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재 품목(B2C)의 경우, 도심인구 및 1인당 GDP, 소비수준, 도시화율 등 4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1선 도시를 목표시장으로 선정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1선 도시를 선정하면 15개(상하이, 광저우, 선전, 베이징, 쑤저우, 우한, 청두, 항저우, 충칭, 난징, 선양, 텐진, 지난, 칭다오, 따롄)의 새로운 소비재 목표시장이 생겨난다.

중간재와 산업재(B2B) 품목의 경우는 다른 시장구분법과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 산업 클러스터 현황 및 밸류체인 생태계 등과 같은 제품특성에 맞는 지역 선정과 우리 기업이 구비하고 있는 제품 경쟁력, 기술특징, 중국시장 전담인력 여부 등 기업역량에 맞는 최적화된 중국지역시장을 먼저 공략해야 한다. 반드시 1선 도시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럼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어떻게 가위질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을 살펴보자. 중국시장을 구분하는 방법 중 가장 기본은 크게 동부와 서부지역으로 나누는 이분법과 동부와 중부, 서부지역으로 나누는 삼분법, 그리고 동북, 동부, 중부, 서부지역으로 나누는 사분법이 있다.

<표1> 중국 지역시장 삼분법

 
이분법, 삼분법 및 사분법의 경우 중국 지형학적인 관점에서 쉽게 구분한 방법으로 실제 중국 사업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중국 지역시장 특징에 따라 좀 더 세분화∙구체화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지역 시장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 하나를 들어보자. 국내 모 홈쇼핑 회사가 중국 내륙 충칭(重庆)에 진출한 사례로 중국 지역시장 선정의 중요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의 경우 초기 상하이나 베이징에 진출하고 싶었지만, 이미 상하이에는 다른 국내 유명 홈쇼핑 회사가 진출해 있었고, 베이징은 방송채널을 잡을 수가 없었던 시기였다. 고민 끝에 단일시장으로서는 가장 인구(약 3200만 명)가 많은 충칭을 선택,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순조롭게 법인 설립을 마무리하고 첫 번째 방송 아이템으로 화장품을 선정했다.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성 화장품으로 나름 한국 홈쇼핑 시장에서는 대박이 난, 검증된 제품이었고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적합한 제품이라고 믿었다. 30일 가량 홈쇼핑 방송을 했지만, 결과는 완전 참패였다.

이 기능성 화장품은 왜 충칭 시장에서 실패했을까? 그 이유는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준다”는 제품 특성과 홍보 광고 문구에 있었다. 충칭은 1년 365일 3분의 1이상이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다. 중국에서 대표적으로 습한 지역 중 한 곳이다. 예를 들어, 베이징에서 빨래를 빨아 말리면 2시간이면 마른다. 그 만큼 날씨가 건조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충칭의 경우 빨래를 빨아 말리면 이틀이 걸려도 마를까 말까다. 그 만큼 날씨가 습하다. 가습기의 경우 북경처럼 건조한 지역에서는 잘 팔리겠지만, 충칭 같은 덥고 습한 지역에서는 별 필요성을 못 느낀다. 충칭 사람들이 싫어하는 표현 중 하나가 ‘축축하다’, ‘눅눅하다’ 등과 같은 형용사들이다. 충칭 지역은 역사적으로 미인의 고향이다. 이런 습한 기후로 인해 피부미인이 많기로 유명했고, 과거 궁에 들어가는 궁녀를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이다. 이처럼 중국은 지역마다 그 역사와 문화의 스토리가 다르고, 생활방식 및 특성도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어떻게 14억 중국 내수시장을 세분화 시킬 것인가? 일반적으로 3가지 구분 목적과 기준에 따라 중국 내수시장을 크게 7대 및 8대 권역별로 나눌 수 있다. 우선 3가지 구분 목적을 살펴보자.

첫째 역사, 문화, 지리적 동질성이다. 여기에는 지리적 인접성, 역사적 연속성, 자연적 조건의 유사성 등의 구분기준이 있다. 둘째, 경제적 동질성으로 경제발전 수준과 사회구조의 구분 기준이 있다. 셋째, 정책적 유용성으로 적절한 규모, 행정구역의 형태, 연구와 정책 진행의 편리성의 구분 기준이 있다. 이러한 3가지 규범적 특성을 기준으로 중국 시장을 7대 및 8대 권역별로 가위질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본격적으로 중국 7대 권역별 시장구분법을 알아보자. 중국 비즈니스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구분법으로 동북, 화북, 화동, 화중, 화남, 서남, 서북지역으로 세분화시킬 수 있다.

<표2> 중국 7대 권역별 시장구분법

중국 로컬기업들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내수시장 구분법이기도 하다. ‘화북(华北)’, ‘화동(华东)’, ‘화중(华中)’, ‘화남(华南)’ 등과 같은 표현은 중국에서 매우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지역 구분법으로 화(华)는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의미한다. 당연히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7대 시장구분법을 기준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세분화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방문한 대부분의 중국진출 기업의 경우 회사 사무실에 중국 지도를 붙여 놓고 7대 구분법에 의해 내수시장을 세분화하여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7대 구분법도 나쁘지 않지만, 필자는 중국시장을 좀 더 세분화시켜 8대 권역별 구분법을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방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가능한 쪼갤 수 있으면 더욱 세분화시켜 가위질하라는 것이다. 그 만큼 내 제품과 기술, 조직역량 등에 맞는 가장 적합한 맞춤형 지역시장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중국 비즈니스에 있어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