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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는 연구개발… 실패를 즐기는 CEO
 
 
“연구개발 과정에서 난관을 만나면, 기쁘고 흥분됩니다.”
 
화장품 소재 분야의 노력파 연구자, 이상린 마크로케어 대표의 말이다.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 대표가 걸어온 길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올해 70대 중반을 바라보는 그는 젊어서부터 셀 수 없이 많은 연구로 큰 성과물을 내놨다. 그 중 일부는 산업계의 트렌드를 바꿔 놓은 혁신적인 결과물이었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당당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빌면 ‘트러블(난관)에 봉착하면 그 원인을 분석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원인을 찾다보면 저도 모르게 흥분된다”며 “50년 동안 연구하면, 그렇게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화장품 소재 수출실적이 890만 달러인 마크로케어는 5년 내 수출 3000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상린 마크로케어 대표가 세계적인 화장품 업체의 ‘협력사 인증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마크로케어]
●입사 4개월 만에 신기술 개발 = 대학에서 공업화학을 전공한 이상린 마크로케어 대표는 1970년대 중반에 국내 최고의 화장품회사인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 연구소에 입사한다. 재료연구실에 배치된 그는 이곳에서 4개월 만에 놀랄만한 연구결과물을 내놓는다. 폴리에칠렌(PE) 표면에 쉽게 인쇄되는 ‘잉크’다. 
 
해외에서 빠르게 확산되던 기술로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구현한 곳이 없었다. 공업화학 전공자가 처음 배치되자 연구소는 그에게 미션을 준 것. 그리고 이 대표는 4개월 만에 결과물을 도출했다. 짧은 시간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이 대표는 ‘체력’과 ‘호기심’을 들었다.
 
“대학 때 유도를 해서 체력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남들이 8시간 일할 때 저는 10시간을 일했죠. 그리고 연구를 하다 보면 재미에 빠져들어,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신입사원 때부터 종종 연구하다가 밤을 새웠습니다.”
 
이 대표는 이어 “제가 개발한 연구 성과물이 실제로 제품에 적용됐을 때, ‘해냈다’는 희열을 느끼곤 했다”며 연구개발의 즐거움을 강조했다.
 
●홀로 유럽 누비며, 선진 튜브 도입 = 1980년대 초반 그에게 치약용 라미튜브 개발 미션이 떨어졌다. 알루미늄 튜브를 대체한 제품으로, 유럽에서 기술을 전수받으라는 것이었다. 
 
젊은 연구원이었던 그는 거침이 없었다. 무작정 찾아간 곳이 스위스의 세계적인 튜브용 실링 기계 생산업체다. 이 대표는 바로 난관에 봉착했다. 스위스 회사는 국가별로 한 개 업체에만 독점적으로 설비를 제공하는데, 이미 국내 L사가 설비를 공급받고 있었던 것. 아무리 설득해도 요지부동이었다. 
 
낙담했지만 그는 곧 희망의 끈을 잡는다. 설비 공급을 거절한 스위스 회사 출신 개발진들이 마침 새로운 회사를 세운 것. 그는 신생회사를 찾아가 장비를 공급받게 된다. 그리고 바로 튜브 원단업체 추천을 받았다. 이번에는 독일업체였다. 지체없이 독일로 넘어갔다. 그리고 계약서에 사인 후 이번에는 튜브용 뚜껑을 만드는 업체를 물어서, 프랑스로 넘어갔다. 
 
이 대표는 “실력 있는 업체들이 유럽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다”며 “3개월 동안 4개국에서 6~7개 업체를 만나서 계약까지 체결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 해외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노력파’다. 1970년대 후반에 외국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됐었는데, 영어 실력 부족으로 최종 심사에서 떨어졌다. 오기가 생긴 이 대표는 틈틈이 어학 학원에 다니며 영어공부를 했다. 덕분에 1979년에 회사 지원으로 미국 3개월 단기 연수를 갔었고, 이후 영어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성과로 태평양 재직 시절 ‘러스터(Luster) 유약’ 개발을 꼽을 수 있다. 유리병을 마치 속이 비치는 백색 도자기처럼 만든 제품이다. 지금은 보편화한 것으로 이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이 대표는 태평양에서 여러 연구개발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후 중국·말레이시아·프랑스 등의 공장 개설과 가동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소재 사업을 총괄하면서는 미백크림인 ‘비타젠’ 개발 공로로, ‘특허기술상’을 받기도 했다.
 
●창업 그리고 세계적 기업의 러브콜 = 마크로케어 창업은 우연한 계기였다. 이 대표가 퇴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태평양에서 생화학부문 사업 정리를 결정한 것. 이 대표가 부문장까지 역임해 애착이 컸던 사업부다. 
 
마침 태평양의 사업부 매각작업이 원활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은행 대출로 사업부 시설을 인수했다.
 
하지만 초기 사업은 기대만큼 순탄치는 않았다. 첫 개발품인 피부 미백용 코직산 유도체에 대해 좋은 평가를 얻었고, 태평양이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물량을 늘리려던 두 번째 해에 문제가 터졌다. 코직산 유도체가 피부 트러블을 일으킨다는 언론 보도와 함께 화장품업계가 ‘사용 중단’을 결정한 것. 당시 10억 원대 생산라인이 일거에 멈추는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그에게 의외의 곳에서 손길을 내밀었다.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인 L사에서 이 대표에게 연락이 온 것. 당시 일본에서 공급받던 소재의 단가가 높아 대체재를 찾고 있다며, 이 대표에게 대체 상품 개발을 제안한 것이다. 국제 화장품 전시회에서 만나서 대화를 나눴던 것이 인연이 됐다. 
 
이 대표는 시장 조사를 했고, 마침 일본 소재의 특허가 2년 후 만료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만료 시점에 맞춰 소재를 개발했고, 경쟁력 있는 가격에 L사에 공급할 수 있었다. L사는 지금까지 이 소재를 마크로케어로부터 조달받고 있다. 덕분에 마크로케어는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시대를 앞서는 연구개발을 지속할 것 = 마크로케어는 일반화돼 있는 유기합성 소재의 바이오기술 대체 작업에 한창이다. 앞으로의 트렌드에 대비하는 것이자 ESG 경영의 일환이다. 
 
이 대표는 “녹색화학(Green Chemistry) 기반으로 바이오테크놀로지 소재 개발을 펼치고 있다”며 “앞으로는 ‘바이오기술이 미래’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이미 발효공장을 세웠고, 대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상린 대표는 “화장품용 비타민류 소재 개발에 있어서는 우리가 세계 최고”라며 “앞으로 5년 내 수출 3000만 달러 달성과 함께 우리가 개발한 소재를 글로벌 톱10 화장품회사 모두에게 공급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끝장을 보는 자세가 필요한다’고 강조했다.
 
“일이 크든 작든 무조건 끝까지 마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번 전체 과정을 경험하면 그다음 일은 훨씬 편해집니다. 모든 프로젝트는 과정이 똑같기 때문입니다. 전 과정을 모두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것을 알지 못합니다.”
 
이 대표는 이어 “개발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절대로 연구자에게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뻐하라’고 주문한다”며 “원인을 찾다 보면 그 과정에서 분명히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이 제가 50년 동안 연구하며 깨달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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