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기업 세계로 날다 웰마크(주)

kimswed 2018.12.21 05:30 조회 수 :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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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도 웰마크(주) 사장은 강원도 화천 ‘촌놈(그는 촌놈임을 자랑삼는다)’이다. 군(郡)이라고는 하지만 화천은 군인을 제외하면 인구 2만 명 남짓의 작은 행정구역이다. 그는 그런 화천에서도 변방에 속하는 ‘깡촌’에서 나고 자랐다.


깡촌 소년은 훗날 아프리카와 중남미, 아시아를 누비는 국제 비즈니스맨이 됐다. 항공 마일리지가 200만 마일이 넘는다. 지구를 80바퀴도 넘게 돈 셈이다. 그는 중국에 지사(공장)를 2개나 갖고 있다. 지금은 그의 삶의 터전이 된 충청북도 청주시에는 그가 지은 4층짜리 빌딩이 있다. 웰마크의 사옥이다.


깡촌 소년은 공부도 많이 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직장을 다니면서 석사와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인문학적 사유를 가미한 <마지막 시장 - 아프리카 & 중남미>라는 책도 냈다. 한 마디로 출세했다.

 

강원도 화천 두메산골 출신의 소년 정병도는 훗날 아프리카와 중남미, 아시아를 누비는 국제 비즈니스맨이 됐다. 항공 마일리지가 200만 마일이 넘는다. 지구를 80바퀴도 넘게 돈 셈이다. 이미 사용 완료한 여권들(왼쪽). 튼튼한 여행가방도 1년 이상 사용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출장을 많이 다녔다(오른쪽).

 

●막다른 길에서 발견한 한줄기 빛 = 깡촌 소년은 어떻게 출세에 성공했을까? 그가 남들보다 부지런했고, 남들보다 노력했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그는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곳을 주목했으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 정병도는 1992년 한 중견기업에 입사해 해외영업을 담당했다. 그는 이때 무역에 눈을 떴다. 새벽 2시 퇴근, 아침 7시 출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주 40시간 근무가 일반화된 요즘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또 한 해 3분의 2 정도를 해외에 나가 바이어들을 만났다. 그런 와중에도 주경야독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당시 K대 석사과정의 지도교수는 해외출장에서 귀국하는 날 곧바로 강의실로 찾아오는 그의 성실과 열정에 반해 20년간 그와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1999년 4월 그는 웰마크를 창업했다. 주력상품은 쇼파용 인조가죽과 바닥재다. 웰마크는 현재 연간 10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몇 달 후인 2019년 4월이면 창립 20주년이 된다.


정 사장의 사업이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은 것은 아니다. 사업 초기 중국에 설립한 공장과 법인은 현지문화 적응 실패와 운영 미숙으로 50억 원 가까운 빚을 졌다. 부도에 직면한 그는 머리를 식힐 겸 중남미로 떠났다. 거기서 새로운 시장을 봤다. 그의 눈에 들어온 중남미는 ‘블루오션’이었다. ‘시장’은 있는데 거리가 멀어선지 한국의 동종업계 경쟁자도 없었고, 중국 셀러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는 중남미 시장에 집중했다. 2007년 중남미(칠레, 페루, 콜롬비아) 지사를 세우고 발품을 팔며 현지 시장을 누볐다. 중남미는 그와 그의 회사 웰마크를 살렸다. 2009년 처음으로 회사가 흑자를 냈다. 2011년까지 웰마크는 중남미 수출로 먹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중남미 시장도 점차 경쟁자들이 진입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사업 초기 엄청난 빚을 졌던 정병도 웰마크 사장은 머리를 식힐 겸 중남미를 찾았다가 그곳에서 신시장을 봤다. 이후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남들이 주목하지 않은 시장에서 크게 성공을 거뒀다.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정병도 사장. [사진=웰마크 제공]

 

 

증남미 찍고 아프리카로 = 2012년 웰마크는 한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한 아프리카 시장개척단에 참여했다. 이 때도 정 대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봤다. 아프리카는 ‘때 묻지 않은 시장’이었고 또 ‘가능성이 충분한 시장’이었다. 이후 정 대표는 지구 반대편의 이 대륙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그 결과 웰마크의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수출은 수직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2011년 이전까지 연간 10만 달러 정도였던 수출은 시장개척이 본격화된 2012년 50만 달러로 5배나 늘었고 이후 2013년 150만 달러, 2014년 250만 달러, 2015년 400만 달러로 급증했다. 2020년 이전에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1000만 달러를 달성한다는 게 정 대표의 목표다. 정 대표는 요즘 가나, 코트디부아르 같은 서아프리카를 자주 간다. 동아프리카 지역은 중국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선 것이다.


“정말 무던히도 오랜 기간 두 대륙을 왕복하며 다녔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대륙이었고 위험이 큰 시장이었다. (중략) 주요 경쟁국인 중국기업들이 이메일과 전화로 업무를 할 때 필자는 언제든 대형가방에 샘플을 넣고 20~30시간의 비행을 짧다 여기며 두 대륙을 누볐다.” 정 대표가 2016년 초 출간한 책 <마지막 시장 : 아프리카 & 중남미> 서문의 일부분이다.

