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초대형물고기

kimswed 2007.04.02 09:06 조회 수 : 2498 추천: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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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초대형 민물고기들

바다처럼 넓은 아마존강이나 바이칼호에는 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대한 민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주장이 어류학자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큰 강과 호수에서, 아메리카 대륙의 열기 가득한 늪지에서, 그리고 신비에 싸인 아프리카 대륙의 깊고 어두운 물 속에서 이무기를 연상케 하는 괴어(怪魚)들이 잠영하고 있다. 새나 들짐승, 때로는 사람까지 공격할 만큼 크고 광포한 매머드 민물고기들을 만나보자. /편집자


광주광역시에서 인쇄광고업을 하는 정모(49)씨는 “거대한 식인 민물고기가 우리나라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1984년 7월, 그는 전남 나주시 남평면 남석리의 한 저수지에서 왼쪽 다리가 떨어져 나간 30대 남성의 익사체를 목격했다. 당시 시신을 수습하러온 주민들은 몸서리를 치면서 “무시무시한 가물치가 물어간 게 틀림없다”고 결론지었다. 폭우가 내리면 물이 넘쳐서 바지를 걷어야 읍내로 나갈 수 있었던 그 저수지 둑길은 마을아이들의 유일한 등교길이었다. 정씨의 말로는 두 명의 아이가 “우릴 업어서 건네주고 돌아가던 아저씨가 갑자기 버둥거리며 물속으로 들어가더라”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사체가 떠오른 건 익사한 지 1주일 만이었고 없어진 한쪽 다리는 끝내 찾지 못했다고 했다.



4년 전 그 황당한 얘기를 전해들었을 때 정씨는 날짜와 장소까지 정확히 밝혔지만 사실로 믿어지지 않았다. 지도를 펼쳐놓고 확인해보니 그가 말한 저수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그 저수지는 1992년까지 실재했고 지석강의 제방 증축공사 때 하천유역으로 편입되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말이 과연 신빙성이 있는지 가물치를 전문적으로 잡으러 다니는 낚시인에게 물어보았다. “우리나라의 가물치 기록은 99㎝입니다. 그 정도 가물치라면 갓난아이 다리 정도는 물어갈 수 있겠죠. 성인남자를 공격할 정도의 가물치라…. 글쎄요, 우리나라에 그런 고기가 있을까요?”

정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비슷한 사례가 우리나라에는 더이상 없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 유럽에 가면 사람을 잡아먹는 민물 식인어(食人魚)가 실제로 있다.

유럽 전역의 큰 강에 폭넓게 서식하는 웰스메기(Wells Catfish)는 3~3.5m, 300㎏까지 자라는 초대형어로, 오리를 비롯한 물새는 물론이고 야간에 물가를 서성이는 들짐승까지 잡아먹는다. 300㎏이라니! 다 자란 고릴라가 200㎏이니까 대단한 무게다. 평소에는 깊은 강바닥에 웅크리고 있다가 봄에 활발하게 움직인다. 놈의 뱃속에서 사람의 신체 일부가 종종 발견된다고 한다. 대개는 수영하다 익사한 사체가 이들의 먹이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헝가리에서는 2명의 소녀가 이 거대한 메기에게 희생된 사례도 전해진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선 ‘강가에서 물을 마시던 양이 메기에게 희생됐다’는 얘기는 뉴스축에 끼지도 못한다. 2003년 7월 27일 로이터통신은 “2001년에 강아지 한 마리를 통째로 삼킨 독일 서부 멘헨클라브바흐시의 시민공원 호수에 서식하는 메기가 최근 극심한 가뭄에 고열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공원호수에 살았다는 이유로 떠들썩한 죽음을 맞은 그 메기는 기껏 150㎝, 40㎏에 불과했다. 스페인의 메키넨차강이나 프랑스의 론강에서 2m가 넘는 메기를 사냥하는 거친 낚시인들로서는 콧방귀를 뀌며 ‘도로 놓아주는 씨알’에 불과하다.

