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코퍼레이션(주)] 스피드가 우리 회사 최고의 전략 -

부산 가야동에 소재한 에이치비(HB)코퍼레이션(대표 이시호)은 농산물, 식품 수출 전문회사다. 어둠이 깔리는 시간, 부산 지하철 2호선 가야역 인근의 이 회사에 들어서자 텍스(tex)와 하파그로이드(Hapag-Lloyd) 마크를 단 20피트 컨테이너 2개에 수출품을 적재하는 손길이 바쁘다. 또 다른 한쪽에서 ‘한식의 세계화 우리가 반드시 이루겠습니다’라고 쓴 HB코퍼레이션의 운반차가 눈길을 끈다.

 HB코퍼레이션은 2009년 6월에 설립되어 올해 8년차가 되는 기업이다. HB는 휴먼 브리지(Human Bridge)를 줄인 말이다. 국내 생산업체든, 해외 바이어든 마음을 얻어야 수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라 한다. 이 회사의 주역은 48세의 이시호 사장이다. 해운회사에서 영업을 하면서 물류를 익히고 무역업에 뛰어든 그는 2016년 900만 달러(추정치)의 수출실적을 올리는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수출하는 제품과 품질에는 타협을 하지 않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에는 수출시장을 30여 개국으로

확대하고 수출금액도 전년보다 33% 늘어난
1,200만 달러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수출 900만 달러 중견기업 도약
수출실무가 너무 바빠 은행 등의 외부 업무는 몇 가지를 모아서 한꺼번에 보고 있다는 이 회사 강명식 상무의 안내로 3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약 760㎡(230평) 규모의 물류창고 옥상에 마련된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쪽에 화이트보드로 만들어진 선적 일정표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LCL부터 40피트 컨테이너까지 물량에는 차이가 있으나 다가올 한 달 동안 빈 날이 없다.

 HB코퍼레이션은 회사 설립 첫해에 ‘백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2011년에 ‘삼백만불 수출의 탑’, 2012년에 ‘오백만불 수출의 탑’을 받는 등 그간 해마다 급성장을 거듭해왔다. 이 사장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활동을 밑바탕으로 수출시장을 세계 25개국으로 늘려놓았다. 이들 시장의 80여 개 바이어를 상대로 농수산물을 비롯한 식자재, 가공식품 등을 수출하고 있다. 김과 냉동식품, 식품류, 소시지, 초코스낵, 스시김, 식자재, 크런치 바이츠를 비롯하여 이 회사 수출품목은 줄잡아 2,500여 종에 달한다.

 2016년 1월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된 이 회사의 지난 2016년 1~10월 수출은 770만달러로 2015년의 수출액을 이미 상회했다. 2016년 전체로는 900만 달러가 되어 전년대비 수출신장률이 당초 목표 18%를 크게 상회하는 25%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25개국에 바이어 네트워크
이 사장은 그간 미국, 일본, 홍콩, 캄보디아, 스페인, 페루, 남아공, 알제리, 호주, 뉴질랜드를 비롯한 세계 각국을 누비며 거래선을 개척해왔다. 대형 수입상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해외에 있는 중소 규모의 한국 음식점과 슈퍼마켓, 마트 등을 상대로 필요한 물건을 맞춤식으로 선적해주는 방식의 수출을 하고 있다.

 가장 큰 거래처는 홍콩,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에 소재해 있는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바이어를 상대하고 있다. 또 수출품도 매우 다양하다. HB코퍼레이션이 가장 많이 거래하는 업체인 농심, 제일제당 등 2개사의 비중도 14% 안팎에 그친다. 바이어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찾아내 수출하면서 늘어난 국내 거래기업이 수백 개사를 헤아린다.

 HB코퍼레이션은 국내 생산업체의 제품을 모아 한꺼번에 선적하는 단순한 기능의 수출업체가 아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현지 시장에 맞는 맛과 포장을 개발하여 수요를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 조달하는 제품은 HB코퍼레이션의 손을 거치면서 디자인이 바뀌고 시장에 맞는 라벨이 새롭게 부착되는 등 완전히 새로 태어난다. 또 바이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국내 기업에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의 생산을 의뢰하여 수출하는데 그 물량이 자그마치 200만 달러 규모에 이른다.

 토마스 앤 프렌즈 브랜드의 초콜릿 과자, 큐브 바이츠와 크런치 바이츠는 HB코퍼레이션이 바이어의 주문을 받아 국내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이 회사의 히트상품이기도 하다. 토마스 앤 프렌즈는 영국의 유명한 만화 캐릭터인데 HB코퍼레이션이 제품과 포장 디자인을 개발하여 해외 바이어들에게 큰호응을 이끌어냈다.

