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운남성기행사진

kimswed 2006.10.17 11:02 조회 수 : 5127 추천: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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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성대장정






 


▲ 티벳 문자를 적어놓은 비석들을 쌓아놓은 돌탑과 티벳 스타일의 불탑인 라마탑(리탕).  


중국 사천성(쓰촨성)의 남서부 일대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순수의 고장이다. 원시적이고도 보편적인 인간의 삶 얘기가 훈훈하게 들려오는 이곳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티벳과 가까워 리틀 티벳으로 불리기도 한다. 소소한 일상이 살아 숨 쉬며 세상의 끝이라 여겨지는 먼 여행길에서 여행자들은 다른 삶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새삼 느껴본다.



 


▲ 벽돌로 만든 가옥의 창틀에 기대어있는 장족 남성(리탕).


중국 운남성(윈난성) 여행을 마치고 티벳과 사천성 사이의 접경지대를 따라 난 고지대의 산길을 택해 도전적인 여행을 해보기로 작정했다. 운남성 종디안(中甸)에서 사천성 리탕(理康)으로 가는 길은 아직 어느 누구에도 검증 받지 않은 험난하고 다소 모험이 따르는 길이었다.

내가 선택한 루트는 종디안에서 사천성으로 넘어가 시앙청을 거쳐 리탕까지 가는 길이다. 이 지역은 소위 리틀 티벳으로 불릴 정도로 지리적으로는 티벳 자치구와 접해 있으며, 문화적으로는 티벳 문화권에 속한 곳이다. 리탕은 중국 내에서 가장 고지에 위치한 마을이다(무려 해발 4,014m 위에 위치해 있다). 계획대로 리탕까지 무사히 갈 수 있다면 이번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인 청두(成都)로 가는 길은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시앙청의 아름다운 라마 사원

종디안에서 데롱을 거쳐 들어온 시앙청이란 곳은 산골짜기 속에 은밀히 숨어있는 소박한 소도시였다. 중심거리는 콘크리트 건물들로 채워져 있지만 주변은 온통 산과 밭이다. 그래서인지 도시 모습에서 흙이 주는 부드러운 촉감이 묻어났다.



 


▲ 불쑥불쑥 솟아오른 고봉들이 인상적이다. 라마탑이 길가에 외로이 서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시앙청은 도시 자체로는 그다지 티벳다운 매력을 발산하지 못했다. 다만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드라마틱하게 자리 잡은 라마사원은 어느 곳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경관이 뛰어났으며, 색채의 마법을 보는 듯 화려한 건축미를 자랑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언덕 위를 올라 사원에 다다랐다. 사원의 드높은 위엄을 나타내듯 눈앞에 펼쳐진 높은 층계탑은 방문객들을 위압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자 한 라마승이 다가와 입장료를 내라며 손가락 열 개를 내보였다. 10위안을 내라는 얘기다. 아무래도 자기 용돈으로 쓰려고 달라는 것 같다. 그래서 반으로 깎아버렸다. 중국여행에서 흥정은 여행자들의 필수지침사항이다. 이 순박한 지방에까지 중국인들의 상술이 전달되었나 싶어 사실 마음이 씁쓸했다.



 


▲ 작은 기도통을 돌리며 걸어가는 리탕 사람들의 모습에는 내세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

돈을 내자 한 젊은 승려가 사원 안으로 안내해 주었다. 의사소통은 안 됐지만 젊은 승려는 능숙하게 사원 구석구석을 보여주었다. 17세기에 세워진 라마사원은 겉모습보다 내부구조가 훨씬 더 복잡하고 웅장했다. 붉은 색을 주로 많이 사용하는 색채가 건물 군데군데에서 드러났다. 천장이 닿지 않을 정도로 드높은 공간미도 압도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세세히 그려 넣은 천장화와 벽화들의 눈부신 색채가 인상적이었다.  



험준헌 고산준봉의 고갯길을 따라



 



▲ 리탕의 거리에서 만난 장족 여성. 독특한 머리 장식이 돋보인다.

시앙청에서 다시 리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리탕으로 가는 100여km의 길은 그야말로 고산준봉을 넘어가는 길이다. 위험스럽지만 스펙터클한 장관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여행자들의 유일한 낙이 됐다. 도로의 길이는 얼마 안 되지만 좁고 꼬불꼬불한 고갯길에서 버스는 시속 20~30km로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다.

승객들 중에는 장사꾼이나 승려들이 많이 보인다. 바깥 바람이 매섭건만 차안의 승객들은 저마다 창문을 열어놓는다. 그 이유는 승객들이 대부분 장거리 버스여행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실내 공기의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이 먹은 한 노인은 버스 여행 중 계속 멀미를 해댔다.

