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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신문은 이번 호부터 매주 오주현 한국무역보험공사 전문위원의 기고로 ‘초보 수출기업을 위한 안전수출 가이드’를 연재합니다. 필자는 30년 이상 수출 지원 정책금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문가로 자신이 직간접 경험한 초보수출 성공과 실패 사례, 베테랑 수출자의 수출 노하우, 환리스크 관리, 수출대금이 안 들어올 때 대처 방법 등 초보 수출기업이 겪을 수 있는 여러 상황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아이클릭아트 제공
 
들어가는 글 : 수출이 살 길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명목 기준)는 1960년대에 100달러 대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만 달러 대를 기록 중이다. 6.25 이후 폐허가 된 우리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비결은 수출 중심의 공업화 전략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자원이 부족하고 시장이 협소하니 불기피한 선택이었다. 
 
우리의 수출은 1962년에 1억 달러를 시작으로 거의 10여 년 간격으로 자리 수를 달리하며 급성장해서 2023년에는 6324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에 달하니 수출이 없는 한국 경제는 상상하기 어렵다. 
 
중소·중견기업 수출의 중요성
 
이제까지의 수출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주도해왔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선다. 이들 대기업과 여기에 협력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수출 생태계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기업 주도형 산업전략은 제조 역량이 평준화되고, 창의성과 다양성이 중시되는 미래에는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미 그런 조짐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아성은 엔비디아, TSMC 등 후발주자에 밀리며 흔들리고 있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주도하게 될 미래의 현대자동차 위상도 불확실하기만 하다. 주식시장에서는 신생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시가총액(800조 원 상회)이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가총액 합계(약 100조 원)의 8배에 달하고 있다. 
 
현재의 대기업 주도형 경제 구조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 한두 개가 몰락하는 경우 우리나라 경제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반도제 경기 부진만으로도 우리의 수출실적은 전년대비 7.5%나 감소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중소·중견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며 커갈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언젠가는 이들이 선두를 추월해가며 우리 경제를 견인해 갈 것이다. 
 
그런데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대외적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고, 수출하고도 돈을 못 받거나 클레임 때문에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무역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 환율 때문에 수출을 하고도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려움을 딛고 버텨내야 한다. 수출이 우리의 살 길이기 때문이다. 혼자라면 벅차겠지만 힘을 합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수출유관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는 30년 이상을 수출을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고객사들의 흥망성쇠 과정을 지켜보았다. 1997년경 삼성전자가 애니콜이란 생소한 브랜드명으로 미국 시장에 첫수출하는 과정을 지켜보았고, 2009년 이후 삼성전자가 인도 휴대폰시장에서 절대강자 노키아를 몰아내고 1위로 올라서는 것도 목격했다. 반면에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상용화에 실패해서 사라져가는 기업이나, 성장이 정체되면서 과도한 차입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회사도 지켜봤다.  
 
필자는 앞으로 수십 회에 걸쳐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초보 수출기업을 위한 안전수출 가이드’란 제목으로 연재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수출 성공·실패사례, 바이어 발굴, 수출자금 조달, 무역사기, 수출리스크 관리, 환리스크 관리, 수출채권 회수, 수출기업 재무관리, 플랜트 수출 및 해외사업 자금조달 등이다. 같은 주제로 ‘초보수출 백전불태(가제)’란 제목의 책도 출간 예정이다. 필자의 글과 책이 수출기업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
 
장기생존 비결, 품질 신뢰와 스킨십
 
대구 소재 공업용 장갑 제조업체인 H사는 부친 대까지 포함하면 무려 60년 이상 생존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일반 소비재인 장갑이니, 이미 중국이나 동남아 경쟁사에 견줘 가격경쟁력을 상실했을 텐데,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일까?
 
이 회사의 L사장은 거래처에게 제품의 품질과 거래에 대해 신뢰감을 준 것이 생존비결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 역시 중국 등 경쟁사에 밀려서 시장점유율은 떨어지고 있으나, 해외 주요 거래처들이 동사의 제품을 신뢰하기에 가격이 다소 비싸도 쉽게 수입선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신뢰는 장기간의 거래를 통해서 쌓아온 것으로,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뜨리기는 쉬우니 꾸준히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한다. 
 
L사장은 온라인 시대라도 관계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스킨십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거래 상대가 나의 말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내 표정을 보고 중요한 판단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일면식도 없이 이메일만으로 오더를 따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H사가 결정적으로 거래처의 신뢰를 얻게 된 계기는 클레임 처리 과정에 있었다. 수입자의 클레임 제기에 대해 L사장은 현장으로 직접 날아가 수출상품을 일일이 전수조사 한 후 하자 있는 물품만큼 과감하게 수출대금을 감액해 주었다. 
 
이 일은 수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렇게 확실히 대응하니 바이어가 H사를 신뢰해서 거래관계를 지속할 있게 된 것이다.
 
오래전 사례이기는 하나 디지털 TV를 만들던 I사는 차입금을 끌어 쓰면서 매출규모를 키워가다 영업환경 악화로 매출 신장세가 정체되자 불어난 차입금(차입금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차입금 의존도가 54%까지 상승)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했다. 
 
시장에서는 차입금의존도가 40%를 넘어가면 위험관리가 필요한 단계로 본다. 다음 기회에 추가 설명하겠지만 중소기업은 부채관리와 차입금 관리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돈이 없어도 수출이 가능하다
 
돈 없고 담보가 없어도 수출이 가능할까? 몇 가지 사례를 보자.
 
2022년 설립된 A사는 재무제표가 보잘 것 없고 담보도 없어서 수출 거래선을 확보하고도 수출을 진행하는데 애로를 겪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수입자 신용도까지 시원치 않은데다 수입자는 처음부터 장기외상거래를 요청해 왔다. 
 
다행히 A사는 신용보증기금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를 활용해 수출금융을 조달해서 수출을 이행할 수 있었다. 또한 장기외상거래(T/T 120 days)는 무보의 수출신용보증서(포괄매입)로 수출채권을 유동화하고, 무보의 단기수출보험으로 외상거래의 대금미회수 위험을 커버하였다. A사는 무보를 활용해서 바이어의 장기외상거래 요구를 받아주었고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B사는 KOTRA 무역관을 통해서 바이어를 소개받았다. 이 회사 역시 돈 없고 신용등급도 최하위였다. 하지만 소상공인진흥공단의 바우처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300만 원의 자금을 지원받았고 신용보증재단의 보증부 대출로 수출자금을 조달해서 소액이지만 첫 수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C사는 중국에 웹툰과 캐릭터 상품을 수출했으나 대금을 못 받았다. 폐업 위기에 몰린 이 회사는 무보의 미부보채권 회수대행서비스를 활용해서 대금을 전액 회수했다. 
 
수출경험이 없는 D사는 수출계약서에 대해 무보 컨설팅과 신용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입자의 명의도용 사기를 예방할 수 있었다. 
 
E사 사장은 한국인과 결혼한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인데도 수출지원기관 상담을 통해 배워가면서 수출신용보증서로 자금을 조달하고 네고를 통해서 수출채권을 유동화하면서 수출을 진행할 수 있었다.
 
A사부터 E사까지의 사례처럼 초보 수출기업은 수출지원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초보 수출기업들이 수출지원기관을 활용하고 리스크 관리를 잘 해서 글로벌 전투에서 ‘백전불태’하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해외 거래선은 어떻게 발굴할 수 있을까? (다음 호에 계속)
 
오주현
한국무역보험공사 전문위원
happyoj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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