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당사자 간에 맺어진 국제계약서를 검토하다 보면 종종 준거법(Governing Law) 및 관할 법원(Jurisdiction)에 대한 부분이 문제가 되는 경우들이 있다. 
 
계약서를 아무리 자세히 작성한다고 하더라도 해석 상 이견이 전혀 없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국제계약 체결 시 계약 당사자들은 계약의 성립, 이행, 해석 시 어느 나라 법률에 따를 것인지 지정해둘 필요가 있다. 
 
특히 계약 분쟁이나 클레임 발생 시 준거법 및 관할 법원 규정은 분쟁 해결을 위한 비용, 시간 및 노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국제 계약서 상 준거법 및 관할 법원 설정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있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업체 A는 브라질 업체 B로부터 제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데, 수입 제품 중 하자를 발견했고, 이에 브라질 업체 B에 하자 발생에 대한 클레임을 제기했다. 
 
하지만 B 업체에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A 업체는 답답한 마음으로 B 업체와의 계약서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 보다 보니 계약 분쟁 발생 시 스위스 법령에 따라 스위스국제중재원에서 중재를 진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계약 체결 당시 제품 수량이나 금액 등에만 집중하다 보니 준거법 및 관할 법원 조항을 단순 의례적인 내용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 
 
수입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여 판매 및 유통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 더구나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펜데믹 사태로 해외 출장도 어려운 이 시기에 스위스까지 가서 분쟁 해결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현지 변호사 섭외 비용, 출장비, 스위스 중재소 비용 등 계약서 조항에 따라 중재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경우 발생될 예상치 못한 막대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때문에 A 업체는 무리해서라도 중재 절차를 진행할지 혹은 하자 제품으로 인한 손해를 감수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국제계약은 아무리 우호적인 비즈니스 관계에서 진행하게 되더라도 계약서 상 당사자 간의 입장과 최적의 협상 내용을 반영하고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준거법 및 관할 법원 조항은 A 업체 사례처럼 보통 중요하지 않게 여기다가 계약 분쟁이 발생한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찾아보게 되는데, 이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계약은 서로 다른 국적의 개인 혹은 기업 간에 진행이 되기 때문에 보통 양 당사자 중 한쪽 국가의 법령을 준거법으로 설정하거나, 혹은 형평성을 고려하여 아예 제 3국으로 준거법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양 당사자 간에 준거법이나 관할법원 설정에 대한 합의가 어려운 경우 국제분쟁의 법원 판결 효력에 대한 이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 3국 국가에서 국제 중재를 고려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국제 중재 결과를 해당 국가에 집행하는 후속 절차가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잊지 않고 사전에 따져보아야 한다. 
 
국제계약 체결 시 준거법 및 관할 법원 설정 문제는 계약 위반 시 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에 대한 법규 적용 및 해석과 관련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계약서 서명 전 신중히 검토한 후 결정해야 하며 관할에 대한 합의가 있었더라도 이러한 합의 내용이 해당 국가에서 유효한지, 판결 내용을 집행하기에 적절한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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