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아이들생활상

kimswed 2006.10.06 18:41 조회 수 : 1970 추천: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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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1

 

내 기억 속의 캄보디아, 그리고 앙코르왓에는 항상 아이들이 있다. 이들과의 만남은 포이펫에서 시작되었다.

 

새벽에 방콕을 출발, 국경 넘어 들어간 포이펫 시장에 들어갔을 때, 10대 초반의 사내아이가 영어로 말을 붙여왔다.

 

"시엠립으로 가나요?"

"너 영어 하는구나. 아니, 시소폰까지. 그런데 트럭 inside 모두 차지하면 얼마냐?"

"500바트"

"무슨 소리냐? 그 반이면 갈 수 있다."

"그건 작년 얘기예요. 가격이 올랐어요."

 

주위에 몰려든 픽업트럭 운전사들은 그 녀석의 유창한 영어에 경외의 눈빛을 띤 채 그 녀석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집중하고 있었다. 흥정이 이루어질 경우, 녀석의 간택을 받아야 할 테니까. 말하자면 녀석은 거간꾼이자 그들 위에 군림하는 작은 왕이었다.

 

결국 세상사에 달통한 듯한 눈빛을 가진 녀석과의 흥정을 그만 두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 다른 트럭을 물색한 결과, 트럭 안쪽에 우리 일행 4명 이외에 더 이상 태우지 않는 조건으로 240바트에 시소폰까지 갈 수 있었다.

 

 

 

아이 2

 

차는 큰 파도처럼 너울대는 진흙투성이의 비포장 도로를 달려(?)갔다. 다리는 무너지고, 강 위에 두 개의 철판이 걸쳐져 있었다. 트럭이 그 앞에 서자 아이 하나가 쏜살 같이 강을 건너 트럭 앞에 마주선다. 아이의 좌우 손짓에 맞추어 운전사는 조심스레 바퀴를 철판 위에 올려놓는다.

 

강을 건너자 운전사는 창 밖으로 지폐 한 장을 던졌다. 얼른 달려가 허리를 구부리고 돈을 짚어든 아이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번진다. 트럭은 그를 뒤로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다음 차를 기다릴 것이다.

 

 

 

아이 3

 

토마논에 갔을 때이다.  한 꼬마가 계속 따라 다니면서 장난을 친다.  도연이보다 앞서 올라가고 뛰어내리고 하는 모습이 아마도 뭔가 경쟁심 같은 게 작용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더니 아내와 아들이 지나가는데 침을 뱉었다. 조금 있다가는 안쪽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와서 아내와 아들을 놀래킨다. 그러던 차에 녀석이 뒤에서 내 엉덩이를 쳤고, 주의를 주려고 돌아서던 나의 손에 달려오던 녀석의 얼굴이 부딪혔다. 제법 충격이 컸던지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른다. 고의로 그런 건 아니었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당황스러웠다.

 

이 꼬마는 왜 그랬을까? 어른들의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을 그냥 흉내내었던 걸까? 아니면 자기 자신을 내보이려고 했던 것일까? 자기 또래의 외국아이가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 샘이 나서였을까? 그러나 확실한 것은 작은 오해로 인해 이 녀석이 외국인을 정말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아이 4

 

스리스랑 건너에는 자야바르만 7세가 지은 불교사원인 반테끄다이가 있다. 사원 입구에서부터 여자아이 3명이 물건을 사달라고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 작은 손도끼가 있기에 얼마냐고 물으니 3불이라고 한다. 습관처럼 "one dollar"를 불렀다. 안 된단다.

 

그 중 한 소녀는 사원을 둘러볼 때는 물론이고, 나올 때까지도 줄곧 따라 다닌다. 그늘 아래 앉아 콜라를 마시는 도연이의 모습을 때가 꼬질한 밀짚모자 아래로 커다란 눈망울이 지켜보고 있었고, 그 순간 더 이상은 그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다. 친구 것도 사달라는 부탁에 쇠로 된 도끼와 물소 뿔로 만든 도끼를 하나씩 샀다.

 

 

 

아이 5

 

비가 내리는 가운데 프레아 닉핀에 도착했다. 우산을 들고 입구에 서 있던 꼬마아이의 안내를 받았다. 물론 우리 쪽에서 부탁했던 것은 아니고, 녀석이 먼저 자청하고 나섰다. 유적설명 솜씨가 막힘이 없이 유창하다.

 

사원을 나오면서 꼬마에게 얼마를 주어야 할지 망설였다. 전날 숙소에서 아이들에게 돈을 주지 말라는 충고를 받고 들었기 때문이다. 돈을 주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유적지에서 배회하게 되고, 그것은 오히려 그들의 장래이자 캄보디아의 장래를 망치는 일이라고... 500리엘을 주었다. 우리 돈으로 150원쯤? 더 달라고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무 얘기가 없었다. 그러니 오히려 더 줄 걸 그랬나 싶다. 정말 돈을 주지 않는 게 옳은 일인가? 차라리 돈을 줌으로써 잠깐이나마 그들을 기분좋게 하는 일이 옳지 않을까?

 

돌아서 나오는 유적지 앞에 다른 아이들이 여럿 서 있었다.  어느새 비가 그쳤던가 보다.

 

 

 

아이들 6

 

롤레이를 돌아보는 동안, 한 무리의 아이들이 우리를 따라 다니며, 스카프 따위을 팔고자 했다. 도연이가 "No, thank you"라고 하자 그중 한 여자아이가 도연이 흉내를 내면서 깔깔거린다. 도연이가 한국말로 하면, 한국말을 따라한다. 도연이는 도망가고 여자아이는 쫓아서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아이들이 즐거워한다.

 

나무 밑 그늘 벤치에 아내와 도연, 그 꼬마 여자애가 앉고, 나머지 애들은 그 앞에 둘러서서 얘기를 한다. "얘 이름이 뭐예요?" "도연이란다. 네 이름은?" "얼. 몇 살이에요?" "넌 몇 살인데?" "12살" 이 부분에서 아내는 고민했단다. 8살이라고 얘기하면 실망할 것 같고 해서 우리나이 대로 "10살"이라고 대답했더니, 갑자기 약간 놀라면서 쌜쭉해 진다. 아마도 비슷한 나이이기를 기대했는데 실망되었고, 또 자기보다 어린아이와 그렇게(?) 놀았다는 게 자존심을 상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내 그 여자 애는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물건을 권한다. 안 사겠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음료수를 권한다. 1불에 2개를 사서 마시고 아이들과 인사를 한 후 차에 올랐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들에게 아직 어린이다운 천진함이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