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기업 승현기업

kimswed 2020.11.24 07:39 조회 수 :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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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름을 뭘로 지을까?’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5년, 10여 년 간의 직장 생활을 접고 창업을 결심한 고재유 씨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화학을 전공한 후 입사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연구소에서 7년 동안 연구원으로 일했고, 이후 외국계 기업인 H사로 옮겨 다시 6~7년가량 일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선 것이다.

 

그는 고민 끝에 회사 이름을 ‘승현기업’으로 결정했다. ‘승현’은 당시 5살이던, 사랑하는 아들의 이름이었다.


그가 어느 날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창업할 회사 이름을 아들 이름을 따서 승현기업으로 짓겠다고 알렸다. 그러자 그 친구는 “혹시 회사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아들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말렸다.

 

하지만 고 씨의 생각은 달랐다. 어린 아들의 이름을 걸고 시작하는 사업인 만큼 더 열심히 일할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고재유 대표는 이제 성년이 된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됐다. 승현기업은 오랫동안 건축 및 산업용 자재 한 우물을 판 결과 업계에서 나름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한 푼의 빚도 없이 연매출 200억 원을 눈앞에 두고 있고, 내년 여름이면 100억여 원을 들여 충북혁신도시에 지은 대지 약 1만 제곱미터(3100평), 건물 약 7000제곱미터(2100평)의 새 공장도 완공된다.

 

승현기업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 [사진=승현기업 제공]

 

기술개발로 국내최초 제품 잇달아 출시

 

승현기업은 건축물에 쓰이는 일액형 폴리우레탄 폼과 산업용과 자동차산업에도 쓰이는 다양한 에어로졸 제품, 건축용 바닥재 등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고 대표는 창업 직전까지 다녔던 외국계 회사인 H사에만 제품을 독점 공급하는 임가공 조건으로 일종의 분사형 창업을 했었는데, 3년 후 독점 계약이 풀리자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처음엔 대부분 임가공 납품 형태였다. 몇 년이 지난 후 임가공 사업의 한계를 느낀 고 대표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거래처도 넓혀 나갔다.


유수의 외국계 기업에 임가공으로 독점 납품했다는 것은 이미 그 회사로부터 품질을 인정받고 있었다는 뜻이다. 품질을 앞세운 승현기업은 비교적 순탄하게 성장가도를 달렸다.

 

연구원 출신인 고 대표는 경영과 함께 기술개발에도 앞장서 국내 최초로 건축용 단열재를 붙이는 접착제를 개발해 출시하기도 했고 불에 타지 않는 고난연폼 역시 타사에 앞서 시장에 선보였다. 그만큼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구축한 셈이다.


해외시장 개척의 운도 따랐다. H사와의 독점공급 계약이 풀린 직후 그 회사의 일본지사로부터 납품 요청이 와 첫 수출의 길을 텄다. 또 C사의 아시아지역 총괄구매담당자도 승현기업의 ‘독점 족쇄’가 풀린 것을 알고 납품을 요청했다.

 

전문가 영입해 해외시장 본격 개척

 

하지만 이런 수동적인 수출은 한계가 있었다. 또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로 변하면서 수출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도 했다.

 

2010년 무렵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하고 전문가를 영입했다. 현재 해외영업부를 맡고 있는 윤득남 이사다. 윤 이사는 뚝심을 가지고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윤 이사는 초보 수출기업이 효율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방안 중 하나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들의 해외마케팅 지원 사업을 적극 이용하는 길을 택했다. 독자적인 시장 개척보다 힘이 덜 들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길이었다.

 

외국어 카탈로그 제작, 외국어 동영상 제작, 통·번역, 해외시장조사, 무역보험 가입, 수출물류 비용, 수출상담회 및 해외전시회 참가 등 가능한 모든 지원 사업을 이용했다.

 
자체적인 해외시장 개척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끊임없이 회사와 제품을 홍보하고 바이어를 찾았다. 기존 거래처에는 신규 제품을 추가로 납품할 수 있도록 했고 해외시장조사나 전시회 참가 등으로 새로운 바이어를 찾았다.

 

 

해외전시회에 참가한 승현기업 부스. 승현기업은 해외마케팅에서 전시회 반복 참가를 통해 성과를 거뒀다. [사진=승현기업 제공]

 

 

해외전시회에 반복 참가하다보니 성과

 

승현기업은 특히 해외전시회나 수출상담회를 최대한 활용했다. 행사에 나가기 전에 현지 시장조사를 진행했고 사전에 입수한 바이어리스트를 토대로 사전 상담도 진행했다. 그러면 현장 상담이 훨씬 쉬웠고 성과도 높았다.