차창으로는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이 펼쳐진다. 산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산이 나왔고, 빙하 빙판을 가로지르면 또 다시 빙판이 등장했다. 영원히 나아간다 하더라도 결코 이 여정을 끝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 해발 4,000~5,000m 고지를 넘나드는 고갯길.


‘죽음의 협곡’이라 불리는 시앙청과 리탕 사이의 해발 4,000m대 길은 실제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한, 그야말로 낭떠러지가 바로 눈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위험천만한 길이었다. 혹시라도 이 낭떠러지에서 추락한다면 영락없이 공기의 저항은 무시된 채 끝이 안 보이는 저 골짜기 아래로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운전대를 돌리는 운전사의 알 수 없는 여유가 오히려 마력적이다.


 

▲ 높은 언덕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시앙청 라마사원.

고지대를 넘나드는 불편하고 불안정한 버스 여행 중에서도 가끔씩은 재미있는 진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간혹 운전사는 열심히 달리던 버스를 잠시 멈춰 세우고 가열된 엔진 위에 물을 부어 식힌다. 이와 같은 장면은 버스 여행 중 처음 보는 장면이다.




 

▲ 고지에 자리한 시앙청의 라마사원에서 내려다본 마을과 주변 풍광.


장족의 평온한 고향 리탕

아침 7시에 출발하여 6시간을 줄곧 달려 리틀 티벳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리탕에 도착하니 지난 3~4일 간의 외롭고 힘들었던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순식간에 펼쳐져 지나갔다. 시앙청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리탕에 발을 내딛자 고독한 원의 고독한 중심이 된 기분이다. 이곳에서도 역시 모르는 얼굴과 언어 사이에서 혼자라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 고독을 뿌리치려고 안식처를 찾아나선 여행이건만 이처럼 여행자는 여행 중에 고독해지는 법이다.  



 

▲ 리탕의 티벳 가옥. 사람들은 2~3층에 살며, 1층은 가축우리나 헛간으로 사용된다.


리탕은 시앙청과 비슷한 규모의 소도시였지만 분위기는 훨씬 더 티벳적이었다, 다른 중국의 소도시와는 달리 분주함 속에 평온함이 있었다. 저마다의 개성인지 이곳 전통문화의 한 단면인지, 이곳 장족(壯族·티벳족이라고도 지칭)들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은 참으로 특이했다. 복고풍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60년대 히피족을 연상케 하는 긴 생머리의 남성을 보고 반사적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이곳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장족들의 조상들은 티벳 고원이나 이 지역 일대에서 양을 치던 유목민들이다. 이곳에 정착해 살면서 많이 한족화됐다지만 그래도 이곳만큼은 티벳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1,600만 명의 인구를 지닌 장족은 중국의 최다수의 소수민족으로, 언뜻 보면 얼굴이 검게 그을렸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한국인들과 많이 닮았다.



 

▲ 리탕의 라마사원 입구. 사원 주변에 여러 채의 티벳 가옥이 보인다.

한번은 카메라를 들고 길을 걷다가 다짜고짜 집안으로 들어오라며 안내하는 한 장족 여인을 만난 적이 있다. 집안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이제 막 돌이 지났을 만한 어린아이를 안은 채 보여주었다. 말이 통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순박한 미소만으로도 그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원대로 아기를 안은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내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던 그 여인은 그저 아기와 함께 내 사진의 모델이 되는 것으로 만족해했다. 아기를 안은 채 흐뭇한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면서 폴 고갱이 타히티섬에서 구상하였다던 성가족화(聖家族畵)에 나오는 모성애 넘치는 원시부족 여인이 갑자기 떠올랐다. 디지털 카메라나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다면 즉석에서 사진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다시 돌렸다.  


라사에서 운반해온 불상 안치

리탕의 라마사원은 시앙청의 라마사원과는 달리 평지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은 3대 달라이라마에 의해 세워졌다. 내부에는 티벳 라사에서 운반되어온 불상이 안치되어 있는데, 승려들이 직접 들고 걸어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오랜 수고와 오랜 시간을 들인 만큼 불상의 가치는 이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 리탕으로 향하는 버스 여행길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한 무리의 양떼를 발견하다.



사원 내부는 화려한 외관이나 거창한 꾸밈보다는 오랜 인고의 세월을 거친 영겁의 공간과 같이 소박하고 겸허해 보였다. 이곳에서 해맑은 웃음의 어린 동자승들과 어울릴 시간을 갖게 된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언어가 달라 아이들은 금세 필자를 외국인으로 알아차리고 호기심 있게 바라보며 촬영을 위해 재미난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다. 볼펜이라도 한 자루 손에 꼭 쥐어주면 얼굴을 붉히며 쏜살같이 어디론가 사라지기도 했다.



