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즈니스 면세점의 한중관계

kimswed 2019.02.14 05:44 조회 수 :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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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의 무대였던 중국 후난성 치비(赤壁)에 가면 진짜 붉은 색 바위가 있다. 생각보다 붉지 않다. 오히려 황토색에 가깝다. 여기에 적벽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어 그 유명한 적벽대전의 현장임을 알게 한다. 그 앞을 흐르는 강은 끝이 안 보이는 거대한 바다 같은 강이어야 맞는데, 막상 현장에서 보면 시시하다. 한강 정도나 될까. 이곳에서 100만 대군이 싸웠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역사학자들은 10~20만 정도가 싸웠을 것으로 본다. 

 

치비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유적 가운데 하나가 배풍대(湃風臺)다. 바로 바람을 부르는 누각이라는 뜻이다. 제갈량이 동남풍을 불게 했다는 전설의 장소다. 그런데 제갈량이 정말 바람을 일으켰을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제갈량은 이곳에 간간히 동남풍이 분다는 천문을 읽었을 것이다.


오늘 날의 우리는 천문을 읽을 능력은 없어도 ‘사드(THAAD)’의 후폭풍을 읽을 수는 있다. 필자는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온 2016년 여름부터 부지가 결정된 2017년 2월까지 수많은 우려를 쏟아냈다. 다행히 반도체가 이런 상황을 극복해주면서 사드로 인한 우리 경제의 경착륙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이런 안도와 달리 한중 관계는 뿌리부터 썩기 시작했다.


우선 정치와 외교라인이 철저히 붕괴했다. 경제는 반도체나 화학 등이 중국 4차 산업혁명 관련 흐름의 가속으로 버텼지만 올해부터는 반도체 시세 하락이나 중국의 양산 본격화로 이 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물론 반론도 있다. 하지만 백색가전에서 조선, 자동차, LCD 등으로 밀려오는 중국 쓰나미를 막아내기는 쉽지 않다.

 

롯데면세점이 지난 12월 서울 송파구 월드타워점에서 '왕홍'(網紅) 100명을 위한 부스를 마련해주고 20시간 동안 연속으로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는 이색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면세점 업계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올들어 본격적으로 시행된 중국 정부의 보따리상 규제로 국내 면세점 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롯데면세점 제공]

 

그런 가운데 최근 주목되는 것이 면세점의 흥망이다. 사드 사태 이후 한때 국내 면세점은 따이공(代工, 보따리상)으로 인해 오히려 매출이 호전되는 추세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 흐름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중국 정부의 보따리상 규제로 국내 면세점 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이 사태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필자는 제갈량이 아니지만, 이 문제가 앞으로 잘 풀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자신 있게 점칠 수 있다. 나의 이런 점괘가 나온 배경을 이렇다.


오랫동안 중국을 왕래한 사람들에게 최근 보이는 새로운 현상이 있다. 우선 하나는 중국 입국 시 10개의 손가락 지문을 채취하는 절차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거기에 얼굴까지 등록되고 이동전화를 통해 위치까지 파악되니 중국에 들어간 모든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중국 정부의 감시망 안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지문이 아니라도 이동전화와 CCTV를 통해 수년 전부터 중국 내 모든 사람은 중국 정부의 감시망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다만 중국은 자신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으면 굳이 이 시스템을 드러내지 않고자 할 뿐이다.


다른 하나는 세관의 검사가 갈수록 강화된다는 것이다. 입국자들은 대부분의 공항에서 백팩까지 엑스레이에 투시해 세관에 속을 드러내야 한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몇 년 전부터 한국 등의 주요 제품을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1년 전까지 산둥성에 있는 칭다오나 웨이하이, 옌타이 등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절차를 거쳤지만 올해부터는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물론 중국 정부가 칭다오나 웨이하이, 옌타이에 한국 제품들을 온·오프로 거래하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낫겠지만 형평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중국 당국도 올해부터는 압력을 강화할 것이 불문가지다.


