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즈니스 1만 달러 시대

kimswed 2019.01.30 06:04 조회 수 :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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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곧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 돌입한다. 우리나라가 1만 달러를 통과한 시점이 2000년(1만841달러)이니, 약 19년 늦은 셈이다.


돌이켜보면 2000년은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시기다. 필자가 중국으로 건너간 해가 1999년인데 벌써 20년이 지났다. 중국에서 살 때 1년 중 가장 애틋했던 시간은 설날인 춘지에(春節)였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등전만리심(燈前萬里心)’이었다.


춘지에는 중국 인민들이 유일하게 여기는 전통 명절이다. 요즘도 청명이나 단오, 추석을 쇠지만 그 위상이나 의미를 춘지에에 비할 수는 없다. 보통 춘지에 한 달 전부터 이동(춘운)이 시작되어 한 달 후까지 계속된다. 이렇게 긴 휴식의 기간은 수많은 문화도 만들었다.


그런데 올해는 1만 달러 시대라는 의미를 차치하고서라도,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컨셉이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 같다. 아마도 우리가 겪는 현대적 의미의 설날을 중국인들도 이제 시작할 것이다.


징후는 여러 가지다. 중국인들은 춘지에 한 달 전부터 특별운송 기간에 들어간다. 가장 먼저 귀경하는 이들은 농민공들이다. 고향에서는 많아야 한 달에 1000위안을 벌기 힘든 이들은 2000위안 이상 하는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래서 춘지에는 미혼인 남녀가 부모님이 찾아놓은 맞선 자리를 찾는 명절이고, 기혼인 경우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그리운 시간이 된다. 후코우 제도로 인해 농촌의 아이들은 도시에서 학교를 다닐 길이 막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조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춘지에에 드물게 가족의 정을 나눌 수밖에 없다.


필자는 중국에 있을 때 방송 일을 돕느라 춘지에에 단골처럼 귀성열차를 탔다. 그 때마다 기차역은 밀려드는 승객으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었다. 지금은 여행 가방으로 많이 바뀌었지만 그 때만 해도 마대자루나 빈 페인트 통에 가득 물건을 챙겨서 이 행렬에 끼어든 많은 이들의 지친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너무 비좁아 객차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통로 사이에서 잠든 아이를 안고 앉아있던 한 남자의 모습이다. 비록 가진 것은 없어도 그 험난한 여정을 거치면서 고향 땅을 찾는 그들을 보면서 귀소본능이 결코 연어들만의 것은 아님을 느꼈다.


그런데 이제 이런 풍경은 옛 이야기가 됐다. 우선 고속열차로 인해  한 달씩 귀향할 이유가 없어졌다. 지금도 저렴한 열차를 찾아서 긴 시간을 여행하는 이들이 있지만 과거처럼 보름씩이나 이동할 일은 없다. 광둥성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쓰촨이나 후난으로 긴 귀성길에 오른 이들을 이제는 보기 어렵다.


올해 중국 언론이 공표한 춘지에 이동 인구는 약 30억 명 정도다. 지난해에 비해 5% 정도 늘었고, 고속열차를 이용하는 숫자가 17% 이상 늘었다. 이동 인구는 늘었지만 여기에는 해외여행을 위한 이동 인구들이 포함돼 실제로 고향을 찾아서 해를 보내는 인구가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중국의 독생 자녀 시대가 아이를 낳은 지 한참 지났기 때문에 이제 조부모까지 해야 다섯이 고작인 가정이 많아지면서 명절에 가족이 만나는 느낌과 의미가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우선 독생 자녀로 2대째를 맞은 젊은 층은 이제 과거처럼 공장으로 가는 숫자가 줄고 있다. 결국 과거와 다른 세대구조가 되고, 귀성행렬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고속열차가 많다는 것은 기차역의 정체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도 있다. 여전히 붐비지만 베이징서역이나 상하이역의 긴 행렬은 기대할 수 없다. 일단 베이징도 고속열차는 남역에 서고, 일반 열차는 베이징역과 베이징서역에 서기 때문에 밀집도도 낮다. 더욱이 도시 건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접어들어 농민공이 줄고, 공장 노동자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춘지에 귀성 행렬도 줄었다.


또 다른 큰 변화도 있다. 춘지에의 가장 대표적인 행사인 비엔파오라고 불리는 폭죽놀이다. 춘지에 직전이면 도시 공터에는 폭죽을 팔 수 있는 허가된 매장이 생기고 적게는 수천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폭죽들이 팔려나간다. 온 가족이 거리로 나오거나 처마에 폭죽을 걸고 터트린다. 설날이 오는 자정 시간에는 절정에 달해서 현장에서 느끼는 소음은 전쟁터와 다름없다. 작은 소리가 나는 다연발 폭죽도 많지만 탱크도 잡을 듯한 대형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원나라 때 중국을 찾은 마르코 폴로가 “중국은 전쟁에 쓴 화약보다 폭죽놀이에 쓴 화약이 더 많을 것 같다”고 했을까. 이 폭죽놀이는 악을 쫓고 복을 부른다는 뜻이다. 한 사람이 그해 많은 돈을 벌었다면 마치 십일조 기부하듯이 폭죽에 돈을 쏟아 붓는다. 이들은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을 아끼지 않고 폭죽놀이에 쓴다. 올해 많은 돈을 벌게 해 주면 다음해에는 그 만큼 더 많은 폭죽을 터트리겠다고 다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미세먼지 문제로 인해 도시에서 폭죽은 지극히 한정된 놀이가 됐다. 심지어 폭죽 판매 허가제까지 도입되어 이제 과거와 같은 전쟁터 느낌은 나지 않는다. 폭죽놀이는 춘지에 이후 5일 단위로 목청을 올렸다가 정원 대보름을 기점으로 사라진다. 해마다 수십 명 이상이 폭죽놀이나 생산, 운송과정에서 죽지만 이 놀이는 사라지기에 너무 오래됐다.


지난해는 중국인들에게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심상치 않은 징후가 닥쳐서 번거로운 해였다. 올해도 이 여파는 계속되겠지만 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는 국민들답게 아마도 다시 평정심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가 제어할 수 없는 가족의 변화 등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1만 달러 시대는 결과적으로 중진국의 대열에 확실히 들어선다는 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미 개인소득 2만 달러를 넘은 베이징 같은 대도시 사람들에게 전통 명절이 주는 의미는 또 다를 것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폭죽을 터트리고, 친지를 찾는 것보다는 공항에서 해외를 향하는 일이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로 인해 한국을 찾는 숫자는 줄었지만 올 해도 거리에 중국 여행객들은 넘칠 것이다.


대신에 과거 춘지에가 주는 느낌은 사라진다. 춘지에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말이 ‘과년회가(過年回家, 집으로 돌아가 해를 보낸다)’다. 그래도 이제 이런 정서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푸근함을 좋아하는 이들은 복복(福)자를 거꾸로 붙이는 다오푸를 한 집에서 흘러나오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울리는 후통이 그립다.

 

 

 

 

 

 

 

 

 

 

 

 

 

 

조창완

서남해안도시개발  투자유치본부 상무. ㈜한양 등이 추진하는 솔라시도 프로젝트의 홍보, 스마트시티 저널, 투자유치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관광 투자유치, 4차 산업혁명 관련 전문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중국여행지 50 등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changwan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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