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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도 웰마크 사장의 글로벌 비즈니스 비망록(4)
 
낙숫물로 신시장을 뚫다
 
글로벌 비즈니스맨을 꿈꾸어 본 적이 있는가. 가방 하나 들고 세계시장을 누비며 상품을 팔고 사는 비즈니스맨 말이다. 얼핏 멋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고행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고행은 꿈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자, 마음먹기에 따라 즐거운 여행이 될 수도 있다.
 
필자의 항공 마일리지는 현재 150만 마일을 웃돈다. 그동안 이용한 항공사는 다양하지만 항공동맹(Airline alliance)이 3개로 이루어져 있어 그것을 합산한 것이다. 이중 99%는 모두 업무상 출장으로 발생된 마일리지다. 지구 한 바퀴를 2만5000마일로 보면 대략 60바퀴 정도 거리다. 서울에서 북경까지 왕복거리가 1200마일인데 환산하면 비행기로 1250회 왕복한 셈이 된다.
 
출장을 갈 때 다양한 방법을 이용했다. 보통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갈 때에는 미국을 경유하는데, 아프리카를 경유하여 간 적도 있다. 이러면 아프리카에 체류하며 바이어와 업무를 보고, 휴식도 취하고, 또 비용도 줄이는 1석 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남미행 비행기 편이 없거나 극심한 성수기여서 티켓을 구하기 힘들면, 일단 일본으로 갔다가 미국을 경유하여 가기도 했다. 몸이 피곤하거나 비즈니스석을 꼭 이용해야 할 때에는 먼저 중국으로 간 다음 다시 미국으로 가면서 비즈니스석을 탔는데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했다. 물론 시간의 낭비는 있지만 현지에 도착하여 쉴 틈 없이 업무를 하고자 한다면 괜찮은 선택이라고 본다.
 
여권은 지금까지 총 9권을 사용했다. 필자의 여권은 보통의 여권보다 두껍다. 여권 발급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48페이지짜리 여권을 받은 후 여기에 24페이지를 추가하여 72페이지짜리로 만들어 사용했다. 그러므로 내 여권은 24페이지 일반 여권 3권과 같다. 30여 년간 일반 여권 기준 대략 27권의 여권을 사용한 셈이니 거의 1년에 1권씩이다. 
 
많은 페이지가 있는 여권을 사용하였던 이유는 출장이 많기도 했지만 비자가 필요한 나라들을 많이 다녔기 때문이다. 한 번 출장에 몇 페이지를 사용하게 되니 금세 부족해지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나라들은 대부분 비자가 필요한데 갈 때마다 도착비자로 여러 페이지가 소모된다. 지금은 한국의 여권파워 지수가 높아 비자가 줄어들어서 예전보다 여권을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정병도 웰마크 대표가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미팅 이후에 바이어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필자 제공]
출장을 갈 때에는 꼭 두어 계절 정도의 옷이 필요한데 여간 골치 아픈 것이 아니다. 한국이 여름이면 중남미는 겨울이고, 한국이 겨울이면 아프리카는 뜨겁다. 겨울에 출장을 가면, 집에서부터 덜덜 떨어가며 매우 얇은 옷을 입고 공항으로 간다. 가방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면 견본을 많이 가져갈 수 있다. 
 
출장복도 질 좋은 양복보다는 폴리에스테르(POLYESTER)로 제직이 된 양복이 편하다. 주름이 잘 가지 않아 출장 중에도 단정한 모습을 보여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양복에 비해 매우 저렴하고 착용감도 우수하므로 부담 없이 전투(?)에 전념할 수 있다. 양말, 와이셔츠도 한 개라도 줄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보통 출장을 갈 때에는 대형 트렁크(30kg) 두 개, 매는 가방(15kg)과 끌고 다니는 가방(15kg) 각각 한 개씩을 가지고 간다. 대략 90kg이다. 필자가 수출하는 아이템은 특성상 사진으로 보여주면 그 느낌을 알 수가 없어 모두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제품 자체가 매우 무겁다. 이러다 보니 여행용 가방의 수명이 1년이다. 친한 대학친구가 매년 좋은 여행용 가방 몇 개를 보내 주는데, 1년 정도 지나면 가방들이 바퀴가 빠지고, 몸체가 찢어지고 터진다. 그 친구는 내게 가방을 너무 험하게 사용한다며, 내구성이 세계 제일인 가방이라도 1년 이상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타박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33kg짜리 거대 여행용 가방에 돌이 잔뜩 들었다고 상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가장 많이 출장을 가본 나라는 중국, 홍콩, 칠레, 페루, 베트남, 에티오피아 등이다. 모두 중요한 수출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국은 나의 현지공장 때문에 22년간 1년에 8~10회 정도 방문했다. 출장이 가장 많았던 해에는 1년에 중남미 3회, 아프리카 3회, 아시아 10회 정도 다녔다. 
 
‘수적천석(水滴穿石)’이라는 말이 있다. 문자 그대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윗돌을 뚫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미약해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어떤 난관이라도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목표한 대로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패와 노력이 반복하여 이루어지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필자의 출장은 수적천석을 실천하는 과정이었다. 이는 능력이 부족한 필자와 회사에 많은 것을 성취하게 해 주었고, 큰 기회를 선사했다. 오더 수주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바이어는 무조건 반복해서 방문했다. 자주 만나다 보니 상대도 마음을 열었고 친밀도가 높아지니 업무하기가 수월해졌다.
 
어떤 바이어는 3년여 동안 10회 이상 방문한 적이 있다. 결국 수주에 성공했다. 어떤 바이어는 나에게 맞는 발주가 없자, 주변에서 오더를 받아 나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노력을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는 법이다.
 
바이어가 사절해도 최소 열 번은 방문하자는 게 필자의 생각이었다. 바이어 첫 방문에 오더를 수주하는 것은 로또 당첨보다 힘든 일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반복 방문해서 회사제품을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바이어를 몇 년에 걸쳐 방문했을 때 항상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나라이든 1등 기업을 먼저 공략하자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었다. 보통 중소기업들은 해외 수출을 시작할 때 조그마한 바이어부터 공략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도 상승할 뿐더러 그 나라의 실정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1등 기업을 찾아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 빠르고 여러모로 유익하다. 낚시를 잘하려면 낚시터에서 포인트를 잘 찾아야 한다.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것과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은 여러 가지로 차이가 있다. 에베레스트를 오를 때에는 최고의 기술도 필요한 법이다. 이런 기술은 경험이 필요하지만 스스로도 터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기(史記) 이사열전(李斯列傳)에 ‘태산불사토양(泰山不辭土壤)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라는 말이 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높디높은 태산은 한줌 흙으로부터 시작되어 만들어졌고, 깊고 넓은 강과 바다는 작은 시냇물이 모여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인물들을 포용할 수 있는 자만이 큰 인물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필자는 문장이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의미가 좋다. 성공하려면 작은 것을 하나씩 쌓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진리 말이다. <계속>
 
 
▲정병도 사장은 1999년 4월 인조피혁제조 및 바닥재 수출회사인 웰마크㈜를 창업한 이후 경쟁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던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구 60바퀴를 돌 만큼의 비행 마일리지를 쌓으며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실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경영석사 과정을, 청주대학교 국제통상 박사과정에서 이문화 협상(CROSS CULTURE NEGOTIATION)을 공부했다. 저서로 ‘마지막 시장-아프리카&중남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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