세 번째는 사드 이후 중국 정부가 면세점을 통해 한국이 수익을 얻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하이난다오나 홍콩, 마카오 등은 물론이고 중국 내륙도시의 면세점을 확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 면세점의 위상은 약화될 것이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하이난다오 면세점의 면세 한도 확대 등 면세산업 촉진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국내 면세점 등에 큰 악재다. 유커가 한국을 찾는 목적에 관한 조사에서 쇼핑은 30%대를 유지해 상당히 큰 동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하이난다오나 전통적인 쇼핑 강세 지역인 홍콩이 서비스를 확대하면 유커가 한국을 찾을 이유가 그 만큼 줄어든다.


이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사드 이후 한국의 방송 콘텐츠나 케이팝의 유통 경로가 막히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별그대’는 중국에서 치맥을 유행시켰고 전지현, 송혜교 등 많은 한류스타를 통해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사드 이후 한국 콘텐츠의 공식적인 유통을 막으면서 더 이상 중국인들에게 한국제품이 인지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은 우리 면세점 사업자들에게 쉽지 않은 미래를 말해준다. 이제 제갈량이 살아 돌아온대도 동남풍을 불게 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 단박에 해결할 순 없어도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는 있다. 우선 정부부터 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판단해야 한다. 첫 단추는 면세점의 매출 상승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따이공들은 큰 손이 된 이후 국내 대형 면세점과 협상을 통해 그들의 수익을 극대화해야하는 상황이라 마진율을 낮추는 등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이런 면세점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이 국내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국내 유통질서까지 교란시키는 일도 많았다. 면세점 간 경쟁이 심화되면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결국 면세점들이 당장의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 경쟁도 벌일 태세다. 지금의 적자는 과당 마케팅이나 사업장 확장에서 비롯됐지만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이 면세점 업계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국내 면세점은 화장품이나 조미김, 홍삼 등을 제외하면 품목면에서도 변별력이 없다. 결국 대형 매장에 투자할 수 있는 홍콩이나 하이난다오에 밀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국제적으로 팔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발굴하지 않으면 국내 면세점은 그저 하청업자의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된다. 정관장이라는 한국에서 가장 좋은 약성을 가진 홍삼을 발굴해 성공한 것처럼, 사실 ‘강소농 대전’ 같은 곳에 가서 우리나라 특색 상품을 찾으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상품이 많다.


하지만 소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그런 가치를 살리는 곳이 없다. 그러는 사이 일반 제조업 제품은 경쟁력을 잃어서 국제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만들지 못하고 있고, 서서히 위상이 약화됐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우리 미래 산업으로 농수산물 가공 시장 등을 면밀히 볼 것을 몇 차례 주장했다. 

 

서두를 적벽대전 얘기로 시작했으니 사족을 하나 붙여보자.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 전쟁을 ‘삼국지연의’로 보면 조조의 위나라와 손권의 오나라가 싸우는 ‘적벽대전’과 비슷한 형상이다. 당시 조조는 황제를 호가호위해 전국 주도권의 70% 정도를 갖고 있었고, 손권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세였다. 하지만 조조의 오판으로 적벽대전에서 조조는 주도권의 상당 부분을 잃고, 이후 제갈량이 말한 ‘천하삼분지계’가 현실로 구현된다. 당시 아무런 힘이 없던 유비는 이 기회를 잘 이용해 익주를 얻고, 결국 촉나라를 세울 수 있게 됐다. 지금의 정세에서 어느 나라가 위나라냐, 오나라냐는 각자의 판단일 것이다. 다만 지금의 대한민국이 당시 촉나라의 수준을 넘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대판 적벽대전이 끝났을 때 대한민국은 어느 위치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을까.

 

 
 
 
 
 
 
 
 
 
 
 

조창완

서남해안도시개발  투자유치본부 상무. ㈜한양 등이 추진하는 솔라시도 프로젝트의 홍보, 스마트시티 저널, 투자유치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관광 투자유치, 4차 산업혁명 관련 전문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중국여행지 50 등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changwan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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