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의 함정

kimswed 2019.03.05 06:24 조회 수 :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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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업은 계약으로 시작해서 계약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모든 협상에서 진행되는 얘기는 가능한 문서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간의 이질적인 문화, 통역의 오해, 서류 및 업무절차의 표준화 미흡, 모니터링과 피드백 시스템의 부재 등으로 인한 중국 비즈니스 실패 사례가 매우 많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교수님, 중국과의 비즈니스는 다른 나라에 비해 성공적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중국 사업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필자한테 자주하는 말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한국기업과 중국기업의 첫 미팅 때부터 사업 방향성에 대한 정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언어와 사고방식의 차이로 한중 양국기업이 바라보는 사업방향이 굴절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시각의 함정’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데 우리는 표면적인 합의점에 도달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중국 사업은 계약으로 시작해서 계약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모든 협상에서 진행되는 얘기는 가능한 문서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간의 이질적인 문화, 통역의 오해, 서류 및 업무절차의 표준화 미흡, 모니터링과 피드백 시스템의 부재 등으로 인한 중국 비즈니스 실패 사례가 매우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첫 미팅 때부터 논의된 사항에 대해 모두 문서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 조금은 번거롭지만 오늘 무슨 얘기를 했고, 향후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대화내용을 문서화시키고 상호 서명 날인하여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중국인들이 자주 하는 말 중 “선소인, 후군자(先小人, 后君子)”가 있다. ‘먼저 소인이 되고 후에 군자가 되라’는 말이다. 의역하면, 우선 세세하게 따진 후 대범하게 대응하다 협상을 할 때는 한 치의 양보 없이 하고 일단 결정되면 충실히 약속을 지킨다는 뜻이다. 비록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질 수 있지만, 중국어와 중국 비즈니스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그들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국어는 입문은 쉽지만 고급까지 가기는 어려운 언어라고 얘기하곤 한다. 현대 중국어는 단순히 한자로서 접하는 표의문자만 있지 않다. 표음, 의성어 및 의태어 등 매우 다양해서 내포된 화자의 정확한 의중을 알기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학교에서 배운 사전적 중국어 표현이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이를 ‘중국어의 함정(Trap of Chinese)’이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옌지우옌지우(研究研究)’라는 뜻은 사전적인 의미로 연구 검토해 보겠다는 뜻인데, 이 말을 긍정적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사전적 의미로 긍정적인 뜻이지만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비즈니스의 특성상 상대방 앞에서 ‘어렵다’, ‘불가능하다’ 등의 표현을 직접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이커이(还可以)’ 라는 말도 대표적인 중국어 함정에 속하는 표현이다. 사전적인 의미는 ‘그럭저럭 괜찮다, 그 정도면 괜찮다’ 정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실제 중국 비즈니스에서는 ‘나쁘지도 그리 좋지도 않다’는 뜻의 중성적인 의미를 가지는 표현이다. 중국 지역에 따라 혹은 중국인의 성향에 따라 이 표현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화려한 중국어 표현 속에 감춰진 그들의 진정한 속내와 의미를 찾아내지 않으면 중국 비즈니스는 성과 없이 그냥 지속될 수밖에 없고, 그런 와중에 대부분의 우리기업은 중국사업을 포기하고 만다.  


필자는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중소벤처지원센터 소장 시절 이러한 중국어의 함정에 빠져 실패한 우리기업들을 여러 번 목격했다. 특히 중국어 계약서 문구에 대한 오해와 해석의 오류로 인한 실패가 종종 있다.


중국에서 법적구속력이 있는 계약은 크게 ‘합동서(合同)’와 ‘협의서(协议)’로 나눌 수 있다. 중국어의 ‘협의(协议)’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해하는 ‘협의(Discussion)’가 아니라 ‘합의(Agreement)’의 의미이다. 따라서 계약서 본문 중 ‘갑은 을과 협의(协议)하여 결정한다.’ 라는 표현은 향후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한편, 중국어 함정보다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중국어 문장부호에 대한 이해이다. 문장부호를 중국에서는 ‘표점부호(标点符号)’라고 부른다. 필자는 표점부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20만 달러를 손해 본 우리기업의 실패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다. 중국어 문장부호 중 한국어나 영어에는 없는 ‘ 、’로 표기되는 ‘뚠하오(顿号)’라는 것이 있다. 한국어의 쉼표(,)와는 사용 의미가 다르다. 문장에서 병렬관계인 단어 또는 구 사이의 멈춤을 나타낼 때 쓰는 문장부호이다.


당시 분쟁이 된 계약서 문구는 다음과 같다. “中国企业负责技术转让费用100万美金、硬件费用20万美金、各种税收由韩国企业承担.” 여기서 ‘ 、(뚠하오)’ 와 ‘ , (쉼표)’의 해석상의 문제로 법적분쟁이 발생했다. 한국어 계약서에서는 쉼표를 사용하여 “기술이전 비용 100만 달러와 하드웨어비용 20만 달러는 중국기업이 부담하고, 나머지 각종 세금은 한국기업이 부담하는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기업은 중국어 계약서에 뚠하오로 표기되어 “기술이전 비용 100만 달러만 중국기업이 부담하고, 나머지 하드웨어 비용 20만 달러와 세금은 한국기업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뚠하오를 쓰면 충분히 그렇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계약서 내용처럼 쓰고자 할 때는 중국어 계약서에 쉼표를 표기해 “中国企业负责技术转让费用100万美金,硬件费用20万美金, 各种税收由韩国企业承担.”라고 작성해야 했다. 결국 미묘한 부호 하나 차이로 인해 20만 달러를 한국기업이 부담해야 했다. 만약 계약서에 ‘한국어와 중국어의 의미가 상충하는 경우 영어를 기준으로 한다’라는 문구만 있었다면 해결될 수도 있었던 안타까운 사례이다. 중국사업에서 우리가 ‘갑’이 아닌 ‘을’일 경우 대부분의 계약서는 한국어와 중국어 2개 언어로만 작성되곤 한다. 가능하다면 한·중·영 3개 국어로 작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중국어 함정은 중국 사업에서 조그마한 파도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파도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조그마한 파도가 향후 소용돌이가 되어 우리를 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이 방대한 만큼 중국 비즈니스는 향상 변수가 많다. 그 변수를 최대한 방어할 수 있는 노력과 준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서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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