토마스 앤 프렌즈 바이츠 해외에서 큰 인기
한류가 확산되고 한국 식품의 인지도가 높아져 식품류 수출의 잠재력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HB코퍼레이션의 수출이 저절로 고성장을 거듭하는 것은 아니다. “이시호 사장께서 해외에서 살다시피 하고, 해외영업팀도 불철주야 뛰고 있으며,해외영업 인력을 보강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해외 식품전시회는 1년에 7~8회씩 나가고 있다며 덧붙인 강 상무는 이 대목에서 수출 중소기업과 전문무역상사에 관한 의견을 내놓았다.

 첫째는 수출자금에 관한 것이었다. 국내 기업 제품을 구매하여 수출하는 농식품 수출 특성상 수출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하여 수출 준비자금이 필요한데 제조업체가 아니라 유통업체로 분류되다 보니 은행 대출이나 정책자금 이용에서 뒤로 밀리기 일쑤라며 “자금력이 뒷받침된다면 수출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출품 구매는 현금결제를 해야 하는데 수출은 선적 직후 대금의 50%를 받고 나머지 50%를 1개월 정도 외상으로 거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 더 많은 선적자금이 필요하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둘째는 전문무역상사의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에 관한 것이었다. 지자체와 수출지원기관에 해외 전시회 참가 신청을 하면 탈락하는 경우가 많아 자력으로 나가는 일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강 상무는 “여러 기업의 제품을 수출하는 전문무역상사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수출성과 면에서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제품과 품질은 타협 대상에서 제외”
‘꿈꾸는 자에게 불가능은 없다.’ 책상 언저리에 이런 글귀를 붙여놓은 이 사장의 수출 경영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그가 정해놓은 경영수칙은 수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첫째, 나보다 사업 파트너가 먼저 성공하도록 의사결정을 한다. 둘째, 제품과 품질은 타협의 대상에서 제외시킨다. 셋째, 스피드를 제일 전략으로 삼는다. 넷째, 직원은 바로 나의 가족이라 여긴다 등의 내용이다. 사업보국(事業報國)을 항상 생각하고 경영에 임한다는 내용도 보인다.

 이 사장이 20명 직원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것은 긍정적인 생각과 스피드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회사 입구에 ‘스피드는 우리의 최고전략이다’는 글귀를 붙여놓고 있다. 이 사장이 스피드를 강조하는 것은 주종 수출품인 농산물, 식품류의 거래 특성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농수산물, 식품 수출은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대강의 프로세스를 보면 해외 바이어의 샘플 주문이 들어오면 국내 제조업체들에게 발주하여 샘플을 보내는 동시에 포장 디자인에 착수한다. 샘플에 대한 반응이 호의적이면 바이어와 협의해 포장 디자인을 확정하고, 이때부터 수출가격 조정을 하는데 단번에 이뤄지는 경우는 없고 대개 3~4차례 당기고 미는 과정을 거친다.

 오더가 확정되면 생산주문과 함께 선적계획이 마련된다. 생산된 제품이 물류센터에 들어오면 꼼꼼한 검수를 거치고 자체적으로 포장을 개발한 경우가 아니면 낱개 포장마다 라벨링을 한 후 바이어가 요청한 품목별 수량에 맞춰 컨테이너 작업을 시작한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수출이 이루어진다.

한식 글로벌화 선도의 꿈… “불가능은 없다”
“최소주문량(MOQ) 제한을 두지 않고 소량다품종으로 수출하는 입장에서 스피드를 내기 위해서는 치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한 컨테이너에 300가지를 실을 정도로 맞춤형으로 수출을 하다 보니 자칫 물건이나 통관서류에 오차가 생길 소지가 있다”는 강 상무는 농식품 전문무역상사는 바이어가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물건을 한꺼번에공급해주는 원스톱 서비스가 기본이라고 했다.

 HB코퍼레이션의 원대한 포부는 2020년까지 글로벌 한식 프랜차이즈를 구축하여 한식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일이다. 또 자체 상품개발을 통해 세계적으로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할 수 있는 식품 5개 이상을 보유한 식품전문 수출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회사의 목표로 삼고 있다.

 HB코퍼레이션이 바라보는 2017년의 수출은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밝은 편이다. 한국 음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가 늘어나는 것이 기회요인이라 한다.

 HB코퍼레이션은 이에 따라 2017년 수출을 1,200만 달러 규모로 올려 잡고 있다. 특히 수출시장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수출시장을 지금의 25개국에서 30개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해놓고 있다.

 특히, 중국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 2017년 HB코퍼레이션이 주안을 두는 시장이다. 중국은 그간 현지에서 개최되는 식품전시회를 통해 시장을 파악하고 수출 가능성을 타진해왔기 때문에 본격적인 수출을 기대한다고 했다. 어둠이 짙어지고 불빛이 시내를 환하게 비추는 시간에도 HB코퍼레이션의 컨테이너 적재작업은 계속되고 있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