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탄 맥주 수출 사례

kimswed 2016.05.26 08:53 조회 수 :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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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_ 유보형 팀장

하이트맥주, 진로소주

 

2009년 4월, 키르기스탄에 하이트맥주 5컨테이너를 선적하였다. 키르기스탄을 수출대상국가로 선정한 이유는 10년 전 첫 맥주 수출을 시작하여 지금은 전계에서 하이트맥주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로 크게 성공한 몽골의 맥주시장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500만 명의 인구에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 수준의 작은 시장이지만 수입맥주가 전체 맥주시장 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지 맥주회사들은 열악한 제조설비로 저가, 저품질의 제품들만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나 칼스버그, 하이네켄, 버드와이저 인베브 등과 같은 세계적인 맥주 제조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국가로 당사 하이트맥주가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해 보였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판촉물을 활용한 마케팅을 도입하는 등의 몽골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활용하면 몽골에 이어 제2의 하이트 수입국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수입업자는 현지 맥주 판매량 3위의 맥주회사인 Bars맥주㈜로 정한 상태였다. Bars맥주를 만나기 전에 현지의 많은 주류 제조 및 수입업체들, 음료 제조업체들과의 미팅을 하였지만 확실한 답을 듣지 못하였었다.


그러던 중에 맥주와 보드카를 함께 생산하는 회사로서 현지에서는 나름 대기업으로 시장에도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유통망도 갖춘 Bars맥주 측이 당사의 마케팅계획과 사업계획안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기존의 판매망이 있으니 맥주수입쿼터만 받으면 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맥주의 경우, 신제품을 출시하기에는 봄철만한 적기가 없다. 맥주 성수기가 시작되는 여름철이 도래하기 전에 두 달 정도 시장에 제품을 유통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익숙하게 하기에는 5월이 적기이기 때문에 신용장을 개설하겠다는 구두약속을 받고 4월에 선적을 마쳤다. 1달 이상이 소요되는 운송기간을 고려하여 5월에 유통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했다. 하지만 쉽게 맥주수입쿼터를 받기로 한 Bars맥주 측은 5월 6월이 지나도 수입면허를 받지 못하고 지루한 변명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천신만고 끝에 현지 No.1 맥주회사인 “압디시아타”사로 수입업자를 교체한 후에야 비로소 하이트맥주를 현지에 출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성수기는 지나있었고, 장기간 컨테이너 야드에 보관되어 있던 관계로 CY(컨테이너 야드) 사용료를 지불해야 했다. 첫수출로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해에는 신시장의 Soft landing이 우선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압디시아타 측은 맥주 수입 판매보다는 당사의 마케팅 노하우와 공장 관리 운영 노하우 이전에만 관심을 보였다. 압디시아타 측의 마케팅 임원, 연구소장, 사장의 아들인 영업 임원 등 3인이 당사를 10일간 방문하여 컨설팅을 받고 돌아갔지만 2차 오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름 해외영업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생각한 내 자신에게 자문해 보았다. 왜 이런 실패를 하게 되었을까? 아래의 3가지가 이유였다. 첫째, 신규진입 국가에서는 조건을 갖춘 상대를 선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지의 No.3 맥주회사는 당사의 노하우를 배워 No.1 맥주회사로 성장할 것을 원할테니 당사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일 것이며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금력, 정치력 부족으로 수입 쿼터를 받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간과되었다. 둘째, 현지 주류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주류수입쿼터 승인 실패로 성수기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라마단 기간마저 겹쳐 성공적인 시장 진입에 실패하였다. 또한 운반비가 저렴한 캔맥주 보다는 병맥주를 선호하는 현지 특유의 맥주 소비행태를 모르고 캔맥주를 주력 품목으로 하였다. 셋째, 소매점 업주들이 판촉물을 갖고 소비자에게는 전달하지 않음으로써 최종소비자의 구매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다. 해당 사례를 통해 나 스스로 느낀 점이 몇 가지가 있었다. 신규국가 수출 시에는 시험통관을 통해 쿼터, 제금, 운송관련 정보 등 발생가능한 모든 문제점들을 사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점. 저개발 국가에서는 판촉물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도록 하기위해서는 포스터 내용에 선물 증정사항 등을 명기해야 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는 점. 키르키스탄 개척 시 수도인 비쉬켁보다는 한국 건설업체가 많고 국가 인지도가 좋은 지방인 오쉬지역을 선택했어야 했다는 점. 넷째, 저개발국가에 수출 시에는 바이어가 1위 업체가 아닌 경우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바이어의 재정상황을 체크해야 한다는 점. 회사 내에서는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후배 직원들에게 자주 이러한 실패 사례를 들려주려고 하고 있다. 본 사례가 대한민국 수출 전선에서 애쓰고 있는 후배들에게 실전에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진심어린 마음을 담고자 노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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