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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strategy)과 경영(management)을 구분하여 현지화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봉지라면도 물에 부어 익혀먹는 ‘포면(泡面)’의 라면문화를 바꾸는 게 가장 핵심이었다.


1996년 농심 신라면의 중국진출 초기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대형마트에서 할인 판촉행사를 진행했을 때의 일이다. 처음 보는 한국 라면이고, 할인행사를 하니, ‘호기심 반, 기대 반’의 심리로 구매하는 중국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오전 신라면을 구매한 많은 중국 고객들이 다시 신라면을 가져와 반품을 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평소 먹는 습관대로 뜨거운 물을 부어 익혀 먹었는데, 도저히 딱딱해서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판촉 중국 직원이 신라면은 포면 형식이 아닌, 끓여 먹는 자면(煮面)이라고 소개해도 소용이 없었다.


“환불해 주세요. 난 평생 라면을 끓여 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무슨 자면이에요.”


그 당시 대부분 중국 고객의 불만이었다.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이런 중국의 포면 문화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농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포면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중국시장에 진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현지화 경영’의 마인드라고 얘기하곤 한다. 현지 문화를 무조건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중국 소비자들이 농심의 자면 문화에 따라오도록 만들 것인가, 기로에 선 순간이었다. 


[사진1] 농신 신라면 중국진출 초기 TV 광고 장면 (현지화 경영 사례)

*출처: (사)중국경영연구소

 


현지화 경영은 힘들지만 중장기적인 중국 사업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이때부터 농심 신라면의 현지화 경영 프로세스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라면을 끓여서 먹어야 하는 당위성과 필요성을 중국 고객에게 심어주는 대대적인 마케팅 작업이 시작되었다.


과거 농심 신라면의 중국 TV 광고를 보면 라면을 끓이는 장면이 클로즈업되면서 큰 글씨체의 자막이 나타난다. ‘라면은 끓여서 먹어야 맛이 더욱 좋습니다(方便面煮着吃, 味道更正宗)’, ‘구수한 신라면, 5분 끓이고 난 뒤 드시는 거 잊지 마세요(香喷喷的辛拉面, 别忘了煮五分钟后食用)’라는 카피로 포인트를 중국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뿐만 아니라 농심 한국 주재원을 포함한 현지 중국인 판촉직원까지 부탄가스버너와 신라면을 들고 중국 도시 및 농촌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면대면 마케팅을 진행했다. 직접 현장에서 신라면을 끓여 시식을 하는 이른바, ‘게릴라 판촉 마케팅’을 통해 중국의 라면문화를 바꾸겠다는 근본적인 접근법이었다.


필자가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의 중소벤처기업지원 소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우연한 기회에 농심 현지 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돌아다닌 적이 있다. 그때 농심 직원들이 야외에서 직접 신라면을 끓여 제공하면서 가장 많이 썼던 중국어 표현이 있는데, 바로 ‘쫄깃쫄깃하다’라는 뜻의 ‘찐따오(筋道; jīn‧dao)’였다. ‘끓여 먹어야 가장 쫄깃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조금씩 현지화 경영접근 노력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한다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한국식 매운 맛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가치 중심의 장기적인 현지화 경영의 틀을 마련했으니, 이제 슬로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과 같은 방법적·부분적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국에서 맛보기 어려운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을 홍보해야 장기적인 현지화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진2] 농심 신라면의 현지화 전략 사례

*출처: (사)중국경영연구소

 


농심은 여러 고민 끝에 과거 마오쩌둥의 어록에서 그 해답을 찾아냈다. 마오쩌둥의 ‘盘山词’에 나오는 ‘만리장성에 오르지 않으면, 진정한 대장부가 아니다(不到长城非好汉)’라는 문구를 응용한 신라면의 광고 슬로건을 탄생시킨 것이다. ‘매운 것을 먹지 못하면, 진정한 대장부가 아니다(吃不了辣味非好汉)’라는 문구로 진출 초기 신라면 버스, 지하철 등 모든 옥외광고에 등장했다. 신의 한수였다. 중국인들에게 익숙한 중국적 표현을 제품 슬로건으로 재탄생시킨 것이었다.


게다가 신라면의 빨간색 포장과 ‘매울 辛’자의 새로운 디자인으로 중국 로컬라면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로 신라면은 중국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굵은 면발로 쫄깃쫄깃한 맛을 더해주는 신라면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자, 얇은 면발 제품만 생산하는 라면업계의 절대강자인 캉스푸 및 기타 로컬 브랜드들도 덩달아 면발이 굵은 자면을 생산하여 출시하기 시작했다. 전세계 라면 소비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국시장에서 한국라면의 저력을 과시한 것이었다.


농심은 지속적인 브랜드 제고를 위해 1999년 한·중·일 바둑기사들이 벌이는 ‘농심 신라면배’ 바둑대회를 지금까지 개최해오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젊은 중국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리그오브레전드’(LOL) 게임팀 ‘다이나믹스’를 인수해 중국에서 e스포츠 마케팅 영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e스포츠는 중국의 MZ세대들(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표현)이 가장 열광하는 트렌드 중 하나로 농심은 e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충성고객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신라면의 성공을 기반으로 농심은 기타 라면류 및 스낵 등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하며 K푸드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있다. 중국시장 진출의 현지화 전략과 경영의 개념, 중요성과 접근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다.


중국시장의 가변성·다변성과 유사품이 난무하는 특성상 현지화 전략에만 매몰되면 지속적인 현지화 경영이 어려울 수 있다. 반드시 현지화 경영이 전략보다 우선시 되어야 중국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환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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