 

또 상담을 진행하면서 진성 바이어라고 판단되면 따로 표시를 했다가 사후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상담이 끝나면 모든 바이어에게 감사 메일 등을 보내지만 약 20%가량의 이들 진성 바이어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친밀감을 표시하고 또 추가 거래 제안을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진성 바이어 리스트가 쌓여갔고 수출 성사율이 높아졌다.


승현기업의 또 다른 해외마케팅 키워드는 해외전시회 반복 참가다.


“해외전시회는 반복해서 참가해야 성과가 나옵니다. 한두 번 참가했다가 성과가 없다고 포기하는 기업들을 봤는데, 우리 회사 경험상 해외마케팅은 열정과 끈기가 필요합니다.”


고 대표는 해외마케팅 초기에 동남아 바이어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하는 ‘립 서비스’를 오해해 바로 컨테이너 단위의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 시절이 있었다며, “오랜 경험을 통해 ‘상담과 계약 사이의 거리가 결코 가깝지 않다’는 진리를 체득했다”고 고백했다.

 

 

해외전시회에서 상담 중인 고재유 대표(왼쪽)와 윤득남 부장(오른쪽). 승현기업은 해외마케팅에서 전시회 반복 참가를 통해 성과를 거뒀다. [사진=승현기업 제공]

 

고 대표가 들려준 해외전시회 반복 참가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에피소드 하나. 승현기업은 충북도청과 한국무역협회 충북지역본부의 지원으로 매년 필리핀 국제건축박람회에 참가했다. 이 박람회에 3번 연속 참가했을 때 승현기업 부스의 대각선 위치에 자리 잡았던 업체와 건축용 접착제를 납품하는 계약에 성공했다.

 

두 업체는 모두 이 박람회에 이웃한 부스로 연속 참가했는데, 매일 눈을 마주치다보니 서로에게 친숙해졌고 중국에서 제품을 수입해 오던 그 업체가 중국산 대신 승현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이 회사와는 이후 다른 제품까지도 추가로 거래를 텄다.


평범해 보이던 바이어가 빅 바이어가 된 사연도 있다. 2018년 가을 캔톤페어(중국광저우수출입교역회) 때였다. 승현기업은 이 전시회에도 4번 연속 참가했다. 닷새 동안의 전시회 기간 동안 상담만 100건 가량 이어졌다. 하루 20건 꼴이다. 정신없이 상담하다보니 바이어가 헛갈릴 정도였다.

 

그 때 한 캐나다 바이어를 만났는데, 이후 1년가량의 추가 상담과 준비기간을 거쳐 작년 하반기 첫 물량으로 40피트 1컨테이너가 나갔다. 처음 만났을 때 그저 ‘100명 중 하나’였던 이 바이어는 알고 보니 캐나다의 온·오프라인 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주문이 늘었고 올 들어서는 매달 수출이 진행되고 있다.


성격이 다른 지원 사업에서 같은 바이어를 만나 거래가 성사된 일도 있다. 충북도에서 진행하는 거점도시 지원 사업을 통해 베트남 바이어 10명을 소개받았는데, 그 중 한 바이어와 이메일과 화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8년 역시 충북도의 지원을 받아 2018년 하노이 충북우수상품전에 참가했는데 이 바이어가 호치민에서 날아와 현장 상담을 진행했고 지금까지 3차례 수출이 이어졌다.

 

신사옥·신공장 곧 입주… 제2 도약 꿈

 

모든 일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인도 시장은 1년 동안 지사화 사업을 통해 공을 들였으나 여전히 성과가 없다. 기대했던 인도네시아 시장도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애로도 많다. 아이템이 모두 위험물이다 보니 해외전시회를 나갈 때마다 실제 제품 대신 고형물이나 빈 스프레이 통만 들고 나가야 하는 애로는 여전히 해소할 길이 없고, 샘플오더를 받으면 가장 가까운 곳으로 보내더라도 회당 40만 원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애로는 소량오더를 받아도 위험물이다 보니 한 컨테이너를 통으로 빌려야 해서 물류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승현기업은 현재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충북혁신도시 신사옥과 공장으로의 이전과 함께 제2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국내 시장이 정체되고 있지만 신제품과 연구개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한편 새 공장에서 늘어날 생산 캐퍼에 맞춰 그동안 축적한 해외마케팅 노하우를 활용해 판로를 열 계획이다.


김석경 kskiss@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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