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애니룩스

kimswed 2016.05.27 08:17 조회 수 :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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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애니룩스 _ 고예름 대표 

엘이디 모듈 및 모듈램프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나는 2011년 회사를 설립하게 되고 생각지 못한 해외영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2년을 넘게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장비 매뉴얼을 만들던 내가 사람들과 만나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가슴 졸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해외영업은 한 여름의 오싹한 공포 영화 같이 무섭게 나에게로 왔다.

 

우리 회사는 광고용 백라이트에 사용되는 엘이디 모듈 제품 생산을 시작하였고 우리 브랜드는 이 시장에서는 뜨내기에 불과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베이비’였고 호황기를 넘어 경쟁구도가 더 치열해진 타이밍에 나타난 신생업체였던 것이다. 많은 이들의 염려와 경계의 시선에서 무거운 ‘수출을 향한 첫 발걸음’ 을 내디뎠다.

 

무거운 첫 출발 … 맨 땅에 헤딩
나의 첫 해외 전시회는 2011년 베트남에서 열린 ‘베트남 엘이디 조명 전시회(LED LIGHTING WORLD IN VIETNAM)’였다. 전시회를 코앞에 두고 밀린 과제를 하듯이 A4용지 다섯 장 분량이 되는 질문지를 만들었다. 제품의 기본적인 사양부터 전류, 광속, 휘도, 수명, 색온도 등 여러 번 들어도 헷갈리는 단어들을 비행기 안에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며 베트남으로 날아갔다. 전시장을 세팅하고 전시를 시작한 날 기대와 다르게 영어를 구사하는 바이어들이 없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고 당황했지만 통역을 쓰지는 않았다. 궁금증이 많은 사람은 테이블로 데리고 와 손으로 숫자를 써가며 몸으로 제품을 설명해주었더니 배꼽 빠지게 웃고 갔다. 샘플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베트남 사람들이 길가에서 까치담배를 팔듯이 제품을 한 개씩 잘라 나눠주었다. 북적이는 우리 전시 부스는 남들이 봐도 성공적이었다. 휘황찬란하고 요란스럽게 제품을 메달아 놓은 것이 가히 베트남 분위기였다.

 

북적이던 전시회는 허사가 되고
그런데 1년이 가고 2번째 전시회에 참여할 때까지 나는 베트남에서 샘플오더도 받지 못했다. 요란스러움은 그저 빈 수레로 돌아왔다. 사람들의 반응은 좋은데 2년 동안의 결과는 조금 화가 날 정도였고 ‘나는 과연 해외영업을 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이 있는가’를 스스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전시장에서 만났던 업체들 중에 규모가 있거나 대외적으로 활동이 있는 업체 리스트를 만들어 무작정 비행기에 올라탔다. 무더운 베트남의 여름, 나는 보여줄 샘플이 담긴 007가방을 들고 택시를 타고 오토바이를 얻어 타가며 업체를 방문했다. 땀 흘리고 바람을 가르며 방문했던 7개 업체들 중 한국에 돌아와 거래가 성사된 곳은 단 한 곳이었다. 광고물을 제작하는 업체였고 사장의 딸은 나와 같은 또래였다. 실질적인 수입 업무를 맡고 있던 그 친구를 공략해야했던 나는 내 방문에 차가운 반응을 보인 그녀에게 자존심도 상했지만 그럴수록 더 제품을 떠넘겼고 말을 걸었다. 그렇게 도도했던 그녀는 나에게 베트남 첫 오더를 안겨준 맘씨 좋은 여동생이 되었고 2012년 8월 1,750 달러어치의 물건을 베트남으로 보낼 수 있었다. 

 

오토바이 타고 베트남 기업 방문
그는 지금까지도 좋은 파트너이자 똑똑한 여동생으로 지내고 있다. 수출물량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첫 수출의 약 10배가 되었다. 시장 개척과정이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에 좀 더 뿌듯하고 맘이 가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우리 회사의 제품과 브랜드를 베트남 시장에 많이 알리게 된 시발점이어서 나의 헤딩(!)은 행복한 일이었다.
해외 영업을 시작하면서 내게 생긴 가장 큰 습관은 명함을 받고 기록하는 것이다. 해외 전시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명함을 남기고 가지만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지극히 소수이다. 다양한 인종과 언어가 공존하는 전시 기간 동안은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기록’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내 기록은 단순한 정보나 그 사람의 프로필이 아니다. 그 사람이 입었던 옷, 안경, 헤어스타일, 닮은 배우의 이름, 행동에서 베어 나오는 품격과 분위기, 함께 왔던 가족의 이름, 와이프가 했던 스카프, 작은 그림들로 기록을 남겨두고 리마인드(remind)하게 되면 명함과 그 사람의 얼굴이 다시 한 번 겹치게 되고 좀 더 또렷하게 오래 기억하게 된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면 우리가 함께 했던 이야기 혹은 그때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내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음을 각인시키고 그 사람은 나를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습관이 된 사람에 대한 기록
이런 습관이 생기게 된 계기가 있었다. 나는 2012년 2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SIGN CHINA 전시회에 참가하게 되었고 첫 중국 전시회인지라 많은 사람들의 조언대로 중국인은 상대하지 않았고 샘플도 주지 않았다. 중국말을 하지 못한다고 연습해둔 중국말을 해도 중국말로 답하는 사람들에게 지친 나에게 조그만 여자 아이가 다가와 샘플을 달라고 했고, 나는 단호히 ‘노(No)’ 라고 답했다. 몇 번을 요청했지만 난 끝까지 거절했다. 뒤돌아가 걸어가던 그 친구가 다시 돌아오더니 그럼 마지막 날 오겠다고 샘플 한 개만 달라고 하기에, 귀찮은 듯 그렇게 하라고 대답했었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그녀가 마지막 날 진짜 찾아왔고 난 불안하지만 약속했기에 샘플을 한 개 잘라주었다. 

