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및 북미시장 진출할 때

kimswed 2024.01.09 07:57 조회 수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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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국적으로 살고 있는 필자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한국인들만의 특성이 하나 있다. 바로 무엇이든 굉장히 ‘빠르다’라는 것이다. 
 
필자뿐이 아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어디에서나 인터넷이 빠르게 터지는 나라, 첨단 유행이 가장 빠르게 퍼지는 나라, 서비스센터에서도 음식점에서도 모두가 기민하고 빠른 나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국가번호조차도 +82’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는가.
 
미리 준비하고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이런 기민함과 빠름을 흡수한 문화가 매번 장점으로 작용하지만은 않는다는 걸 느낄 때도 있다. 이를테면 한국의 여러 매장이나 서비스센터 등에서 접하는 직원들의 태도가 그렇다. 그들은 언제나 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처리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조금 느려도 좋으니 나라는 손님에게 온전히 집중해 주길, 조금 더 진중하고 적극적인 소통으로 응대해 주길 바라지만 빠르고 무표정하게 나를 응대하는 그들을 볼 때면 왠지 마음이 씁쓸해지고 마는 것이다. 볼일을 다 봤으면 빨리 자리를 비워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압도되어 손님으로서 의미 있고 가치 있다는 기분을 느낄 새가 전혀 없다.
 
▲빨리빨리 문화의 대표국가 대한민국[이미지=아이클릭아트]
캐나다, ‘느림’의 문화와 소통·신뢰
 
25년 넘게 내가 몸을 담아 온 캐나다의 문화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캐나다에서 조금이라도 살아본 분들은 알겠지만, 캐나다에서는 서비스센터에 제품 A/S를 맡기거나 카드발급 따위를 신청하면 한 달이 족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이점을 굉장히 답답하게 여기지만, 놀랍게도 캐나다인들은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 이유는 느린 만큼 다른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상호 간에 깊게 깔린 소통과 신뢰의 감정이다. 
 
캐나다의 서비스 응대 속도는 느리지만 그들은 고객 한 명 한 명과 깊게 소통하며 고객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그렇기에 느리더라도 고객들은 직원이나 업체를 믿고 기다릴 줄 아는 것이다. 
 
그런 문화 덕분인지 북미 사회에서는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들이 사랑받는 경우가 많다. 캐나다 브랜드인 ‘팀홀튼(Tim Hortons)’은 캐나다에서 만큼은 스타벅스 이상으로 오랜 사랑을 받고 있고, 한국에서 방한복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캐나다구스(Canada Goose)’나 ‘루츠캐나다(Roots Canada)’, ‘룰루레몬(Lululemon)’ 역시 캐나다 현지인들과 오랜 역사를 함께 해왔다. 
 
역시나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고객들에게는 잘 아는 브랜드, 오랫동안 충성해 온 브랜드가 여지없이 가장 좋은 브랜드인 셈이다. 단순히 가격이나 가성비에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닌, 신뢰하는 브랜드를 선호하고 브랜드 충성도가 넘치며 이에 대한 자부심이 넘친다.
 
‘빠른’ 한국과 ‘느린’ 캐나다
 
하지만 한국은 무엇이든 빠르게 일궈온 특성이 있어서인지 과정에서의 깨달음이나 성장보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추구하는 경향도 짙은 편이다. 
 
한국에서는 오래 사랑받기보다는 빠르게 치고 빠지는 브랜드가 유독 많이 보이고, 브랜드 입지에 비해 제품력은 떨어지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점들도 모두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의 좋은 제품을 수입하기 위해 매번 한국을 찾지만, 이런 점들을 직접 보고 경험하다 보니 컨설턴트로서 어떻게 객관적으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해 한국 기업들을 위해 더욱 안정적인 북미 및 해외 진출을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윤보다 소통 중시하는 캐나다
 
