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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하이웨이를 타고 한 사람이 베트남을 향한다. 단둥, 선양, 톈진, 우한, 광저우, 난닝을 거쳐서 핑샹으로 베트남에 들어가 하노이를 향하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다. 연이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있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아 이번에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염원은 멈출 수 없다. 한반도의 평화를 통해 다시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열리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이제 지천명을 막 넘긴 부족한 소견이지만 필자는 북미회담을 통해 북한이 열리지 않는다면 한반도의 미래에는 커다란 재앙이 닥칠 수 있다. 반면에 이런 노력을 통해 철도와 육로가 열리면 한국은 스스로 ‘일대일로’나 ‘아시안 하이웨이’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고, 나아가 미중 무역과 정보 전쟁으로 경색된 국제관계를 풀어가는 중요한 주춧돌을 놓을 수 있다.


물론 안타까운 점이 없지 않다. 온전히 우리 힘으로 이 상황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가 우리에게 축복을 가져다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막연한 믿음만으로는 안 된다. 역사는 대부분 최악까지 간 후에야 민중의 힘으로 극복했다. 최악으로 가지 않고, 민중의 힘으로 얻어낸 것은 1987년 6월 항쟁이 처음이었고, 2년 전 촛불 혁명이 뒤를 이었다. 


필자는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중국 비즈니스 인사이트’의 연재를 마친다. 새 봄이 오기 전에 이런 결심을 한 것은 독자들에게 부족한 견해와 지식으로 소견을 계속 펼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일은 명확한 인풋과 아웃풋이 존재한다. 한 사람이 경험하고, 사유하고,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난 결과물들이 글을 통해 나온다. 그런데 필자는 그간 이 소중한 지면을 통해 사람들에게 드러낼 인풋이 없었다. 습관처럼 지나치게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글을 써왔다. 그런데도 독자들이나 신문사 측이나 조용히 참고 견디어준 것에 참으로 감사하고, 송구하다.


이 지면에 글을 싣는 것을 허락받은 것은 약 10년 전이다. 귀국 후부터 ‘차이나 소프트’라는 칼럼명으로 글을 썼다. 이후 칼럼을 정리해 책을 낸다는 명목으로 잠시 휴지기를 갖고 <달콤한 중국>을 출간하기도 했다. 3년을 쉰 후 다시 손이 근질거리자 ‘차이나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돌아왔다. 복귀 칼럼으로만 82회이니, 근 2년 가까이 이 글을 쓴 셈이다.


필자가 이 글을 다시 시작한 것이 2017년 4월이니 문재인 정부의 시작과 비슷하다. 이 시기에 대중국 관계는 악몽과 같았다. 필자는 사드 결정 이전부터 많은 강의와 글을 통해 사드가 가져올 후유증을 이야기했다. 다행히 반도체가 강한 생명력으로 1년여를 버텨주어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올해부터는 이 분야조차 징후가 좋지 않다.


반도체의 수혜는 대기업이나 하청업체 등 일부에 지나지 않았던 반면에 중국과 닿아있는 수많은 기업과 일자리들은 위기를 맞았다. 그 직격탄을 맞은 사람 중에 필자도 있었다. 한중 전세기 등 교류사업에 간여하고, 유커를 타깃으로 한 공연도 상관했다. 유커를 대상으로 한 한국 문화여행잡지의 특별취재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이밖에도 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명함을 가졌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결국 반년 전부터 공직에서 하던 일과 비슷한 일을 하는 기업에 임원으로 입사해 다시 밥벌이의 고단한 세계 속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이번 연재 중단이 이런 상황 때문인 것으로 비쳐지겠으나, 아니다. 정확한 원인은 이제 더 이상 중국에 관해 글을 쓰는 것이 투입에 비해 효과가 없고, 더불어 나 스스로도 한계에 부딪힌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은 수레를 막으려는 사마귀만큼이나 위험한 일이었다. 우리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기에, 자주 중국을 변호하는 듯한 글을 쓰는 필자가 고울 리 없었다. 하지만 필자는 누가 알아주길 원해서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대신에 한명이라도 필자의 글을 통해 중국을 더 깊게 알고, 혹시 부닥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필자는 세상에 대해 낙관주의자라기보다는 비관주의자에 가깝다. 애널리스트 세계에서도 그렇지만 대부분은 낙관주의자를 좋아하는 게 기본 생리다. 그런데도 중국을 변호하는 듯하면서 미래에 대해서 비관주의적 색채가 있는 필자의 글을 비토해주시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한다.


이 연재를 마친다고 해서 펜을 놓지는 않는다. 여전히 다른 지면에 서평을 쓸 것이다. 서평은 책을 통해 내 머리를 두드리고, 그 결과를 적는 작업인 만큼 지치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2년째 정리되지 않는 작업보다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 때문일지 모른다.


생각해보면 지금이 필자가 연재를 중단하기에 적당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새봄이 시작되기 전에 그만두기 때문에 ‘춘래불사춘’ 같은 쓸데없는 수사를 쓰지 않아도 돼서 좋다. 또 올해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기 때문에 이런 역사적 의미를 글감의 수단으로 만들지 않고, 차분히 되새길 수 있다는 것도 다행스럽다.


돌이켜보면 난 행복한 사람이다. 어릴 적 책을 좋아해서, 글을 쓰는 일로 접어들었고, 역마살이 있어서 누구보다 더 많은 세상을 주유했다. 좋은 스승들이 있었기에 세상을 더 깊게 볼 수 있었고, 그 눈으로 큰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적당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남에게 해되는 일을 하지 않았고, 배고프지 않을 정도의 넉넉함이 있었기에 돈에 영혼을 팔지 않아도 됐다.


이 연재는 놓는 대신에 얼마간 책 작업을 해볼 생각이다. 혹시 전작 <노마드 라이프>에 이은 필자의 새 책을 서점에서 만난다면 반갑게 한 번 들춰봐 주시기 바란다. 아마 그 책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가 들어있을 것이다. 모든 독자들이 행복한 봄맞이를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조창완

서남해안도시개발  투자유치본부 상무. ㈜한양 등이 추진하는 솔라시도 프로젝트의 홍보, 스마트시티 저널, 투자유치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관광 투자유치, 4차 산업혁명 관련 전문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중국여행지 50 등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changwancho

010-775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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