이탈리아의 포강에서는 200㎏이 넘는 메기와 사투를 벌이는 정열적인 낚시인들을 늘 볼 수 있는데 최근 그들이 발견한 ‘특효 미끼’ 때문에 시민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당국은 “산 새끼 고양이를 미끼로 쓰지 말아줄 것”을 호소하며 강력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브라질·페루엔 5m 메기도 있어”

메기(Catfish)는 담수어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종(種)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넘어 남아메리카와 북아프리카까지 장악한 이 정복군주 앞에서 칭기즈칸과 알렉산더는 빛을 잃는다. 육식어의 특징인 큰 입과 날카로운 이빨을 자랑하는 메기는 넓은 사냥 영역을 가지고 독립생활을 한다. 비늘이 없이 점액으로 뒤덮여 있고 2쌍의 긴 수염으로 탁수 속에서도 먹이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생김새와 습성은 대동소이하지만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아마존강에선 ‘피라이바’(혹은 삐라라라), 메콩강에선 ‘쁘라븍’, 히말라야 주변 나라에선 ‘군슈’라 불린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종은 페루와 브라질의 국경에 걸친 아마존강에 서식하는 피라이바로 알려진다. 현재까지 잡힌 기록은 3m급이지만 현지 어부들은 “5m가 넘는 놈이 숱하다”고 증언하고 있다. 5m라면 바다의 백상어만한 크기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대형 물고기와의 한판대결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낚시인에게 피라이바는 경외와 도전의 대상이다. 골프채의 재료로도 쓰이는 최첨단 카본 섬유로 만든 고탄성 낚싯대와 불소카본을 첨가한 수백파운드 강도의 폴리에틸렌 낚싯줄로 중무장하지만 결과는 대개 낚시인의 무참한 패배로 끝난다. 작은 물고기나 루어(물고기를 닮은 인조미끼)를 미끼로 용케 피라이바를 바늘에 거는 데는 성공할지 몰라도 보트만한 놈을 배 위로 끌어올린다는 건 무모한 게임이다. 고기가 걸리면 배에 탄 채로 질질 끌려다니며 녀석의 힘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데 용케 수면까지 띄워올렸다가도 단 한 번의 용틀임에 줄이 끊어지거나 낚싯대가 동강나버리곤 한다. 5m가 넘는 피라이바를 잡아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메콩강 상류 태국과 라오스의 어부들은 매년 5월 한 달 동안 쁘라븍 사냥에 나선다. 300㎏이 넘는 쁘라븍은 맛이 좋아 보통 생선의 10배 값을 받기 때문에 솜씨 좋은 어부는 한 달만에 집 한 채 값을 벌 수도 있다. 쁘라븍은 연어와 같은 모천회귀 어종으로 메콩강 하류의 베트남과 캄보디아 유역에서 거센 물살을 거슬러 1000㎞가 넘는 여정을 거쳐 산란장에 이른다. 쁘라븍이 돌아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밧줄이 묶인 작살을 던져서 잡는다. 거대한 갈비살을 티본스테이크처럼 요리한 음식이 관광객에게 인기를 끈다.

2003년에 중국이 메콩강 상류인 윈난성에 두 번째 댐을 건설한 후로 메콩강의 수위가 급변하면서 2004년 메콩강의 물고기 어획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베트남의 강 유역에 사는 6000만명 주민과 국제환경단체가 중국의 댐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2017년까지 4개의 댐을 더 신설하겠다는 입장을 완고히 하고 있어 가뜩이나 귀한 쁘라븍은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

피라루쿠는 ‘살아있는 화석’



현재 민물고기 중 최대어로 인정받고 있는 종은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피라루쿠(Pirarucu)다. 공식기록이 4m에 달하는 피라루쿠는 아마존강과 오리노코강, 기아나에 서식하는 육식어종으로, 큰 뱀처럼 생겼다. 물고기란 뜻의 ‘피라(Pira)’와 붉은 열매를 맺는 식물 ‘아루쿠(Arucu)’가 합쳐진 말로, 산란기의 수컷은 선홍색의 아름다운 꼬리 지느러미를 뽐낸다. 작은 물고기를 주식으로 삼지만 종종 수면에 앉은 새까지 공격한다.

가물치와 같이 아가미와 허파를 함께 가진 피라루쿠는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공기를 마신 뒤 목 뒤에 붙은 큰 부레에 공기를 모아서 호흡하는데 아마존의 어부들은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 때를 노려서 작살로 찔러 잡는다. 거대한 비늘은 징그러우면서도 아름답다. 관상용 어종으로 남획이 극심하여 일명 ‘워싱턴 협약’이라 불리는 ‘멸종위기 동식물 국제무역에 관한 협정’(CITES, 1973)에 의해 국제거래가 금지된 어종 중 하나다. 그러나 브라질령에서는 강력히 단속되고 있지만 페루령에선 여전히 남획이 이뤄지고 있다.

