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마리즈(주) 나는 무역인

kimswed 2019.04.23 06:46 조회 수 :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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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역인이다

아로마리즈(주)_김수동 팀장

방향제

 

“우리 회사가 무슨 수출이야? 국내 매출을 올릴 방안이나 찾아봐.”
몇 년 전 수출을 도전해보자는 제안에 돌아온 회사의 첫 대답이었다. 유럽에 여러 유명 브랜드를 런칭하여 국내 유통·판매를 하는 회사가 우리회사다. ‘유럽에서 수입한 제품을 다시 수출한다?’ 하긴 내가 회사의 입장이어도 말이 안 되는 제안일 것 같다. 그래도 해보고 싶었다.
사실 수출 도전은 작은 변화에서 시작됐다. 지난 2013년 화장품법이 개정되면서 우리 회사는 타의에 의해 원치 않는 공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자격 요건을 갖췄다는 한 가지 이유로 화장품 제조 판매 관리자라는 직함을 부여받게 됐다. 하지만 애초부터 보여주기식으로 만들었던 공장은 몇 달 동안 가동되지 않았고 사용하지 않는 공장을 보며 다시 한 번 제안서를 회사에 들이밀었다.

 

수입품 유통·판매회사의 차가운 반응
“방향제, 캔들, 디퓨져 같은 공산품은 원료만 가지고 와서 저희가 직접 생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 제품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이 되는 것이고 그 제품을 가지고 수출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몇 달을 설득한 끝에 겨우 생산에 필요한 장비들을 구매했다. 단순하게 만들어져 있는 걸 수입해서 공급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직원 한 명을 데리고 또 다시 몇 달간 야근을 하고 다독이며 우리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매장 최초로 직접 생산한 Made in KOREA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다행스럽게 반응은 좋았다.
그 순간 나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전 세계 어디에나 우리 제품을 팔 수 있을 것 같았고 누구나 사 갈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바이어를 찾는지 어떻게 제품을 소개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만 해놓고 수출이라는 막연한 꿈만 가진 채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호주머니 털어 KITA 가입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무역협회 회원 혜택을 보고 무작정 가입했다. 가입 이유에 대해서 회사를 설득할 자신이 없어 첫 해 가입비, 연회비를 내 사비로 지불하고 각종 설명회, 지원 사업, 전시회 소식 등을 보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가장 관심을 두고 본 것은 협회 지원 사업이었다. 여러 유관기관에서 해외 전시회에 대한 지원이 많이 있었다. 계속적으로 지원해봤지만 약 1년여 동안 단 한 번도 선정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회사에 비용을 요청해 해외 전시회를 참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게 조금씩 수출이라는 두 글자에 지쳐가던 어느 날 기회는
갑자기 찾아왔다.
2016년 홍콩 선물용품 박람회에 선정이 됐다. 기쁨도 잠시, ‘어떻게 준비하지’라는 현실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뭐가 있지 않을까하고 지원 사업을 계속 뒤지던 중 무역 자문위원 컨설팅을 신청하게 됐고, L자문위원께서 회사로 방문하셔서 여러 가지 도움을 주셨고, 우리는 전시회로 떠날 수 있었다.

 

수입용 영어와 수출용 영어는 천양지차
처음으로 경험한 해외 전시회는 나가기만 하면 실적을 따올 것 같았던 오만한 내 자신감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그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언어였다. 수입을 하기 위해 참관을 갔던 박람회에서는 대화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수출을 하기 위해 참가했던 박람회에서는 대화가 어려웠다.
상품 소싱을 위해 나갔던 박람회에서 부스에 있던 사람들은 나에게 많은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기 위해 내 말에 귀 기울여주었지만, 내 부스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온 바이어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바이어들은 그들이 구매할 상품이 다른 상품보다 상품성이 뛰어나기를 원했고, 또한 그들에게 상품에 대해 좀 더 쉽고 유창하게 설명해주길 원했다. 냉정하게 판단해서 우리는 둘 다 가지지 못했던 것이다.

 

‘수출, 뭐 남는 것도 없네’
그래도 배운 대로 메일을 보내며 기대감을 품고 있던 어느 날, 발주를 하겠다는 메일이 왔다. 개인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한다는 바이어였다. 발주액은 고작 240달러였다. 그렇게 우리 회사의 첫 수출 실적이 발생하였다. 이후 거짓말처럼 여러 해외전시회에 선정이 되었고, 나는 경험 아닌 경험을 쌓게 되었다.
그리고 첫 박람회 이후 9개월 만에 1만3,000 달러라는 우리에게는 적지 않은 수출 실적이 일어났다. 하지만 수출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첫 실적을 쉽게 허락하진 않았다. 디퓨져는 인화물질이기 때문에 선적 시 위험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관세사, 운송사 등을 찾아다니며 방법을 찾았고 선적까지 무사히 끝냈지만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대비용 발생은 회사에 ‘수출 뭐 별거 없네, 남는 것도 없고’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그래도 회사에 다시 한번 요청했다.

 

무역협회 해외전시회 잇달아 참가
“딱 3년만 해보겠습니다.” 3번 정도 전시회를 경험하고 나니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는 듯했고 그 사이 직원도 한 명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2017년 무역협회 지원사업에 다시 지원했다.
방콕 선물 가정용품 박람회와 홍콩 선물용품 박람회. 두 전시회 사이의 기간은 매우 짧았지만 나는 둘다 지원했다. 홍콩 선물용품 박람회 선정이 되었고 방콕 선물 가정용품 박람회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방콕전시회를 담당하던 담당자분의 전화를 받았다.
“홍콩 전시회에 선정되셨던데 방콕은 참가 가능하신가요?”
“네, 뽑아만 주시면 무조건 가겠습니다. 홍콩 가기 전에 방콕 들렀다가면 됩니다.”
그리고 기적처럼 두 군데에 모두 선정됐고 준비를 시작했다. 수출이란 가격만 맞으면 누구나 사 갈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은 우리는 제품의 객관적인 특징과 장점을 무기로 삼고, 자체 브랜드로 수출하기로 했다.
그 결과 두 번째 참가한 홍콩에서 우리 회사를 알아보는 바이어를 처음 만났다. 대만에서 백화점 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바이어였다.

작년에 우리를 봤고 제품은 마음에 들었지만 처음 보는 회사라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올해 또 참가를 하는 걸 보고 상담을 하러왔다고 했다.

 

대만 유력 백화점 진입
2주간의 전시회가 끝나고 작년의 경험을 되살려 메일링을 하자 작은 실적이 연달아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대만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미츠코시 백화점과 다카시마야 백화점에 입점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수출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재발주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이제 이 업체를 우리의 파트너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직 우리 회사는 해외 매출이 크지 않다. 아니 굉장히 작다. 실적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아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얼마 전,딸아이가 무심코 던진 질문에 또 다시 수출에 대한 열정이 솟구쳐 올랐다.
“아빠 학교에서 부모님 직업에 대해서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우리 아빠는 무역 한다고 했는데 무역이 뭐하는 거야? 친구들이 물어보는 데 설명을 못 해줘서 속상했어.” 뭔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래 나는 무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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