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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wed 2016.05.27 08:19 조회 수 :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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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 _ 이현정 사원

건강기능식품


가격 장벽, 문화적 진입장벽, 계약조건, 돌발사태… 무역업무 중에 내 앞을 가로막는 일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내게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비밀 무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겁 없이 도전하는 자신감’이다. 처음부터 내가 자신감 있게 무역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첫 도로주행과 같던 무역업무
‘잠깐만, Ho..Hold on please’는 나로 인해 생긴 유행어였다. 무역부 직원으로 날 뽑은 이사님이 얼마나 답답하셨을지 아직도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가 이해한다는 듯한 미소와 한숨을 보낼 때 내 가슴은 항상 털썩 내려앉곤 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문을 뚫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내게 무역은 생각보다 큰 벽이었고, 간단해 보였던 이메일 업무도 단어 단어마다 실린 무게를 깨닫고 나서는 도로 주행을 처음 나선 것 같은 불안함을 느꼈다.

 

이러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일이 터졌다. 그렇다. 그 일-. 수입에 관련된 업무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국내에 물품을 들여올 때는 비용과 시기 그리고 수입 방법을 꼭 확인하고 일을 처리해야 한다. 특히 해상과 항공의 운송료는 천지 차이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다급하다고 보채는 거래처의 이야기에 그만, 수입 비용 확인도 하지 않고 국내에 납품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스케줄을 안내한 것이었다. 이사님의 얼굴에 온화한 표정이 사라진 것을 처음 보게 된 것도 그때였다. 풀이 죽은 나는 ‘내게 무역인으로서의 재능이 없다’고 자책하며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을 훔쳤다. 상대의 사정을 배려한 것이 내 회사의 실적을 줄일지 꿈에도 몰랐던 나의 실수였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회사의 한 명뿐인 무역담당자로서 이렇게 실수를 남겨놓은 채로 그만 두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오기밖에 없던 나는 만회를 위한 칼을 뽑아 들었다. 이제 무라도 썰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필사적인 만회작전이 시작되었다.

 

해상운임 가격 받고 항공수입 낭패
거래처에 사정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안 된다고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거래처에 공손하게 그러면서도 무시무시하게 이메일을 보내는 법을 배웠다. 겁에 움츠러들어 사전을 찾아가며 메일을 보내던 이전과는 달리 치열하게 덫을 치고, 밀고 당겼다. 하지만 무역의 세계는 냉혹했다. 나의 실수는 쉽사리 돌이킬 수 없었고, 이사님의 온화한 미소도 되찾지 못했다. 결국 여기까지구나 좌절하려던 순간, 마침 내가 실수를 했던 거래처의 사장님이 한국으로 출장을 온다는 말을 들었다. 풀려있던 눈에 힘이 돌기 시작했다. 무역 업무는 아직 미숙하지만, 오지랖, 아니 친화력 하나만큼은 자타공인 프로급이었기에 코리안 스타일로 거래처 사장님을 구워삶아 주리라 생각하며 웃음을 머금었다. 당시 옆에 있던 남자 직원이 황급히 자리를 떠난 것은 아마 내 웃음이 너무 상큼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출장 당일. 난 전투준비를 모두 마쳤다. 일단 이사님께 떼를 써서 출장에 동행하겠다고 허락을 받은 뒤 풀 메이크업에 깔끔한 정장, 시크한 클러치까지 나는 미모의 무역 담당자로 변신했다. 주어진 작전시간 5시간. 난 반드시 거래처 사장님의 마음을 사로잡아 가격을 깎아야만 했다. 내 등 뒤에서 우중충한 기운이 쏟아져 나오는 걸 느끼셨는지 사장님이 긴장하지 말라고 응원해 주셨다. 우리는 킨텍스에 마련된 거래처의 부스로 갔고 드디어 전투는 시작됐다. 인도에서 오신 거래처 사장님의 손가락에 잔뜩 껴진, 초능력이 뿜어져 나올듯한 가락지들이 날 움츠러들게 하는 듯 했지만, 신입 무역사원의 이글거리는 패기로 원래 예정되어있었던 미팅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위기탈출 위한 수입가격 인하 작전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하던 나는 거래처 사장님의 뒤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민 소녀를 발견했다. 대학교 새내기쯤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에 거래처 사장님과 붙어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그 분의 딸인 듯 했다. 그리고 나는 수줍은 그녀의 눈동자 속 숨겨진 쇼핑 본능을 발견하고는 이 아이가 내 실수를 만회할 열쇠임을 직감했다. ‘오호호… 딱 걸렸어 얘… ’ 그렇게 나의 본격적인 활약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재미있게 쓰고 있지만 당시에 나는 식은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다. 힌두교가 많은 인도인들은 소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에, 예약해둔 한정식 식당에도 쇠고기를 빼달라고 거듭 부탁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물론 거래처 사장님께서 아무렇지도 않게 소고기도 좋다고 하시며 술을 드실 때는 충격이었지만 말이다. 식사 중에 혹시라도 어색한 정적이 흐를까, 일주일 전부터 남자 친구까지 동원해서 외국인이 가 볼만한 서울의 명소부터 인도의 영화, 유명 배우, 이슈까지 공부했다.

