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말한 대로 중국의 넓은 영토는 남에서 북으로 적도대, 열대, 아열대, 난온대, 온대, 한대 6개 온도대에 걸쳐있어 남방과 북방의 기온 차가 매우 심하다. 국내 가장 대표적인 간식이라고 할 수 있는 오리온 초코파이의 초기 중국진출 사례를 통해 중국 비즈니스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오리온의 중국시장 매출 규모는 약 1조3000억 달러로 중국 내 5개 공장을 운영하며 4종류 16개 브랜드를 생산하고 있다. 직접 관리하는 영업소가 약 250개에 이르고 오리온 제품을 거래하는 중국 내 경소상이 약 2500여 개로 총 700개가 넘는 중국 각 지역 중소도시에서 오리온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우리가 잘 아는 초코파이는 중국 내 시장점유율 42%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스낵류는 시장점유율 14%로 3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 내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회자되는 상품이다. 중국에서 결혼식 혹은 기념파티와 같은 중요한 행사의 답례품으로 사용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사드보복으로 중국진출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초코파이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오리온의 중국진출 성공사례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졌지만, 초기 실패한 스토리는 그렇지 않다. 오리온이 중국지역 시장의 기후특징을 이해하지 못해 중국시장진출 초기에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1997년 베이징 외곽 랑팡 개발구에 초코파이 공장설립을 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직접 중국으로 수출할 때의 이야기다. 오리온은 1997년 5월 랑팡 공장에서 첫 생산을 할 때까지 1인 대표체제로 조금씩 중국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었다.

 

면밀한 시장조사 및 개척 시뮬레이션을 진행했고, 본사와 연계해 초코파이를 수출하는 한편 공장생산에 필요한 현지 원부재료 확보와 영업 대리점 발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사업을 진행하던 도중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다양한 중국기후특성으로 인해 일어난 오리온 초코파이 변질사건. [이미지=박승찬 교수 제공]


1995년 평택항을 출발해 중국 남부 푸젠성 항만을 통해 수출된 초코파이가 변질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중국 남부지역에 판매된 초코파이가 무덥고 습한 날씨와 장마로 인해 녹아버리거나 곰팡이가 생긴 채 판매됐다. 국내에서 방부제 없이도 전혀 문제가 없었던 초코파이가 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변질된 것이었다.

 

 

유통망 확충과 내수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상황에서 닥친 최대의 위기에서, 오리온은 고심 끝에 이미 판매된 초코파이를 모두 매장에서 수거해 10만 개가 넘는 초코파이를 전부 소각했다. 이후, 오리온은 중국시장에 맞게 포장 재질에 대한 R&D를 진행했고, 기존 비닐 포장 재질에서 내열성을 강화한 필름 타입으로 바꾸었다.

 

또한, 수분이 조금만 늘어도 맛이 변하고 미생물에 의한 제품변질이 일어날 수 있기에 1년여 동안 최적의 수분함량을 찾기 위한 R&D 작업에 착수했다. 수술용 메스를 이용해 초코파이를 분해하는 등 섬세한 연구 끝에 최적 수분함량 13%를 찾아냈고, 그 결과 방부제나 알코올을 전혀 쓰지 않고도 영하 30도의 흑룡강 지역에서부터 영상 40도가 넘는 윈난성에 이르기까지 6개월 넘게 품질과 맛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리온의 중국시장 진출 초기의 실패사례는 향후 중국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그 사건 이후 중국 현장 곳곳을 더욱 직접 발로 뛰었고, 방대한 분량의 중국 비즈니스 공부를 진행했다.

 

오리온 관련 다른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한국에서 먹는 오리온 초코파이에는 情(정)이란 한자가 적혀 있다. 그러나 중국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오리온 초코파이에는 仁(인)이라는 한자가 적혀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사실 중국어에서 情(정)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한국인의 따뜻한 ‘情(정)’이라는 기본 뜻도 있지만 ‘사람 사이의 정분이나 체면’, ‘성욕’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情(정)이 들어간 중국어 중에는 야한 뜻을 내포한 단어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情婦(정부), 情場(남녀 간의 애정 관계), 情书(연애편지) 등 매우 많다. 과거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중국 남방의 어느 지역에서는 초코파이가 ‘야한 남녀의 사랑’을 의미하는 뜻으로 상징적인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중국의 쵸쿄파이 仁과 한국 초코파이의 情. [이미지=박승찬 교수 제공]


 
‘우리가 남이가?’ 라고 애기하는 한국식 情(정)의 문화가 완전히 왜곡되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 오리온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오리온은 초창기 국내에서 사용되는 情이 인쇄된 초코파이를 중국에서 판매했지만, 바로 중국문화의 특징을 살린 仁(인)을 패키지에 삽입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仁(인)은 공자 논어의 이인(里仁)편 2장에 나오는 ‘인자안인(仁者安仁)’에서 가져왔다. ‘인자안인’은 ‘어진 사람은 천명을 알아 인(仁)에 만족하고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초코파이의 경우 아름다울 美(미)가 새겨져 있다. 美味(미미, 아름다운 맛)는 일본어로 ‘오이시이’로 ‘맛있다’는 뜻이 있다.

 

비즈니스는 결국 문화적 접근을 기반으로 감성 마케팅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포장지의 경우도 본래 파란색이었으나, 중국시장을 겨냥해 붉은색으로 바꾸었고, 일본에서는 흰색과 노란색을 활용해 간결하고 부드러운 색상을 좋아하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성공을 기반으로 스낵류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각 지역 시장에 맞게 재료와 맛에 차별화 전략을 가미했다.

 

감자를 좋아하는 중국 각 지역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고래밥은 감자녹말로 반죽했고, 오감자와 예감은 스테이크맛, 구운 오리&치즈, 토마토 맛 등 한국에는 없는 시즈닝을 입혀 현지화에 성공했다.

 

또한, 중국을 상징하는 판다 이미지를 활용해 중국향 카스테라인 판다 파이파이를 출시하기도 했다.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강조한 단기적인 현지화 전략과 중장기적인 현지화 경영을 통해 오리온은 오랫동안 중국시장에서 고객 추천지수(C-NPS; China Net Promoter Score) 파이 부문과 브랜드 파워지수(C-BPI), 종합브랜드 가치경영대상(China Total Brand Value Management Grand Awards), 고객만족지수 등 각종 브랜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국가가 아니다. ‘United State Of China’의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오리온의 성공은 절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서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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