 

“바이어를 직접 방문해 대면 마케팅을 하니 경쟁이 치열한 북미나 유럽, 아시아 국가들보다 오히려 쉬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많은 출장비용이 지출됐고 실패비용과 미수금이 쌓였지만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수지가 맞는 시장이었다. 그 덕분에 그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중남미 및 아프리카 전문가가 됐다. 웰마크 역시 중남미와 아프리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정병도 웰마크 사장의 비즈니스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대면 마케팅’이다. 그는 1년에도 수차례 머나먼 중남미로 날아가 바이어들을 만나고 시장을 조사한다. 사진은 콜롬비아에서 바이어와 식사하는 장면. [사진=웰마크 제공]

 

●대면 마케팅과 과감한 배팅 = 그의 비즈니스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대면 마케팅’이다. 첫 직장에서 해외마케팅을 담당하면서 대면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이후 이를 실천해 왔다.

 

중남미의 경우 가는 데만 비행기로 꼬박 하루가 걸리고 현지 숙박 등도 여의치 않은 고행길이지만, 그는 1년에 3~4 차례 직접 다닌다. 2018년에도 4차례 다녀왔다. 아프리카 역시 마찬가지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출장 가방을 싼다. 그는 이런 고행을 통해 “바이어를 직접 만나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 가격이나 품질경쟁력보다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요즘은 인간관계의 유지 발전을 위해 고행길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그의 또 다른 성공 비결 역시 남다른 데가 있다. 그는 처음 거래하는 바이어여도 믿음이 간다는 판단이 들면 과감하게 외상거래를 허용한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어차피 안전한 거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의 승부사 기질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경쟁업체들이 그런 방식의 거래를 하지 않는 만큼, 외상거래는 신규 거래를 트기가 쉽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외상거래를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충분한 사전 조사도 하고 세심한 주의도 기울인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해외 현지에 출장을 갈 때마다 ‘FBI 요원처럼’ 시장을 조사한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수출보험에 가입하고 바이어에게 담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정병도 웰마크 사장은 처음 거래하는 바이어여도 신뢰가 간다는 판단이 서면 과감히 외상거래를 준다. 그는 "때론 말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며 비즈니스에서도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케냐 바이어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웰마크 제공]

 

 

그의 이런 과감함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상황판단 능력과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서 가능했다. 그는 이문화와 협상에 관한 전문가이면서 관상 같은 동양철학에도 조예가 있다. 그는 박사과정에서 ‘이문화(cross culture negotiation)와 비언어(행위) 커뮤니케이션(nonverbal communication)’을 공부했다. “때론 말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그의 지론은 비즈니스에서도 때때로 적용된다.


그는 바이어와 만날 때마다 빠짐없이 기록을 남긴다. 그 기록은 다음 번 그 바이어를 만날 때 활용된다. 몇 년 만에 그 바이어를 만나서 그 기록을 참고해 대응하면 바이어는 반드시 놀라게 되고 정 대표는 협상에서 우위에 서게 된다.


“눈 덮인 들길 걸어갈 제(踏雪野中去) / 함부로 흐트러지게 걷지 마라(不須胡亂行) /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今日我行跡) / 마침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遂作後人程)” 서산대사의 선시에서처럼 중남미·아프리카를 가는 그의 발자국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뒤에 올 많은 중소기업들이 그가 간 길을 이정표 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웰마크는 최근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 개척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6월 베트남 하노이 '충북 우수상품전'에서 정병도 사장이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웰마크 제공]

 

 

●동남아 시장에서도 승승장구 = 정 대표는 여전히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향한 눈길을 유지한 채, 최근 수년간 동남아 시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충북도와 한국무역협회 충북지역본부의 지원을 받아 2016년과 2018년 2차례 참가한 베트남 충북우수상품전에서는 상당한 바이어 발굴 성과가 있어 이제는 베트남도 유망시장 목록에 올랐다.


정 대표는 충북우수상품전에 참가하기 전까지 베트남 시장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시장 규모는 매우 컸지만 이미 현지에 대만과 한국 업체의 진출이 많이 이뤄진 상태여서 신규 진입이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다. 또 인조피혁은 습도가 높은 베트남 시장에서 텍스타일과 경쟁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점도 작용했다.

 

하지만 막상 현지 상담을 해보니 높은 습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인조피혁 제품의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었음을 알게 됐다. 정 사장은 기존 제품의 기능을 개선해 베트남 시장에 맞는 제품을 만듦으로써 수주에 성공했다. 2016년 충북우수상품전 이래 현재까지 베트남에 100만 달러가량을 수출했다. 물론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시장에도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웰마크는 2018년 25% 가량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 100% 수출만 하는 기업이므로 수출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담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전망도 밝다는 게 정 대표의 전언이다. 웰마크는 최근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지정받았다. 강원도 화천 산골소년의 글로벌 행보가 정부의 이런저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2019년 ‘스무 살’이 되는 웰마크의 비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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