산란습성은 악어와 흡사하다. 우기에 얕은 물가로 기어나와 큰 구덩이를 파고 50여개의 알을 낳는다. 5일 만에 새끼가 부화하며 치어가 웬만큼 자랄 때까지 암수가 번갈아가며 보호하는, 자식 사랑이 각별한 물고기다. 종종 “아나콘다와 싸우면 누가 이길까”하는 의문의 대상이 되지만 두 괴물이 싸우는 장관을 봤다는 사람은 아직 없다. 누군가가 대형 수족관에 넣고 억지로 싸움을 붙인다면 대단한 흥행 이벤트가 될 것이지만 만일 그렇게 할 경우 그 수족관은 방탄유리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화가 난 피라루쿠는 1㎝ 두께의 강화유리 수족관을 충분히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악어보다 무서운 ‘앨리게이터 가아’

남미의 강과 호수를 파이체와 피라루쿠가 장악했다면 북아메리카 대륙의 왕자는 최대 3m짜리 ‘앨리게이터 가아(alligator gar)’다. 미국 남동부의 늪지대와 미시시피강, 멕시코, 니카라과에 서식하는 이 녀석들은 생김새나 하는 짓이 영판 악어(alligator)다. 그보다 소형 종으로 ‘스포티드 가아’가 있는데 수풀 속에 잠복하는 가아 무리는 포악한 이빨을 번뜩이며 늪을 방문하는 모든 동물에게 위협을 주고 있다.



아프리카로 넘어가면 나일퍼치(Nile Perch)가 있다. 2m, 200㎏까지 자라는 이놈은 유감스럽게도 아프리카 토종이 아니다. 1954년 영국인에 의해 빅토리아호에 방류되어 대형어로 성장한 놈이라 ‘빅토리아 퍼치’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 방류된 라지마우스 배스와 흡사한 종이다. 세계보존연맹(IVCN)의 과학자들이 부레옥잠, 미친 개미, 네덜란드 느릅나무 마름병과 함께 ‘세계 최악의 침략종 100가지’ 중 1위에 꼽은 나일퍼치는 350~400종의 아프리카 토착어종을 다 잡아먹어 멸종시켰다.

우간다, 탄자니아, 케냐의 국경에 걸친 빅토리아 호수는 호수 둘레만 3000㎞. 러시아의 바이칼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아프리카 동부의 3대 호수인 빅토리아호, 탕가니카호, 말라위호에는 작지만 다부진 400종의 시클리드(Cichlid)가 번성하고 있었으나 그 중 빅토리아호에선 시클리드가 전멸했다. 나일퍼치가 다 잡아먹어버린 것이다. 그로 인해 시클리드가 먹이로 삼던 수초와 조류가 이상번식하여 고사엽이 바닥에 쌓이면서 수질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많은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클리드를 대신해 수질을 정화시킬 방법은 찾을 길이 없다.

동아시아의 수중왕은 잉어(Carp)류다. 잉어, 초어, 아로와나를 들 수 있는데 1~1.5m까지 성장한다. 중국 문화권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용에 관한 전설의 모태를 이루는 것이 이 물고기들로, 크고 아름다운 용린을 자랑한다. 특히 오색찬란한 ‘아시아 아로와나’는 지구촌 제1의 관상어종으로, 큰 것은 한 마리에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덕분에 거의 멸종위기에 직면해있다. 중국에서는 아로와나를 아예 ‘룽(龍)’이라 부른다. 아마존 유역에 서식하는 ‘실버 아로와나’는 아시아산보다 저렴하지만 역시 관상용 남획이 이뤄지고 있어 워싱턴 협약에 의해 국제거래가 금지된 보호종이다.

초어(草魚:차오위)는 중국, 베트남, 라오스가 원산지로 한국과 일본에도 인공방류되어 자라고 있다. 이름처럼 수초를 뜯어먹고 사는 이 녀석은 1m 미만이 주종인 잉어와 달리 잡혔다 하면 1m가 넘는다. 가끔 한강에서 ‘엄청난 잉어가 잡혔다’고 소동이 벌어지면 십중팔구 초어다. 우리나라 기록은 1.27m이지만 일본에선 1.4m짜리가 잡혔고 본고장인 중국 대륙에는 더 큰 놈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강의 중상류에 산란한 알이 하류로 떠내려가면서 41~48시간 만에 부화하는 특이한 어종으로 바다에 이르기 전에 태어나야 하므로 유로가 짧으면 자연번식이 힘들다. 가히 대하(大河)에 어울리는 대어인 셈인데 허풍과 과장의 대가인 중국인은 예부터 초어를 엄청난 고기로 묘사하고 있다. ‘장자(莊子)’ 외물편에 ‘살찐 황소 50마리를 미끼로 1년을 기다려 낚았더니 강남 백성 수백만이 배불리 먹었다’는 대목이 있다. 하긴 백제에 전쟁하러 와서도 ‘백마를 미끼로 용을 낚았다’는 민족이니 말해 무엇하랴만 5464㎞의 황하나 5800㎞의 장강에는 어쩐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이무기가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허만갑 주간조선 기자(mghu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