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시장의 중요성
 
 
필자는 미국을 50여 차례 방문했다. 하지만 필자에게 미국을 이해하는 일은 다른 어떤 나라들을 이해하는 것보다 어려웠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며 유일한 초강대국이다.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발행국이고 인터넷과 벤처기업, 우주개발,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문화산업, 막강한 군사력 등을 앞세워 세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끊임없이 외부에서 유입되는 풍부한 인구와 다양한 인종도 이 나라를 역동적으로 만들고 있다.
 
개인주의·비형식적·경쟁적·직선적
 
미국인들은 개인주의가 강하며, 비형식적이다. 또한 경쟁적이며 직선적인 성향을 보인다. 성취 욕구가 매우 강하며 시간 개념이 확실하다. 협동적이며 정열적인 면도 있다. 침묵은 그들에게 부정의 표시로 인식된다. 대체로 개방적이며 설명하기를 좋아한다. 대화할 때는 조용한 대화보다는 유머와 함께 편안하고 동적인 대화를 즐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미국은 무서운 나라다. 세계에서 변호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준법정신이 강하다. 계약에 부합하지 않거나 법과 규칙에 어긋하면 고발한다. 그래서 철저한 준비 없이 미국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만약 미국에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품질과 납기에 대해 어느 정도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 단순하게 ‘이 정도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진입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많다. 
 
북미시장 진출 도전했다 실패
 
필자는 20여 년 전에 북미시장에 진출하려다 크게 고생한 적이 있다. 용감하게 북미시장 개척에 나섰고 창업 2년차에 대형 바이어를 만나 바로 수출이 이루어졌다. 아마 이 바이어와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회사의 미래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중요한 바이어였다.
 
하지만 필자의 회사는 바이어가 원하는 품질을 맞추지 못했다. 이미 출고되어 바이어 창고에 들어간 제품에 대해서는 모두 배상해야 했고, 오더가 취소되는 바람에 한국 공장에 쌓여 있던 제품은 모두 아프리카에 저가로 판매했다. 이로 인한 손실은 사업 초기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그 영향은 이후 몇 년 동안 지속되었다. 
 
이때의 경험은 북미시장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뀌어 필자의 회사는 오랫동안 이 시장에 감히 도전장을 내지 못했다. 회사와 제품 모두 완벽한 실력이 필요하고 직원들 또한 프로페셔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의 시장에서 운(運)이라는 것은 기대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바로 퇴출당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미국은 전 세계 인종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러한 이유로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다분히 융합적인 면도 있으나 인종 특성도 존재하므로 비즈니스를 할 때 상대방에 대한 파악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재도전 과정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이제 필자의 회사도 미국시장에서 치욕은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왔다. 2018년부터 시장 진출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겼다. 
 
미국시장에 도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라는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하여 마케팅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하지만 이런저런 노력 끝에 불가능할 것 같던 이 시장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제품을 출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어로부터 필자 회사의 제품에 대해 ‘사용 불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정말 북미시장은 불가능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50% 손해배상’과 함께 진솔한 사과를 하며 위기를 넘겼다. 
 
이후로는 별 문제없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수출을 진행할 수 있었다. 현재 필자 회사의 매출에서 미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나 된다.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한층 안정적이 경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2022년 하반기 들어서는 매주 북미 바이어들이 방한해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주시장은 필자의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화룡점정(畫龍點睛)’의 마지막 시장인 셈이니, 감회가 깊다. 도전에 실패했던 시장이 20여 년 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조급성 버리고 더 철저히 준비하라
 
필자에게 중남미나 아프리카는 손쉬운 시장이었지만, 북미는 모든 능력의 시험장인 것 같아 항상 긴장감이 앞선다. 크리스찬 베일 주연의 ‘레스큐 던(Rescue Dawn)’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베트남 전쟁에서 전투기 피격으로 적진 깊숙한 정글에 추락한 미군 조종사가 베트콩의 갖은 고문과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 돌아오는 영화인데, 새로운 시장 개척하기가 적진에 포로가 되었다가 살아남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목숨(열정)을 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가 생각난다. 무사히 탈출에 성공한 후 동료들이 어떻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복귀할 수 있었는지 묻는다. 그는 “꽉 찬 것은 비우고, 비워진 것은 채우면 된다”는 말로 최악의 상황에서 버티면서 살아남은 소회를 담담히 밝혔다. 
 
시사하는 바가 많은 소감이다. 목표가 분명해도 때로는 조급성을 버리고, 여유를 가지고, 더 철저히 준비하여 실행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열정만으로 모든 것을 가득 채울 수 없다.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려면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북미시장은 여러모로 까다로우며 품질에 대한 요구 수준도 높다. 이에 대한 자신이 없다면 먼저 동남아 시장이나 중남미 시장에 진입해 어느 정도 경험을 쌓고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후 어느 정도 완벽한 상태에서 미국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북미시장은 무역사기도 빈번해 바이어를 잘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미국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시장이므로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력이다. 납기일 준수가 필수인 미국시장에서 원자재가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강 넘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납기 클레임이 발생하면 큰 손실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규모 오더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여유 있는 자금준비가 필요하다. 필자의 경험상 먼 거리 바이어들은 대금지급 방식에서 선금 30% 정도는 미리 지급하지만, 출고 후 70% 잔금은 물건이 항구에 입항하기 직전에 송금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 대략 30일 정도가 필요한데 이에 따른 자금 여유자금도 꼭 확보해 두어야 한다. 
 
다양한 인종만큼 비즈니스 문화도 차이
 
미국은 전 세계 인종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러한 이유로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다분히 융합적인 면도 있으나 인종 특성도 존재하므로 비즈니스를 할 때 상대방에 대한 파악은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오랫동안 궁금했던 것은 미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의 문화적 특성이다. 미국에서 30여 년 이상 거주한 이주민이 미국인인 것처럼 행동하고 언어를 구사하지만, 실제 그들이 비즈니스에서 어떤 성향을 보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필자가 만난 사람들은 남미계가 많고, 중국인, 한국인, 유럽 및 아프리카에서 이주하여 온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들은 비즈니스 협상에서 전통적인 미국인들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부모 혹은 부모의 모국에서 물려준 문화적 특성이나 관습에 따른 협상 태도를 보였다. 
 
그러므로 미국인들과 협상을 할 때에는 그가 어디 출신인지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남미 출신은 남미인들과 차이가 없고, 한국인들도 마찬가지다.
 
구매력이 매우 큰 매력적인 이 거대시장은 그만큼 정복하기가 힘든 시장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충분한 준비와 적극적인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일본 오사카에 있는 장대하고 아름다운 오사카성을 가 본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의 성곽이 1583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1년 반 만에 축조되었다고 한다. 현대에서도 그런 성을 축조하려면 다분히 수년을 걸릴 대공사를 어떻게 짧은 시간에 완공하였을까? 그것은 오사카성을 축조한 이들이 빨리 완공하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절체절명에 몰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에 기업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 오사카성을 축조한 이들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 과한 비유일까. 열정은 새로운 결과를 만든다. 북미시장이 아무리 어렵다한들 난공불락은 아닌 것이다.
 
▲정병도 사장은 1999년 4월 인조피혁제조 및 바닥재 수출회사인 웰마크㈜를 창업한 이후 경쟁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던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구 60바퀴를 돌 만큼의 비행 마일리지를 쌓으며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실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경영석사 과정을, 청주대학교 국제통상 박사과정에서 이문화 협상(CROSS CULTURE NEGOTIATION)을 공부했다. 저서로 ‘마지막 시장-아프리카&중남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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