사실 캐나다나 미국에서 단시간에 성공하기는 무척 어렵고 드문 일이다. 물론 운이 좋게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수많은 기업과 상담을 하면서 당장 서두르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신뢰를 먼저 쌓아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 이것이 캐나다와 미국을 넘나들며 비즈니스를 해온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이며, 이것이 맞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업체들은 큰 이슈가 없다면 대부분 오랜 기간 거래를 이어온 거래처와 쭉 인연을 함께한다. 다른 업체가 제품을 더 저렴하게 공급해 주는 일이 있다고 해도 웬만해선 거래처를 바꾸지 않는데, 북미 사람들에게 이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있고 소통이 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다 한국에서도 새로운 파트너 혹은 기업과 일을 시작하게 되면 길게 생각하고 먼저 비즈니스 관계를 먼저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 내게 용건을 먼저 말하고 도움을 먼저 요청하거나 당장 결과물을 기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소통이 중단이 된 적이 많았다. 
 
물론 그들도 이러한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을 알고 있겠지만 당장 빠른 성공을 기대하기에 기다림이란 단어는 맘에 차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어떤 문화든 무조건적으로 우월하거나 무조건적으로 열등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이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한국은 내 아이덴티티의 일부를 차지하는 나라이기에 그럴까. 가끔은 객관적으로 체감하게 되는 여러 단점에 대해 남다른 통감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특히나 이윤과 유행에 너무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가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런 부분이 개선된다면 더 좋을 텐데, 더 멋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에서다.
 

 
모든 위대한 성과는 오랜 준비가 필요
 
나무가 클수록 그 뿌리가 깊듯이 모든 위대한 성과는 오랜 준비가 필요하다(Just as a bigger tree has deeper roots, great achievement requires a long period of preparation.)
 
필자는 9일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에 참관하려고 준비 중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매번 한해 트렌드를 확인하고 전체적인 계획을 짜기 위한 CES를 방문해 왔는데, 최근에는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더 많이 눈에 띄고 있다. 
 
다만 캐나다와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들을 만나면 대부분 어쩌다 ‘큰 바이어 하나 걸려라’ 하는 마음으로 급하게 전시회부터 참가하는 것으로 보여 매번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현지 바이어들은 CES에 대충 쇼핑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전시회는 그동안 제대로 준비한 과정을 모두 쏟아부을 수 있는 장소이기에 제대로 준비했다면 매칭 가능성이 커지고, 그게 아니라면 잠깐의 만남에 불과할 뿐이며 인연이 이어지기 힘들다. 
 
매번 북미에서 전시회를 갈 때마다 한국관과 현지 로컬 부스의 차이점이 보인다. 한국관은 말과 설명으로 단시간에 승부하려 하는데, 현지 부스들은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으로 승부하려 한다. 
 
현지 부스들은 제품 설명보다는 샘플을 나눠주고 그동안의 경험과 레퍼런스(reference)를 전달하며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다. (사실 전세계에서 한국만큼 전시회 참가를 지원해 주는 나라가 없기에 이러한 기회를 역으로 잘 활용하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좋은 인연을 맺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이렇게 맺어진 인연을 잘 유지해야 다음 스테이지로 나갈 수 있다. 그렇게 준비된 기업만이 적절한 오퍼가 들어왔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캐나다 및 미국 진출은 느리고 긴 과정 안에서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시장에 급하게 접근하기 보다는 가능하다면 현지 상황을 충분이 인지하고 활용할 수 있는 현지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글씨와 설명으로 구매를 강요하지 말고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경험과 관계를 잘 활용하여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첫 번째 단계가 되어야만 한다. 
 
여전히 한국의 빠름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뤄낸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 역사가 어쩔 수 없이 비즈니스 문화에도 뿌리 깊게 반영되어 있으리란 것도 짐작한다. 
 
하지만 경제적 선진국뿐 아니라 문화적 선진국으로 가고 있는 한국으로서, 이제는 속도나 양보다 질적인 비즈니스 문화를 구축할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비즈니스 건 신뢰를 쌓는 과정이 시작되며 그 과정은 길지만 결과는 언제나 달콤하다. 
 
첨예한 가격경쟁보다는 서로를 아우르는 탄탄한 비즈니스 관계, 빠르지만 무성의한 서비스가 아닌 소통을 기반으로 하여 먼저 신뢰를 쌓고 인상적인 서비스를 추구해 보면 어떨까? 모름지기 지금보다 곱절은 더 멋진 한국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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