 

▲ 황량함을 드러내는 리탕 부근의 산촌.

동자승들은 서너 살의 어린애부터 열 살 안팎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이루고 있었다. 열다섯 살 가량의 젊은 승려들은 의젓하고 수줍은 호기심을 보이는 데 반해 어린 동자승들은 장난치기를 좋아하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연신 졸라댔다. 이제 경우 엄마 젖을 뗐을 성싶은 어린 동자승들이 우루루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 동물의 뿔과 작은 돌들을 지붕 위에 얹어놓은 모습. 이곳 티벳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전통문화의 일면이다.

‘티벳의 한 노승이 이제 막 입문하려는 젊은 승려에게 물었다. 흔들리는 것은 깃발인가, 바람인가. 이렇게 대답해야 하리라. 그것은 깃발도 바람도 아니고 마음입니다라고.’ 갑자기 티벳의 라마 사원에 대해 알고 있던 일화가 생각났다.

그리고는 이들 어린 동자승들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마음 한 구석에 담겨있던 무언의 메시지를 발견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우리는 늘 신에게 기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이질적인 문화와 생활환경을 지닌 이들 티벳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둘러보면서 그 가운데 내가 지닌 것들과의 동질성을 발견해 내고자 하였다. 기술이 장악해버린 현대사회와는 동떨어진 세상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이들의 머릿속에는 과연 어떠한 것들로 채워져 있을까?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의 샘으로 가득 찬 우리의 머릿속과는 분명 다르리라. 그리고는 점점 그들과 하나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태고적 인간의 원시생활로 돌아가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 인간의 보편적 가치가 상실되지 않은 처음 순수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과 함께.

글·사진 김후영 포토저널리스트






여행팁
여행루트
리틀 티벳 지역은 중국 운남성 북부 일대와 사천성, 감숙성 일대를 이르는 티벳 문화권 지역을 말한다. 이 지역을 여행하는 루트로는 운남성에서 사천성으로 올라가는 방법과, 감숙성에서 사천성으로 내려오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전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운남성의 주도인 쿤밍(昆明)까지 가서, 버스로 운남성의 다리, 리장을 거쳐 종디안까지 간다. 거기서 다시 버스로 데롱, 시앙청, 리탕, 캉딩을 거쳐 사천성의 청두(成都)로 나오면 된다. 후자의 경우 대개 감숙성의 란조우에서 시작해서 버스로 샤해, 랑무쉬, 송판, 청두를 거쳐 리탕까지 내려오면 된다. 리탕에서 서쪽의 바탕(Batang)을 거쳐 티벳의 라사로 들어갈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과 쿤밍 사이를 운항하며 아시아나 항공은 인천과 청두 사이를 운항한다.

교통 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운남성의 종디안에서 리탕까지 가는 여정에는 데롱과 시앙청을 거쳐야 한다(지도 참조). 종디안에서 리탕 사이의  도시 간 버스 운행은 하루 오전 한 번뿐이다. 구간별 소요시간 종디안-데롱(5시간 소요) / 데롱-시앙청(4시간 소요) / 시앙청-리탕(6시간 소요)

숙소 종디안, 시앙청과 리탕의 숙박시설은 비교적 잘 갖추어 있다. 대부분의 숙박시설은 중심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고급 호텔이라 하더라도 영어를 사용하는 종업원을 찾기는 힘들다. 따라서 간단한 중국어를 익혀두는 것이 유용하다. 고급 호텔의 경우 숙박비는 대략 100~200위안 정도.  

가이드북 추천해 주고 싶은 여행책자로는 론리플래닛(Lonely Planet) 가이드북 시리즈 중에서 중국의 운남성, 사천성, 감숙성을 다룬 가 있다.

환율 위안(Y). 1Y=약 130원(현재). 시앙청과 리탕의 은행에서는 달러 환전이 불가능하다(종디안,청두에서 가능). 미리 중국화폐를 충분히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시앙청, 리탕 두 곳 모두 치안은 안전하다.

비자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인 경우 홍콩을 제외한 중국 방문 시에는 중국비자가 필요한데, 관광비자의 경우 30일 체류비자(발급 후 90일간 유효), 90일 체류비자 등이 있다.

축제 리탕에서 열리는 말타기 경주 행사(Horse-Racing Festival)가 매년 8월1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티벳 전통 축제로 대규모 말타기 경주 행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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