 

전시회 후 약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모르는 업체로부터 메일을 한 통 받았다. 회사가 설립한 이후, 가장 큰 숫자의 오더였고 믿기지 않았다. 60,000개에 3만4천 달러-. 처음으로 네 자리 숫자의 오더를 받았다. 하지만 무턱대고 좋아할 일도 아니었다. 결제를 L/C로 하겠단다. 두려웠고 무서웠다. 그렇다고 이렇게 큰 오더를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L/C가 안전하다고는 했지만 대금 결제를 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로 정말 눈앞이 깜깜했다. 


아니, 당신은 누구십니까?
무역실무 책을 보고 인터넷을 찾아봐도 불안한 마음은 영가시지 않았다. 때마침 무역협회 자문위원으로부터 방문 연락을 받았고 이 때다 싶어 끊임없는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그렇게 자문위원님의 도움으로 L/C상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들은 모든 서류에 갖춰 작성할 수 있었다. 물건이 배에 실리면서 나도 다시 한 번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행이었다. 대금 결제에 대한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잘 모르는 내게 이렇게 큰 오더를 준 사람이 누굴까 정말 궁금했다. 명함은 있었지만 아무런 기록도 기억도 없었다. 회사에 도착하고 나와 나를 맞아주는 ‘그 조그만 여자아이’ 가 이 회사에 부사장이었다니. 요즘말로 ‘헐’이었다. ‘인도네시아 친구처럼 안 생겼어, 분명 중국 아이였는데, 저렇게 작은 아이가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네.’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지면서 악수하는 내 손이 너무 부끄러웠다. ‘너 나한테 복수하려고 오더한 것 아니니?’ 그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도 프로패셔널했다.

 

나에게는 제품과 회사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요청했다. 처음으로 어설픈 자료로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회사와 제품을 소개했다. 다행히 간단한 회사 소개서와 제품 자료를 준비한 자료(USB)를 챙겨가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현지 영업부서와 엔지니어의 질문 세례에 약 4시간 동안 진땀 빼는 미팅을 했고 드디어 다시 한 번 더 강렬한 악수를 한 후 우리는 앞으로의 더 긍정적인 윈윈 파트너십을 약속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고 한국을 좋아했던 그 부사장은 현재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뒀지만 내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당시 만났던 영업팀들도 우리 회사 제품을 인도네시아 현지에 열심히 팔아주고 있어 초기 3-4개월 걸리던 발주 기간이 지금은 약 3주-1개월로 짧아지면서 수출을 꾸준히 늘려주고 있다. 


내가 시작한 일에 대해 가능성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어쩌면 수출의 물고를 터준 명함 속 주인공은 내가 다시 만나기 전까지도 기억해내지 못했던 내가 뿌리쳤던 그 조그만 아이었다. ‘끝까지 샘플 달라고 하던 작은 여자, 키가 작은 중국계 인도네시안’ ‘작지만 강했던 그녀’-. 그에 대한 기록이다. 


오작교 다리에서의 재회
우리 회사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동남아, 일본, 중동 지역으로 수출 거래 지역을 차근차근 넓혀왔다. 하지만 유럽시장은 너무 문이 좁고 발 디디기 조차도 어려웠다. 그래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린 시장이기도 하다.
2011년 중국 광저우 전시회에서 빡빡머리에 카리스마 있게 생긴 폴란드 남자가 우리 부스에서 제품을 뚫어져라 쳐다보기에 말을 걸었더니 이것저것 물어보며 명함을 준다. 그리고는 몇 가지 샘플을 원하기에 챙겨줬더니 고맙다고 보드카 한 병을 건넸다. 보드카를 건네받고 한국으로 돌아와 기분 좋게 메일을 보냈지만 묵묵부답. 그렇게 나의 메일은 약 2여 년 동안 계속 되었다. 그렇게 난 그를 잊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2013년 10월 홍콩에서 난 우연치 않게 빡빡머리의 남자를 다시 만났다. 전시회장으로 가던 아침, 전시장으로 이어주는 육교 다리위에서 한 남자가 저 멀리 바라보며 서있었고 그는 내가 2년 전에 봤던 그 폴란드 빡빡머리 주인공이었다. 나는 얼른 달려갔고,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인사했다. 당연히 그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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