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2

kimswed 2009.05.03 03:22 조회 수 : 3146 추천: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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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성격의 상관관계

한국에 죽마고우처럼 지내는 친구 3명이 있습니다.
한 20년 전쯤 한 친구가 골프를 시작하는 덕분에 1-2 년 시차를 두고 저를 포함한 4친구가 다 골프채를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4명 모두 거의 20년의 골프 구력이 있는 셈입니다. 골프를 하기 전에는 주로 당구, 볼링, 바둑 등을 두면서 서로 승부를 즐기곤 한 친구들인데 골프를 하고 난 후에는 다른 운동을 다 끊고 골프만으로 자주 어울리곤 했습니다. 제가 베트남에 오는 바람에 함께 어울릴 기회가 많이 사라졌는데, 아무튼 이 친구들을 비교하며 골프와 성격의 상관관계를 찾아볼까 합니다.
 
먼저 L 이라는 친구. 선천적으로 운동신경이 탁월하고 머리도 좋은 친구라 탁구, 농구, 테니스, 당구, 볼링 그리고 바둑 등 각종 운동과 잡기에 능한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저보다 한 2년 정도 늦게 골프 채를 잡았습니다. 유순하고 느긋한 성격과 같이 이 친구의 골프 스윙 역시 아크가 크고 부드러운 편이라 곧 다른 운동에서 보여주었던 실력을 골프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내리라 생각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친구, 골프에서는 영 맥을 못 춥니다. 특히 내기 게임에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K 라는 또 다른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제가 칼럼에서 자주 인용하는 친구인데 참 연구대상입니다. 이 친구는 모든 운동과 잡기에 빠지지 않는 관심을 갖고 즐기는데,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나면 도무지 더 이상 진전이 없습니다. 그 일정 수준이라는 것은 잘한다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합니다. 골프도 그 수준이죠. 각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도 보기 플레이도 힘들어 합니다.

또 한 친구가 있습니다. P 라고 하죠.
다른 친구보다 좀 단신이고 몸무게도 고작 60킬로 안팎의 작은 체구지만 골프는 우리 친구들 중에 가장 잘 칩니다. 시작한 지 일년이 안돼서 싱글 핸디갭퍼가 된 친구죠.
다른 운동은 별로 하는 게 없습니다. 탁구도 당구도 바둑도 친구들 사이에 가장 하수에 머물지만 골프만은 다른 친구가 대적을 못합니다.

그리고 제가 있습니다. 워낙 변화를 추구하는 인간이라 무엇을 하든지 어느 정도 지나면 흥미를 잃고 다른 것을 기웃거립니다. 하지만 골프는 신기하게도 20년을 지속합니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게을러진 탓인가 봅니다. 아니면 골프를 끔찍하게 사랑하던가. 괜찮은 스윙 폼에 비해 스코어가 나쁜, 무늬만 멋진 골퍼입니다.
자, 이렇게 4명의 골퍼를 언급했습니다. 이 친구들의 골프 실력을 보고 그 원인을 찾아봅시다.

먼저 L 이라는 친구, 다른 것은 거의 만능 스포츠맨인데 골프에는 약합니다. 특히 승부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다른 운동에서는 승부에도 결코 실력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데 왜 골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일 까요? 아마도 성격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성격이 유순하여 맨탈이 작용하는 골프에서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골프는 다 아시다시피 한동안 미치도록 빠져야 실력이 느는데 성격상 독하게 연습을 하지 않는 것이죠. 연습을 제대로 하면 실력은 늘겠지만 승부에서는 여전히 미지수 입니다. 성격이 너무 순해서 골프를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K 라는 친구, 외형적으로 보이는 성격은 유순한데 사실 속으로는 상당히 독한 친구입니다. 그런데 골프를 비롯한 각종 운동과 잡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이 친구의 고집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합니다. 예를 들어 볼링을 해도 스트레이트 볼만 칩니다. 핀 액션을 주는 훅 볼은 절대 안 치니 200을 깨기 힘듭니다. 당구도 스핀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쿠션 각도만 생각하며 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쳐도 평균 수준을 뛰어 넘지 못합니다. 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조언을 해줘도 지 고집대로 합니다. 자신이 공감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따라 하지 않는 옹고집과 예민해 보이지 않는 운동신경이 그 정도의 수준을 만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P라는 친구,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일에는 전력을 다합니다. 특히 골프에는 초기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친구들과의 실력 차를 왕창 벌려 놓았습니다. 승부에서도 강합니다. 성격은 좀 까칠합니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그렇다고 자기가 손해 보면서 남을 배려하지도 않습니다. 한마디로 근성이 있는 친구입니다. 물론 연습도 열심히 했죠. 내기 골프에도 흔들림이 없는 친구입니다. 공이 잘 안 맞아도 별로 흥분하지 않습니다. 타고난 운동신경도 좋지만 배우려는 열의도 좋습니다. 이런 저런 면에서 골프라는 운동에 적합한 성향을 지니고 있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저, 부모님이 주신 유산으로 좋은 운동신경을 지니고 있어 무슨 운동이든지 일단 시작하면 단시일에 두각을 보이지만 성격이 급해서 기폭이 심합니다. 잘 칠 때는 무서운 사람이 없다가도 한번 흔들리면 급전직하합니다. 성격만큼 스윙도 무지하게 빠릅니다. 그러니 실수가 많이 나옵니다. 거기다 감정 기폭도 크고 그 조절 능력도 미흡한 편이라 장시간 인내하며 평온을 유지해야 하는 골프가 힘겨워 보입니다.

이렇게 우리 친구 4인의 성격을 비교해보면 골프에 적합한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너무 성격이 유해서 게임의 중압감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남의 조언을 귓등으로 듣는 고집쟁이나 급한 성격의 인간은 골프에 적합한 인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 라는 친구처럼 꾸준히 열의를 갖고 연습하고 필드에서는 흥분하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성격의 소유자가 골프에 적합한 인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싱글 골퍼치고 성격 좋은 사람 없다는 것 아세요? 많은 싱글 골퍼들, 겉보기에는 유해 보여도 속으로 엄청난 독기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마도 세상살이도 비슷할 겁니다. 성공한 사람들 그저 순해 빠진 사람들은 아닙니다.
사장이 싱글 골퍼면 은행에서 그 회사에 대출도 안 한다고 했죠? 골프를 그만큼 치려면 일할 시간이 없다는 의미인 모양인데 올바른 판단이 아닙니다. 급한 일일수록 바쁜 사람에게 맡기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바쁜 사람은 일이 많아서 바쁜 게 아닙니다. 원래 부지런한 사람이라 항상 바쁜 것입니다. 골프 역시 마찬가지죠. 싱글 골퍼란 근성이 있고 경망스럽지 않은 성격에 자신이 하는 일에 애착이 있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증표입니다. 그래서 회사 사장이 싱글 핸디캡퍼라면 그 회사는 다른 회사보다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 올바른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골프를 잘못 친다고 사업을 못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하여는 성격적인 부분 말고도 선천적인 운동신경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합니다. 운동신경과 사업의 수완이 유관하다는 명제는 입증되지 않습니다.
결국 훌륭한 골퍼는 타고난 운동신경에 근성 있는 까칠한 성격, 그리고 감정을 감추는 음흉함을 모두 갖추어야만 합니다. 별로 호감이 가는 인성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건을 지닌 인간으로 보입니다.
그대는 어때요? 싱글 골퍼인가요? 아하! 그래서 성깔이 좀 그렇군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