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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강원대학교 GTEP_김민수 대학생

 

 강원대학교 국제무역학과에 입학 후 학업을 등지고 동아리 활동에 빠져 살던 나에게 한 선배가 GTEP사업단을 소개해줬다. 슬슬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라는 눈빛이었다. GTEP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글로벌 무역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현장에서 직접 경험을 쌓을 기회라고 하니 재미도 있을 것 같기도 했다.

 

GTEP 12기 사업단으로 활동 시작

 나는 GTEP 12기 사업단이 됐다. 사업단은 7기부터 동남아시아에 집중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동남아의 ‘이베이’라 불리우는 베트남 최대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라자다(Lazada)’를 연구하고 있었다. 베트남어를 구사하지 못해 걱정되긴 했지만 영어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경험이 도움이 됐다.

 ‘라자다’에 직접‘㈜제네시스인터내셔널’의 상품을 등록한 뒤 시장의 동향을 파악했다. 현지 소비자들의 구매 동기나 소비 성향을 파악하며 시장정보를 쌓아갔다. 막연하게 품고 있던 해외시장에 대한 두려움이 차츰 걷어지던 찰나 드디어 지금까지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실전에 뛰어들 기회가 찾아왔다.
 한 화장품 기업이 2018년 5월 5일부터 4일간 ‘말레이시아 국제뷰티박람회’지원을 사업단에 요청한 것이다. 사실 말레이시아 뷰티박람회는 강원대학교 GTEP사업단에서 전원 참가를 목적으로 준비 중인 박람회였다. 사업단은 생애 첫 국제박람회 초청에 모두 들떠 있었다.
 우리 팀이 담당한 업체는 “별도로 박람회 준비를 할 필요가 없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현장판매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팀은 판매원으로 지원을 요청받은 것이었다. 박람회에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설득, 뜻밖의 위기와 지혜로운 대처, 팀의 기지로 간신히 성사될 계약 등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던 우리에게 그것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위기는 곧 기회다

 박람회에 가서 계약을 경험할 수 있는 다른 팀과 비교해 열악한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업 방침이 현장 판매라 하니 우리는 시장조사 쪽으로 재빠르게 눈을 돌렸다. 말레이시아도 우리처럼 온돌 생활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침 강마루 제조업체 ‘정림’과 MOU를 맺고 있었다. 우리는 강마루를 말레이시아에 팔 수 있는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팀원 가운데 말레이시아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친구가 있었는데 운좋게 현지에서 사귄 친구 어머니가 말레이시아 마루회사에 재직 중이었다. 우리는 현지 친구에게 혹시 기업 미팅을 주선해 줄 수 있냐고 제안했다. 말레이시아 친구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미팅이 잡혔다. 무역 승패의 키는 인적 네트워크가 쥐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박람회를 위해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우리 팀은 쪼개졌다. 한 팀은 화장품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박람회에 참가했고, 나를 포함한 몇몇은 현지의 마루 제조업체와 미팅을 했다. 말레이시아 마루 업체는 원목 마루를 주력으로 하고 있었고 국내의 ‘정림’은 합판 위에 필름을 붙이는 강마루를 주로 제조했다. ‘정림’의 샘플 마루를 본 말레이시아 기업은 필름 부착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말레이시아 업체는 정림의 필름 부착 기술에 대한 컨설팅을 받는 동시에 자신의 원목 마루를 국내에 수출하길 원했다. 원목 마루 단가가 비싼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말레이시아 상품이 시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는 두 기업의 가교역할을 하는 것으로 말레이시아 출장을 마무리했다.

 

무역은 ‘말’이 아니라 ‘발’로 뛰어야 한다

 말레이시아 출장을 다녀온 후 GTEP은 베트남 시장개척단을 꾸렸다. 당시 베트남 호치민에 ‘호치민 식품 박람회’가 열렸다. 여름방학은 식품박람회 준비와 베트남 시장조사를 병행하며 바쁘게 흘러갔다.
 우리가 맡게 된 업체는 속초의 ‘㈜씨월드’였다. 씨월드는 전복 가공을 시작으로 미역, 다시마, 김뿐 아니라 호박, 우엉, 연근, 감자, 사과 등을 활용한 간식을 만드는 연 20억 매출 규모의 부각 제조업체다. 말레이시아 박람회 당시 부족했던 것을 복기하며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씨월드 공장을 먼저 견학했다. 또 박람회 전 사전 미팅도 업체 측에 제안했다. 현장에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좀 더 숙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8월 6일 여름, 우리는 호치민에 도착했다. 이틀의 자유시간을 가진 뒤 박람회장을 찾았다. 베트남 박람회는 말레이시아와는 사뭇 달랐다. 식품박람회다 보니 바이어보다 일반 방문객이 더 많았다. 첫날 관심을 보인 바이어는 딱 한 명뿐이었다.
 다음날도 찾아오는 바이어가 없었다. 말레이시아 박람회처럼 현장판매만 하다 끝날 것 같았다. 슬금슬금 올라온 불안이 나를 추동했다. ‘이대로 있을거야?’ 나는 부각을 종류별로 모아 샘플 두 개를 만들었다. 전날 관심을 보였던 바이어에게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만나 뵙고 싶다고 했더니 한시간 후에 방문하라고 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는 고층 빌딩 센텍타워(Centec Tower)에서 일하고 있었다. 막상 찾아가서 높은 빌딩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괜히 일을 벌인 건 아닌가 후회가 됐다. 이미 엎지른 물을 어찌하리. 승강기에서 내리는 나를 비서가 미팅룸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베트남계 바이어와 미국인 상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애써 태연한 척 미팅룸으로 들어갔다.
 바이어들은 한국의 프리미엄 전통 스낵이라는 점에서 부각에 흥미를 보였다. 그들은 부각을 말레이시아 상류층에게 공급하고 싶다며 베트남 현지공장에서 생산 시 단가를 얼마나 더 낮출 수 있는지, 물량공급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물었고, 구체적인 정보는 메일로 교환하기로 했다. 다시 한번 기업과 기업 간의 가교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 낸 셈이다.

 

작은 용기가 무역인을 만든다

 GTEP 활동은 수출신고필증을 어떻게 작성하는지도 몰랐던 나를 무역인으로 만들었다.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살아야겠다며 GTEP을 신청했던 작은 용기가 혼자 베트남 기업을 찾아갈 정도의 용기로 번져가는 것은 경이, 그 자체였다.
 내년에는 말레이시아 교환학생을 가게 된다. 나는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는 기간 동안 국내 상품을 수출해 얻은 수익금을 밑천으로 말레이시아 상품을 한국으로 수입하는 경험을 하고자 한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나의 용기는 더욱 번져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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