 

맞선 자리 같은 어색함을 극복하고
대학에서 기말 발표를 하듯이 서투른 영어로 거침없이 대화를 주도했고, 그런 내 모습에 우리 사장님께서는 조심스럽게 추임새를 넣으시면 서도 흐뭇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시고 거래처 사장님과 따님은 깔깔 웃으며 식사를 마쳤다. 그 덕에 따님 이름이 샐로니(Saloni)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급 한식당에서 어색함을 덜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니 상견례자리의 사위가 된다면 이런 느낌일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식사가 끝나고 드디어 쇼 타임이 찾아왔다. 나는 거래처 사장님이 묵는 호텔의 주소를 듣고는 몰래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정말 아쉬운 표정으로 박람회 끝나고 바로 호텔로 가시면 심심하겠다고, 근처에 명동이란 곳이 있는데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인도 사장님과 샐로니는 명동이 어떤 곳이냐고 물었고,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화장품이 엄청 많고 가족들 선물사기에 너무 좋은 곳이라고 추천했다. 화장품이라는 한 단어는 마법처럼 우리를 명동으로 이끌었다. 사방을 가득 메운 코즈메틱 제품들 속에서 샐로니는 수줍음을 벗어 던졌고 우리는 함께 이성을 잃었다. 흥미롭게도, 분홍색이 가장 무난한 색으로 여겨지는 한국과는 달리 인도 사람들은 보라색 립스틱을 많이 쓴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보라색 립스틱을 찾기는 정말 힘들었고,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려 조금씩 온 몸이 젖기 시작했다.

 

바이어의 딸, 샐로니와 페북 친구
지쳐서 그만 포기할까 생각하던 찰나 샐로니가 엄마에게 선물하기 위해 꼭 보라색 립스틱을 사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는 나도 엄마가 생각났다. 여자가 무슨 무역이냐며 걱정하는 엄마의 얼굴을 생각하니 울컥하면서도 왠지 힘이 났고, 예쁜 생각을 가진 샐로니가 친동생처럼 느껴져서 다시 한 번 힘을 냈다. 결국, 우리는 보라색 립스틱을 찾아냈고, 나는 한사코 거절하는 거래처 사장님 부녀를 무시하고 샐로니와 그녀의 어머니께 보라색 립스틱을 선물했다.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샐로니와 나는 페이스북 친구까지 맺게 되었다.

 

쇼핑이 끝나고 거래처 사장님 부녀가 묵는 호텔 로비에서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헤어지기 직전 나는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실수를 만회하는 것, 나의 부주의로 회사가 받은 손해에 책임을 지는 것. 나는 이를 악물고 심호흡을 몇 번 했다. ‘그래 용기를 내는 거야!’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에 땀이 줄줄 흘렀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인도 사장님에게 딜(Deal)을 제안하기로 했다. 이번에 있었던 나의 실수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고, 1달러든 2달러든 상관없으니 조금만 가격을 깎아 달라고 했다. 사장님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옆에 있던 딸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결국 우리에게 2달러를 깎아 주기로 했다. 오예! 샐로니 땡큐!!, 사장님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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