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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8대 권역별 시장구분법을 배웠으니, 이번 호부터는 중국의 남방과 북방 비즈니스의 차이를 알아보자. 중국인들도 잘 모를 수 있는, 중국 지역마다 다른 비즈니스 특징과 문화가 있다. 특히, 중국 남방과 북방지역에 따라 비즈니스 방법과 형태도 달라질 수 있다.


흔히들 ‘중국 북방지역의 주식(主食)은 밀이고, 남방지역의 주식(主食)은 쌀’이라는 얘기를 한다. 맞는 말이다. 예를 들어, 산둥지역 중국인이 한국에서 일주일 내내 쌀만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다’고 한다. 산둥지역은 대표적인 중국 북방지역으로 밭농사 중심지역이니 그도 그럴만하다. 우리가 일주일 내내 면만 먹으면 속이 더부룩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만큼 중국의 남방과 북방은 서로 각기 다른 관습과 특징, 문화,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의 체형, 생김새도 다르다.


우선 중국의 남방과 북방을 나누는 정확한 기준부터 이해해야 한다. 중국은 친링(秦岭)산맥과 화이허(淮河) 강을 기준으로 남방과 북방으로 나누어진다. 친링산맥은 중국 중부를 가로지르는 산맥이고, 화이허는 창장(长江)과 황허(黄河) 사이를 흐르는 중국의 7대 강 중 하나다.


우리가 잘 아는 ‘남귤북지(南橘北枳))’ 혹은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춘추전국시대 고사성어가 바로 이 화이허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남방의 귤이 화이허를 건너 북방으로 가면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앵무새는 제수를 넘지 못하고 오소리는 문하를 건너면 죽는다’는 말도 있다. 이런 말들은 중국의 방대함을 의미한다. ‘사람도 주변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1908년 중국지리학회에서 친링산맥과 화이허를 기준으로 남북지역으로 구분했다. 이후 2009년 중국 국가측량국에서 친링산맥과 장쑤성 화이안시를 이어 화이허의 위도와 거의 동일한 남북 기준선을 구분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장쑤성 화이안시를 가면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남방과 북방을 표기한 남북 경계선을 볼 수가 있다.

 

장쑤성의 경우 지형상 남방지역에 속하지만 장쑤성 북쪽에 있는 쉬저우(徐州)시의 경우는 북방지역에 해당한다. 필자가 쉬저우에서 만난 사람과 먹은 음식은 산둥지역과 거의 흡사했다.

 

중국 친령산맥과 화이허강을 기준점으로 나뉜 남방과 북방의 경계.

 

중국의 남방과 북방을 가르는 장쑤성 화이안시 남북 경계선.

 

 

남북 경계선을 기준으로 중국의 남방과 북방은 여러 방면에서 차이가 난다. 이러한 차이는 당연히 중국 비즈니스에도 접목되게 된다. 우선 그 차이점을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남귤북지의 사자성어에서 보듯이 기후가 전혀 다르다. 남방은 일반적으로 여름이 비교적 길고 습하며 겨울이 따뜻하고 아열대 기후특징을 가지고 있다. 반면 북방은 위도상으로 한국과 비슷해 4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건조한 난온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둘째, 음식문화가 다르다. 남방은 날씨가 온화하고 구릉 및 수로가 많으며 수자원이 풍부해 논농사를 기본으로 하였고, 북방은 추운 날씨와 넓은 평원의 척박한 토지환경으로 밭농사를 주로 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남방의 주식은 쌀이 되었고, 북방 사람들은 밀을 주로 먹게 됐다. 재미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쌀을 먹는 남방 사람들이 면을 먹는 북방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이다. ‘밥 먹는 사람은 귀하고, 면 먹는 사람은 천하다(食米者贵 食面者鄙)’는 표현도 있을 정도다.


이러한 음식문화의 차이를 활용해 성공한 우리 기업의 중국진출 사례 하나를 들어보자. 국내 대표적인 전기밥솥 회사인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이 중국 남방과 북방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기능의 차별화와 현지화를 통해 중국에서 성공한 사례다. 정체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쿠쿠전자의 경우 2003년 산둥성 칭다오에 생산법인을 설립하면서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본격화했고, 리홈쿠첸은 10년이 늦은 2012년 랴오닝성 선양과 베이징 총판패상을 중심으로 중국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2016년에는 중국 최대 가전기업인 메이디와 공동 출자해 광저우에 조인트 벤처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리홈쿠첸의 기술력과 메이디의 생산 인프라 및 2500여 개에 달하는 중국 내 유통망을 활용해 점차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중이다.


두 회사는 중국에서 남방과 북방지역에 따라 주식이 다르고 그에 따른 음식문화 특징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이를 제품개발에 활용했다. 남방지역은 주식이 쌀인 만큼 밥하는 기능을 더욱 보강하였고, 북방은 주식이 면인 만큼 밥솥으로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였다.


예를 들어 남방지역의 쌀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에서 보편적인 이른바 ‘안남미’로 불리는 쌀인데, 불면 밥알이 날리는 이 쌀의 특성을 감안해 보온 온도조절, 압력 밥솥의 메뉴 기능을 현지에 맞게 개발했다. 쿠쿠의 CRP-AH1060FD 압력전기밥솥모델이 대표적인 중국향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안남미를 부드럽고 더욱 찰지게 만들어 주는 입체가열 방식을 적용하였고, 고온‧고압‧고스팀에 강한 고화력 압력전용 내솥인 다이아 쉴드를 탑재시킨 제품으로 중국 남방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한편, 북방의 경우 찜 요리 등 지역 특유의 음식 메뉴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원터치 버튼 기능을 추가하여 단순히 밥하는 기능보다 음식 조리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멀티 쿠커용 밥솥으로 북방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 들어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과거 저가의 전기밥솥 시장은 점차 하락하고, 유도가열방식인 IH 스마트 전기밥솥 등의 중고급 제품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2018년 기준 중국 스마트 전기밥솥 보급률이 아직 35% 정도 수준으로 향후 중국 내수시장 선점을 위한 필립스, 일본의 파라소닉, 타이거 및 한국의 쿠쿠전자, 리홈쿠첸과 메이디, 샤오미 등 중국 로컬 브랜드 간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우수한 기술력 및 내수 목표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결코 중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그 출발점이 바로 중국의 남방과 북방시장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서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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