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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여름, 뜨거운 열기 속에 이국적이면서 사람들로 붐비는 홍콩의 옛 카이탁 공항에 내렸다. 기내에서 빌딩숲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비행기가 행여나 어딘가에 부딪칠까 불안하면서도, 흥분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당시 캐세이퍼시픽 항공을 타고 갔는데 여승무원들의 빨간 유니폼과 단발머리가 인상적이었다. 구룡반도 침사추이(Tsim Sha Tsui)에서 저녁노을에 반사된 찬란한 금빛 빌딩에 압도당했던 느낌이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다. 
 
그 때가 내 생애 최초의 해외 세일즈 출장이었다. 많은 기억들이 생생하다.
 
필자는 그 당시 가난한 중소기업의 신입직원으로, 회사에 구세주가 되겠다는 열망이 가득한 열혈청년이었다. 어떡하든 사막에서 바늘 찾듯 바이어를 찾고 오더를 받기 위해 온 몸을 불태울 심산이었다. 한마디로 마음만은 항우의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세는 세상을 덮을 만하다)’였다.
 
30년이 흐른 지금 돌이켜 보면, 딱 맞는 구절이 생각이 난다.
 
<거상(巨商)>의 저자 장쥔링(張俊領)은 “중국의 유태인이라 불리는 온저우(溫州) 상인들처럼 천산만수(千山萬水), 천언만어(千言萬語), 천신만고(千辛萬苦), 천방백계(千方百計) 등의 천만정신(千萬精神)의 마음을 가져야 성공에 도달할 것”이라고 하였다. “멀고 험한 길을 다니며, 끝없는 협상과 노력을 하고, 고통과 어려움을 견디며,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을 만들어야만 신화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 <한국무역신문> 연재를 준비하며 다시 한 번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릴 적 나의 가장 큰 꿈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나가서 외국인들과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평생 동안 하고 싶은 그 일을 하고 살고 있으니 꿈을 이룬 셈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의 삶의 목표를 가지고 살지만, 필자는 자신이 꿈꾸고 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인생이 가장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졸업 후 필자는 바로 무역회사에 입사해 꿈꾸어온 세상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투적이지만 행복한 인생 1막을 보냈다. 
 
돌이켜 보면, 첩첩산중 강원도 화천 읍내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하는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란 내가 그런 꿈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열정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요행 덕이었는지, 평생을 내가 꿈꾸어 온 무역이라는 한 직종에서만 종사하여 왔다. 조상들께서 도운 것이다.
 
나의 해외에 대한 동경은 초등학교 시절 시작됐다. 고향 마을로 미군들이 동계훈련을 자주 왔었는데, 흑백의 미군들이 큰 소리로 훈련하는 모습이 매우 신기하고 이채로웠다. 영어를 모르는 나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세상이 넓다는 생각과 함께 만약 영어를 할 수 있다면, 하는 유쾌한 가정을 마음속에 담았다. 
 
훗날 영어를 못하는 내가 대학을 가고자 어쩔 수 없이 독일어를 선택하여 학력고사를 보아 대학을 들어갔는데, 영어를 하지 못하면 취업이 어렵던 시절이라 입학 후에는 영어회화 공부를 무지막지하게 하였다. 잘하지는 못하였지만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으니, 꿈에 그리던 외국에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92년도에 졸업했는데 당시만 해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던 시절이었고, 해외영업부가 만들어진 회사를 찾으면 되는 일이라, 졸업하자마자 중소기업 S사의 해외영업부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그 중소기업은 나를 만들었고, 2000년에 창업한 나의 회사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으며, 수출기업으로서 성장하는 디딤돌이 되었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대기업 입사가 성공인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나는 하고자 하는 일에 모든 기회가 부여되는 그 중소기업이 여간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었다. 비록 박봉에 미래도 불투명했지만, 덕분에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고 또 이런저런 도전을 해 볼 수 있어서 당시의 선택에 대해 후회는 없다. 
 
아침 8시에 출근하여 밤 12시경 퇴근하고, 한 달에 서너 번씩 해외출장을 다녀도 피곤한 줄 몰랐다. 토요일, 일요일과 휴가도 반납하고 일을 했다. 8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름휴가를 딱 2번 가 보았다. 
 
이렇게 무리를 한 이유는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그렇듯이, 그 회사도 인력부족으로 해외영업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모든 부서에 여러 명씩 배치돼 일을 하면 좋으나 중소기업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래서 본업인 영업도 하지만 시간이 나면 생산부에서 같이 일을 하기도 하고, 제품출하를 하거나,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 관리도 하는 등 1인 3역, 1인 4역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일했다. 
 
지금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사회가 바뀌었지만, 50~60대 기성 세대들은 당시 회사에서 그렇게 많은 업무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알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바이어와 함께. 사진=필자 제공
S사 대표께서는 필자가 입사를 하자마자 수출을 하고 싶다며 해외영업부를 만들어 시작을 하였으니,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원시적인 방법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그 당시 회사 대표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동종업계에서 3년 내에 한국에서 해외영업의 탑이 되겠다고 호언을 하였는데 정말 힘들게 그 뒷감당을 하였던 같다. S사는 3년 만에 연매출 30억에서 300억으로 성장하게 되었는데, 필자는 그곳에서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따라온다는 진리를 깨우쳤다.
 
S사에서 일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 
 
그 중 첫 번째가 나의 능력이 부족하면 남들보다 몇 배 더 일을 하자는 것이었다. 누구나 하루에 24시간이 주어지므로 평등하지만, 그렇다고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은 결과가 좋기 마련이다. 
 
두 번째는 남들과 동일한 전략으로 일을 하지 말자. 경쟁자의 전략을 답습하는 것은 패배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새로운 전략을 만들고 이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세 번째는 사양산업은 없다는 것이다. 그 당시 인조피혁을 수출하였는데, 1990년대에는 최고로 수출이 잘되었으나 90년대 후반에는 한국의 대다수 회사들이 사양산업이라는 딱지로 정리가 되었다. 하지만 필자는 중국에 인조피혁 공장을 설립하여 오늘날까지 성공으로 운영했다. 사양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단지 존재하는 것은 낡은 생각과 편견뿐이다. 
 
네 번째는 일이 안 된다고 다른 핑계를 대지 말자이다. 핑계가 많아지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없다. (다음 호에 계속)
 
▲정병도 사장은 1999년 4월 인조피혁제조 및 바닥재 수출회사인 웰마크㈜를 창업한 이후 경쟁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던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구 60바퀴를 돌 만큼의 비행 마일리지를 쌓으며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실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경영석사 과정을, 청주대학교에서 국제통상 박사과정에서 이문화 협상(CROSS CULTURE NEGOTIATION)을 공부했다. 저서로 ‘마지막 시장-아프리카&중남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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