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김과장

kimswed 2018.08.28 09:48 조회 수 :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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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로마제국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바이어도 마찬가지다. 불굴의 도전 정신과 수많은 경험, 그리고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로서의 바이어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성공이 가져다주는 달콤한 열매도 맛볼 수 있다.

벌써 6년 전으로 기억한다. 작은 키, 긴 얼굴, 깡마른 체구에 딱 맞는 셔츠와 캄보디아 청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엉덩이까지 내려온 청바지를 입은 청년이 무역관을 찾아왔다. 내가 지금까지 기억하는, 한국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볼품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수줍어하면서도 활짝 웃는 모습이 왠지 모를 호감이 들었다. 어떻게 KOTRA를 찾아 왔냐고 물어보니, 한국대사관에서 번호를 알려주었다고 답했다. 직접 찾아 온 것으로 보아 적극적인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어려보여 직업을 물으니 대학생이라고 했다. 대학생이 벌써 사업을 시작하다니 대단하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은 공부를 하면서 아버지를 따라 전국 지방도시를 돌며 한국산 중고차 부품 유통사업을 하고 있었다. 프놈펜 수입상들에게 부품을 구입한 뒤 이를 지방에 가서 판매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산 자동차 부품 수요가 늘어나 물건 구하기가 힘들어진데다 업체간의 경쟁까지 치열해지고 마진이 줄어 직접 수입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믿을만한 한국 업체들을 소개해달라고 하기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행히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다 중고차 부품사업으로 지사화 사업을 진행 중인 한국 기업 한 곳이 떠올랐다. 청년에게 관심 품목 리스트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청년은 바로 주지 못하고 다음 날이 돼서야 A4 용지에 인쇄한 품목 리스트를 들고 다시 나를 찾아 왔다. 그냥 메일로 보내도 될 것을 직접 가져온 성의가 대견했다. 하지만, 눈앞에서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또 다른 마음 속으로는 이렇게 순진한 친구가 과연 사업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영업 마인드만큼은 대단한 친구였단 생각이 든다. 청년이 메일만 달랑 보냈더라면 내가 바빠서 미처 못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청년은 머릿속 계산으로 리스트를 전달한다는 핑계로 나를 한 번 더 만나려고 의도했을 지도 모른다. 그게 맞는다면 청년은 사업가로서의 자질은 충분한 셈이었다.
수출입에 대해 문의하기에 현지 대형 포워딩 업체를 몇 군데 소개시켜 주면서 최대한 많은 곳으로부터 견적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현지 포워딩 업체도 현지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니 절대 조심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확보한 관심 품목 리스트를 토대로 지사화 기업을 포함한 아는 폐차장 몇 군데에 바이어 정보를 건네고 연결시켜줬다. 청년이 운영하는 회사의 실적이나 규모만 따지면 사실 지사화 기업 한 군데만 소개해줘도 충분하지만, 업계 특성상 업체 하나가 다 공급할 수 있는 품목과 물량이 아닌데다가 폐차장마다 주로 취급하는 자동차 부품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였다.
하지만, 대략적인 가격 정보만 몇 차례 메일로 오갈 뿐 일은 기대했던 것만큼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폐차장측이 가만히 있어도 해외 바이어들이 현장까지 찾아와 한국 돈뭉치를 들고 와 부품과 중고폐차를 그 자리에서 바로 사가는 그런 시기였던지라, 그야말로 ‘초짜’ 바이어가 부품을 사겠다고 나서니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업체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
통상, 선금을 먼저 주면 부품을 모아놓고 컨테이너를 채울 만큼 물량이 되었을 때, 한국에 와서 잔금을 지불하면 컨테이너로 선적해주는 방식이 있기는 한데, 한 번도 만난 적도, 거래를 터 본 적도 업체에 선금부터 먼저 준다는 게 초짜 바이어 입장에선 상당한 위험부담일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바이어도 한국에 가서 직접 폐차장들을 만나고 부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생판 모르는 바이어에게 선뜻 초청장을 써줄 한국 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그렇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다행히도 한국 KOTRA에서 주최하는 수출상담회가 열릴 예정이었고, 중고차 및 부품 바이어들도 참가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듣고서 서둘러 비자를 받아 청년을 한국으로 보냈다.
내가 소개한 업체들과 잘 만날 수 있게 카카오톡으로 연결시켜주고 바이어가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에도 수시로 연락을 도와주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초심자에게는 행운이었을 것이다. 몇 주 뒤 소개한 폐차장과 품목이 맞아 떨어져 거래가 성사되었다며 청년이 감사 선물을 들고 무역관에 찾아왔다. 받기에는 너무 큰 선물이라 정중히 사양하고 돌려보냈다. 다른 한국 업체도 많이 있으니 자주 만나자고 덧붙였다.
그 후로도 공항이나 무역관에서 종종 그를 만났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컨테이너를 하는 정도였는데, 2~3년 만에 3~4 컨테이너를 수입한다고 했다. 다른 바이어들이나 한국 폐차장으로부터 소식을 자주 듣게 되었는데, 그분들 말로는 캄보디아 중고차 부품 시장의 큰 손이 되었다고 한다. 며칠 전 우연히 만나 물어보니, 최근 2달에 20컨테이너를 수입했다고 한다. 청년의 아버지 안부를 물으니, 지금 한국에서 열심히 부품을 사고 있으며 지방에 운영하던 매장 3곳은 다 접고 수도 프놈펜에 매장을 4개나 열었다고 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이, 별다른 사회경험도 없이 본격적으로 수입을 시작한지 불과 6년만에 기존의 대형 수입상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전국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을 보니 나름 보람도 있고 처음 시작할 때 우리 지사화 기업과 연결이 안 되어 놓친 실적이 못내 아깝기도 했다. 헤어지면서 청년이 타고 온 차를 보니 일본제 고급 승용차였다. 한국 부품으로 돈 벌어서 일본차를 타고 다니냐고 슬쩍 핀잔을 주니, 처음 만났을 때처럼 활짝 웃으며 여동생은 한국산 모닝을 타고 다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앞날이 창창한 이 바이어의 사업이 더 잘되길 바라며, 분명 이 바이어에게 물건을 떼어다 유통하는 또 다른 더 젊고 야심 있는 새 바이어를 찾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더불어, 성공한 캄보디아 바이어들이 한국산 승용차를 타고 와서 나에게 자랑하는 모습도 꼭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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