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인천 서부공단에 있는 혁산압연은 스테인리스 프로파일로 불리는 이형압연재 전문생산 업체이다.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생산·유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100% 소량 다품종 주문생산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을 수출하고 있다.

혁산압연이 생산하는 스테인리스 프로 파일은 시계 밴드에서부터 주방용품, 자동화 설비, 하드웨어, 의료기기까지 다양한 용도에 적용되는 제품이다. 이형압연재로도 불리는 스테인리스 프로파일을 생산하기위해 자체적으로 구축한 ‘콜드 포밍 프로세스(Cold Forming Process)’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경선 대표는 “기존의 단조나 압출 주조법보다 치수가 정확하고 표면도 깔끔해 고객 업체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적기에 공급 가능한 생산·유통 인프라 구축

충남 아산 출신인 이 대표는 인천제철에 입사해 이사를지냈다. 50세가 되던 해에 혁산개발상사를 설립했다. 인천제철에서도 압연부장을 지내는 등 젊은 시절 철강과 인연을 맺은 덕분에 시장 진입이 까다로운 이형압연재 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주로 시계 밴드, 냄비 손잡이 등을 만들어 국내 시계 업체와 주방기기 업체에 공급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하는 한편 프로세스를 개선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여나갔다. 혁산압연이 수출에 나선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내수 시장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30억 원의 매출 가운데 수출이 절반을 넘는다. 국가별로는 유럽 비중이 높은 편이다. 유럽 공략을 위해 스위스의 에이전트와 거래하는 한편 코트라의 지사화 사업을 지원받아 핀란드 헬싱키에 지사를 운영 중이다.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큰 중국과 인도는 직접 거래 체제를 갖췄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이형압연재를 많이 사용하는 제지 업계를 공략하기 위해 제지협회에 가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남인 이준혁 상무(42세)를 중심으로 부지런히 해외에 쫓아다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도 미국 시카고,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인도 뭄바이 등에 다녀왔다. “저희 업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고객을 찾아내는 일이에요. 고객 업체를 찾아내서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도면검토를 비롯해 단가 확정, 배송, 서비스 등 모든 조건이 맞아야 하거든요. 더구나 고객 업체가 반복 구매를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어프로치는 물론 문화 마케팅도 필요하다고 봐요.”

무역금융 지원이 경영에 큰 도움

혁산압연의 경쟁력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언제든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생산·유통 인프라를 갖췄다는 것이다. 100% 소량 다품종 주문생 산방식으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한편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기술에서 선진국을 쫓아가려면 기술 개발이 중요한데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발버둥 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이형압연재 분야에서도 유럽 쪽이 잡고 있는데 우리는 선진국 기술의 어느 정도까지는도달했다고 자부합니다.” 이 대표가 무역협회 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수출을 시작한 2000년대 중반이다.

세계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해외 트렌드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회원으로서 무역 정보를 체크하는 것은 물론 매월 열리는 세미나를 통해 해외 트렌드를 체크한다. 인천 수출 업체 조찬모임에도 부지런히 참석하는 편이다. 그가 가장 고마워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무역기금  융자 지원이다. 
“은행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담보나 기타 보증 없이 대출해주기는 어렵잖아요. 그런 점에서 무역협회에서 보증해주는 무역기금 융자 지원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금리도 낮은 편이고요.”소규모 업체인 만큼 무역협회 영어 통·번역 서비스를 활용해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중국어·독일어 등도 바로 번역이 가능해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카탈로그 제작이나 계약서 작성 등에도 통·번역 서비스가 도움이 된다.

소성가공(Roll Forming) ‘첨단뿌리기술’ 보유 업체로 지정

이 대표는 마케팅의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절감하고 있다. 마케팅에서 막히면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하는 것은 내부적인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마케팅 파워”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이 가지는 핸디캡을 기술력과 차별화된 마케팅으로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혁산압연은 지난 7월 ‘소성가공(Roll Forming)’ 분야에서 다른 2개 업체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첨단뿌리기술’ 보유 업체로 지정됐다. 지난 9월 초에는 정부가 주최한 뿌리산업 전시회에서 부스를 지원받아 전시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형압연재는 대기업이 참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업종입니다. 소량 다품종인 데다 100% 주문생산해야 하고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진입 장벽이 높은 까다로운 사업이지만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은 편이에요.”혁산압연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5월에는 인도 파라손 그룹의 제지 업체와 16만 달러 규모의 MOU를 체결했다. 최근에는 IT 업체에서 휴대폰 부품을 주문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내수 쪽으로도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기술과 품질은 기업의 자체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마케팅, 특히 글로벌 마케팅은 무역협회나 코트라 등 기관의 도움이 큰 힘이 됩니다. 도움받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