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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과 같은 사시사철 폭염으로 이글거리는 열대지방에서 건강을 지키는 슬기로운 방법은 에어컨이나 찬 음식이 아니라, 충분한 영양 섭취와 적당한 운동과 휴식, 그리고 과로와 스트레스를 최소화함으로써 더위를 이겨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에 소개할 살아있는 ‘천연 비아그라’ 까깨오 (Cá Kèo;미꾸라지) 요리야 말로 특별히 권장할 만한 열대보양식이라 할만하다.
남부 사람들의 전통 요리인 까깨오 탕은 한국의 추어탕처럼 미꾸라지를 갈아서 끓이는 방식을 쓰지 않고, 살아있는 미꾸라지 까깨오를 그대로 넣어 끓인 일종의『통 미꾸라지 매운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들 어떻고 저런 들 어떠하리, 맛만 있으면 그만이쥐~ 이제부터 ‘맛도 만점, 영양도 만점’이라는 베트남 식 추어탕 ‘까깨오’ 집들이 즐비한 바후인탄광 거리로 직접 가 보자.
 백문이 불여일견!
정말 ‘유명’한 집들은 단 ‘한’가지로 승부한다. 퇴근 무렵인 저녁 5시 넘으면 바후인탄광 거리,윙통 거리 등 바후인 (Bà Huyện), 소므이 (Số 10), 므어릉 (Mưa Rừng; 소나기 숲), 속짱 (Sóc Trăng; 남부 지명이름) 등 까깨오 전문점이 줄줄이 늘어선 이곳에는 벌써부터 오토바이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들이 이곳으로 몰리는 이유는 단 하나, 까깨오 탕으로 몸보신 하기 위해서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와작~
“까깨오 탕은 노화와 비만예방, 그리고 정력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심지어 백발을 흑발로 변하게 하는 기능 (요건 좀 과장 같은데 . .)까지 있읍죠.”
지배인의 그럴듯한 까깨오 예찬론을 들으며 까깨오 요리 과정을 직접 보니 더욱 구미가 당기기 시작한다. 도대체 요놈 맛은 어떨까. 추어탕 맛일까, 아니면 . . .
“까깨오는 표면에 미끈거리는 점액질만 소금물, 또는 재 (tro)에 씻어 주면 뼈, 비늘, 내장, 쓸개까지 모두 먹을 수 있답니다. 이렇게 물이 끓기 시작하면 통째로 10 마리 정도 남비에 집어 넣고 10분 쯤 끓인 후, 다시 라양 (Lá giang; 차 잎처럼 생겼는데 비린내를 제거함과 동시에 쓴 맛을 중화시켜 줌), 라우무웅(rau muống;시금치의 일종), 라우까이 (rau cải; 배추의 일종), 라우뉵 (rau nhút; 미모사), 깨오내오 (Kèo Nèo; 씹어 먹으면 달콤한 게 목과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라우당 (rau đắng; 쓴 채소란 뜻), 야 (Giá; 콩나물, 혹은 숙주나물의 일종), 밥쭈이 (Bắp Chuối, 바나나 꽃잎) 등 남부 토산 채소류와 베트남 특유의 가는 국수를 듬뿍 넣어 까깨오의 맛을 최대한 살려내는 거죠.”
까깨오는 통째로 삶아낸 그대로 베트남 토종 간장인 느윽맘에 찍어 먹는다. 특히 국물 맛은 느끼하거나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일시에 날려버리는데, 각종 허브로 우려내어 새콤 달콤한 것이 입이 짧은 기자마저도 자꾸만 숟가락을 가져가게 했다.
누군가 음식을 알면 문화가 보인다고 했던가. 이 곳에 오면 무엇보다 사람 사는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먹고 마시며 환담을 나누는 걸 특히 좋아하는 남부 사람 특유의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가족, 친지, 회사 동료들 간에 삼삼오오 모여 맥주잔을 부딪히며 떠드는 소리들이 왠지 싫지 않다. 고급 스런 레스토랑에서 격식을 차리고 분위기 있게 음식을 감상하는 것도 때론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격식을 던져 버리고 어울리고 싶다면 이곳 바후인탄광 거리로 가보시라.
까깨오는. . .
남부 동방 델타지대, 특히 속짱 지역 강물에 집중적으로 서식하는 물고기 (엄지손가락 굵기에 길이는 15cm 정도로 한국의 미꾸라지와 모양이 비슷) 까깨오는 예전부터 여름철 더위와 일에 지친 농촌사람들에게 요긴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자 보양 강장식의 대명사로 통했다. 까깨오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특히 풍부하고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에게 아주 중요한 라이신도 상당히 많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타우린이 들어 있어 간장을 보호하고 혈압을 내리며 시력을 보호하는 작용도 한다. 특히 까깨오에 들어 있는 지방은 불포화 지방산 비율이 높아서 동맥경화증,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뼈째 먹기 때문에 골격과 치아를 구성하는 성분인 칼슘의 섭취원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까깨오에 함유된 비타민 중에는 비타민 A의 함량이 많은데 이로 인한 항암 작용과 함께, 피부와 점막을 튼튼하게 하여 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Photo by Lee Yong Seok·이용석 기자·resipi@hanmail.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